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상 복이 터지는 때가 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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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저는 초등학교 안다녔어요) 다니던 시절…
이상하게도 행운이나 상은 나를 피해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단체 소풍을 가면 안빠지고 하는 것이 보물찾기인데, 나뭇가지나 풀숲에 숨겨진 선생님의 콩도장이 찍힌 쪽지를 찾으면, 도장의 갯수에 따라 연필 한 자루에서 스케치북 몇 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놀이였죠. 반 아이들 모두에게 한 가지 이상의 상품이 돌아갈만큼의 쪽지를 숨겨두지만, 재빠르고 눈치빠른 아이들은 대여섯 개의 보물을 찾는 반면, 저는 제 발 밑에 숨겨진 보물조차 친구들에게 뺏기고 말았죠. 그런 저를 불쌍히 여긴 친구가 자기것 중에 하나를 주기도 하고 (그러나 콩도장은 딸랑 한 개 찍힌), 인자하신 선생님은 남몰래 제 손에 보물 한 개를 슬쩍 쥐어주시기도 하셨지만… 그럴수록 더 초라해지던 내 모습…

시험을 보는 이유는 여러분이 어느 과목,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 알아내기 위한 것이라던 선생님의 말씀을 곧이곧대로 믿고서 공부라고는 단 한 시간도 하지 않고 치루었던 시험… 그래도 기본은 되는 아이큐 덕분에 공부잘한단 소리는 듣곤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국/산/사/자 네 과목의 평균이 90점만 넘으면 받을 수 있었던 우등상의 기준이, 한 과목이라도 90점 이하이면 받을 수 없게 바뀌었고, 예나 지금이나 수학과 친하지 않았던 저는 우등상을 놓치는 일이 많아졌었습니다. 평균 점수상으로는 우리반에서 일등인데, 우등상은 나보다 점수낮은 친구가 받는 일이 생긴거죠. 제 점수는 국어 100, 사회 100, 자연 100, 산수 88점… 그리고 우등상 받은 친구는 국어 92, 산수 92, 사회 92, 자연 92점… 어린 마음에 정말 억울했고 상처가 컸습니다…

반장 부반장 선거에선 왜 맨날 한 두표 차이로 떨어지는지… 내 손으로 나를 찍었으면 이길 수도 있었는데…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공연히 찔려서 경쟁 상대의 이름을 적어냈던 바보같았던 나…

전교조회 시간에 교장 선생님께 불려나가 받는 효행상이니 모범상이니 하는 것은 으례 치맛바람 드센 아줌마네 아들딸이 받는 것이었고… 교외 사생대회다 모형비행기 대회다 하는 것도 참가비가 우리집 가정경제 범위 밖의 것이라 받을 수 없는 것… 운동을 잘 못하니 육상대회를 나가는 것도 아니요, 충치가 너무 많아서 건치아동상도 언감생심… 가끔씩 걸리는 독감으로 개근상도 날아가고…

그렇게 그렇게… 상이라고는 맨날 엄마한테 받는 밥상이 전부이던 제가…
요즘엔 상복이 터졌습니다. 작년엔 우수 강의 조교상을 받더니, 이번엔 우수대학원생 장학금을 받았거든요. 학과 사무실엔 역대 수상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액자가 있는데 거기에 올해의 수상자로 제 이름이 떡하니 박혔고, 오늘 받은 상패는 참나무로 묵직하게 만든 액자에 금색 글씨로 제 이름이 씌여있네요. 상금도 500달러나 받았고… 학과장 교수님과 악수를 두 번이나 하고 축하인사 말씀을 들으면서, 어릴 적에 순전히 엄마 치맛바람 덕분으로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교장선생님과 악수하고 상받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던 설움이 다 씻겨내려가는 듯 했습니다.

저는 미국에 오면서부터 무슨 일이든 잘 풀리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받고 싶던 상도 받고, 딱히 남보다 잘난 것도 없는데 교수님들에게 칭찬도 많이 받고,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편도 만나고, 학위도 받고 취직도 하고… 앞으로도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노력하면 그렇게 살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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