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잘못과 미국 유권자의 책임(한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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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여러 면에서 과거와 판이하다. 우선 공화당 후보인 조지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미 시작된 각종 투표방해·부정투표 논란과 선거 관련 소송은 미국이 과연 민주주의 선진국인지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2000년 대선 때처럼 당선자가 금방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선거운동도 혼탁했다. 흑색선전과 인신공격, 색깔론이 판을 쳤고 차분한 정책대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엄청난 선거자금이 투입된 금권선거이기도 하다.
세계의 관심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지구촌 곳곳에서 ‘부시 낙선 운동’이 벌어졌고, 여러 나라가 후진국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선거감시단을 미국에 보냈다. 각국의 유력 언론이 케리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도 이례적이다. 9·11 동시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마저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 영상 메시지를 발표했다.

안타깝게도 이번 선거에 대한 높은 관심은 지난 4년간 누적돼온 지구촌의 불안과 우려를 반영한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가장 큰 책임은 부시에게 있다. 그가 추구해온 일방적이고 제국주의적인 대외정책은 근본주의적인 선악관과 맞물리면서 세계를 더 큰 위험과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로 인한 지구촌의 분열과 분노는 갈등의 합리적인 해결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의 임기 동안 북한 핵 문제 해결 노력이 표류한 주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국내정책에서도 통합보다는 분열을 추구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다.

좋든 싫든 이번 미국 대선은 지구촌 전체의 선거가 돼버렸다. 지난 선거에서 부시를 선택한 미국인들은 부시 행정부의 이후 행태를 정확하게 내다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부시의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난 이상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미국 유권자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다. 미국과 세계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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