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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따뜻하고 소나무가 유난히 많은 조지아는 해마다 4월이면 소나무 꽃가루가 눈처럼 날립니다. 아주 미세한 꽃가루는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서 앨러지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고열과 무기력증, 그리고 두통 등의 증상에 시달리게 하고, 저같이 별다른 앨러지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도 잦은 재채기를 유발합니다.

그리고 그 증세는 해가 거듭할수록 조금씩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유학온 첫 해에는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었는데, 그 이듬해에는 재채기를 자주 하는가 싶더니, 그 다음 해에는 피부가 울긋불긋해 지기도 하고, 또 그 다음 해에는 두통과 미열이 나기도 했었거든요.

흰 차, 검은 차 할 것 없이 노란 차로 변신시키고, 창문을 꼭꼭 닫고 다녀도 가구 위에 노랗게 쌓이는 꽃가루… 그러나 올해는 특이한 날씨 때문에 그다지 맹위를 떨치지 못하고 사라지나봅니다.

3월이 다 가도록 싸늘하게 추워서 꽃이 피어나지 못하다가, 4월부터 날씨가 풀리면서 비가 자주 오는 바람에 꽃가루가 조금 날린다 싶으면 비로 씻어내려 버려서 자동차도 원래 색으로 돌아오고, 재채기도 덜 납니다.

지금도 비가 내리고 있는데, 어느새 소나무 꽃들이 지고 있으니 올해의 꽃가루 소동은 이쯤에서 끝날 것 같습니다.

예전에 송화다식 이라는 걸 먹어봤는데, 소나무 꽃가루를 꿀에 개어서 다식 틀에 꾹꾹 눌러 찍어낸 고급 간식이었지요. 빗물 울덩이에 노랗게 떠있는 소나무 꽃가루를 보니 저걸 어떻게 잘 모아서 송화다식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 해전 가을엔 참나무 아래에 수북히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다가 도토리묵을 만드는 실험을 해보기도 했고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발길에 채이는 은행은 그 특유의 고릿한 냄새만 아니면 주워다가 볶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늘 합니다.

(먹는 얘기로 새버렸군요)

봄비가 한 번씩 내릴때 마다 조금씩 더 짙은 녹색이 되어가는 나무들이 보입니다. 우리집 베란다에서 보이는 숲은 이제 벌써 푸른 잎들로 빽빽해져서 하늘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집안 온도 조절을 따로 할 필요가 없고, 외출할 때와 돌아와서 겹겹이 챙겨입거나 갈아입지 않아도 되니 한결 간편합니다. 긴 머리를 감고 나서 말리는 동안 으~~ 하고 떨지 않아도 되구요. 이래서 사람들이 봄을 그렇게 기다리나봅니다.

봄비가 내려서 상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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