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들도 가족이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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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온가족이 모이는 명절에 집에 다녀가시지도 못하고 바쁘게 지내시느라 마음이 많이 허전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고모님과 서방님들 가족이 다녀가셨다니 잠시나마 흐뭇한 시간을 가지셔서 다행입니다.

여기 미국에서는 음력 설날에 대한 관심이 전혀없기 때문에, 저희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쓸쓸하다든지 하는 감상없이 일상 생활 속의 평범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매일매일이 새로이 시작되는 소중한 새 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저는 이제 교수 임용에 관련된 모든 행정절차를 마무리짓고, 박사 논문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오는 5월 14일에 졸업식을 하고 5월 말 쯤에는 버지니아로 이사를 할 계획입니다. 다행히도 학교가 있는 래드포드라는 도시는 번잡하지 않은 작은 마을이라 집값을 비롯한 물가가 싸서 얼른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 양수씨가 그 곳으로 직장을 잡아서 내려오면 집도 마련하고 아이도 가질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의 아직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나 공부에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모두가 저를 부러워하고 축하해 주고있습니다만, 저는 이제 또 시작될 미지의 세계가 많이 두렵습니다. 이제까지는 어찌어찌 운이 좋아서 잘 해나왔지만, 교수가 되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과 연구를 수행하는 것을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지금까지 제 편이던 행운의 여신이 혹여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가 버리는 건 아닌지… 얼른 자리를 잡아서 그동안 미루었던 효도를 실천해야 할텐데 욕심만큼 잘 되어줄지… 그런 걱정들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어서 기뻐해야 할 지금, 오히려 부담을 느끼고 있어요.

이럴 때 부모님과 형제들이 가까이 있다면 ‘너는 잘 할 수 있다’, ‘우리가 늘 응원하마’ 하는 말씀을 자주 듣고 힘낼 수 있을텐데… 저역시 한국과 미국의 물리적 거리가 야속하기만 하네요.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서 더욱 그립고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나중의 더 좋은 날을 꿈꿀 수 있겠지요.

찬바람에 흔들리며 간절히 봄을 기다리는 새순이 창밖으로 보입니다. 아직은 차가운 날씨 속에서 새순은 조금씩 더 튼실해져서 봄날에 마음껏 피어나겠지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 자신도 오늘의 고민과 두려움을 겪고나면 훌쩍 자라나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며느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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