한국방문기 제 7편: 마산에서 첫 날
너무나 좋았던 한국방문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하여 방문기를 써보려 합니다. 읽어보시고 첨삭이 필요한 부분은 친지 여러분께서 또한 올려 주시길 바랍니다. 아참, 그리고 보다 진솔한 글쓰기를 위해 존댓말을 쓰지 않는 점을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___^
마산 고속터미널 앞에서 시누이와 나는 마중나오시기로 한 아버님을 한참 기다렸다. 차가 많이 막히나보다 하고 혼자 짐작했는데, 사실은 아버님께서 시외버스 터미널과 고속버스 터미널을 혼동하시는 바람에 늦으신 거였다. 왜 터미널을 따로 두어서 그렇게 헷갈리게 만드는지 원…
아버님이 운전하시는 차를 타고 시댁에 도착하니, 앞치마를 두른 어머님이 반가이 맞아주셨다. 두 분 모두 3년 전 결혼식에서 뵈었을 때보다 건강해 보이셔서 기뻤다. 어머님은 우리들에게 먹이시려고 각종 전과 나물과 감자샐러드까지 만들어 놓고 계셨다 (감자샐러드는 아무래도 시댁의 전통음식인 듯 싶다. 왜냐하면 연애시절에 남편도 감자샐러드를 만들어 주었는데 아주 맛있었고, 또 이젠 내가 그 비법을 전수받아, 손님 초대를 할 때마다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님 어머님께 오랜만에 큰 절 올리고, 시누이와 다함께 밥상앞에 둘러 앉았다. 나는 식사를 할 때, 밥보다 반찬을 많이 먹고, 천천히 먹는 습관이 있다. 반면에 남편은 밥을 많이 먹고 반찬은 덜 먹으며, 식사속도가 무지 빠르다. 그래서 식사를 먼저 마친 남편이 내가 먹는 것을 가끔 지켜보는데, 그의 말에 의하면 내가 뭐든지 정말 맛있게 먹는다고 한다. 무슨 음식이든 내가 먹는 걸 보면 따라서 먹고싶어질 만큼 맛있게 먹는다나? 복스럽게 음식을 먹는 것과,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건 좋은 거니까, 하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시댁에서 시부모님과 식사를 하는데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두 분께서는 이미 식사를 마치셨고, 사려깊은 시누이가 식사를 마치고도 수저를 내려놓지 않고 먹는 시늉을 해주고 있는데 내 밥그릇은 아직 절반도 비지 않은 것이었으니… 부지런하신 어머님은 벌써 빈그릇을 설겆이통에 담구고 돌아오셔서 서둘지말고 천천히 먹으라고 말씀하시는데… 이 상황에서 수저를 내려놓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일 초 정도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이었지만 나름대로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좀 뻔뻔스럽게 보이더라도 마저 다 먹기로…
오늘 이 순간에 예의 차리는 며느리가 되기 위해서 다먹은 척 하면서 수저를 내려 놓고 밥상 치우는 것을 거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보다는 원래의, 평소의, 꾸밈없는 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주 뵐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나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고, 그것이 멀리 떨어져 살기에 생길 수 있는 정서의 벽을 없앨 수 있다고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존경심이 있는 한, 어른들보다 더 오래 앉아서 식사를 한다고 그것이 흉이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기도 했다.
흠흠…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수저를 내려놓을 수 없었던 또다른 이유는…
어머님의 음식솜씨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사실은 그것이 더 큰 이유였지… 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는 풍경이다…
며느리는 독상을 받은 양, 얌냠짭짭 먹고 있고 시부모님과 시누이는 그걸 지켜보시면서, “잘 먹으니 참 이쁘다” “더 많이 먹어라” 하시고…
그 날 나는 미련스러웠을까…? 아니면 정말로 사랑스러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