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편지
보영아
어제 아니 그제 그제 그러니까 금요일 오후 유치원을 다녀온 딸레미가 엄마 유진이 유치원 갔다 왓어요~ 하고 인사를 하고는 곧장, 언니야가 왔네 인형들고 가서 놀아야지 들고갈 인형이 많아서 언니한테 들어 달라고 해야겠네. 하면서 자기네들 방으로 인형을 대충 끌어안고 가지 뭐야.
보통 때 같으면 ‘엄마 그런데 말이야’해가며 유치원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아야 맞는데 말이지 옆방에는 이웃에사는 4학년 남자아이 1학년 여자아이 남매가 명진이 손님으로 와 있었거든.
물끄러미 나가는 뒷모습을 보다가(잠깐 졸다가 일어나는 중이었음) 옛날 생각이 나서~ 보영이 하고 내가 저 때쯤 저랬는데 하는 식으로.
보고싶네 우리 참 오랫동안 못 봤는데. 내 기억속의 추억들이 좋다는게 새삼 고맙네.
끈끈하게 고리 지어진 끄나풀들이 기분좋게 흔들리는 느낌이랄까? 우리 보영이 기억속은 어떨까?
분위기를 바꿔서…
닥터 박 안녕하신가요?
멀리서 코 찔찔이 막내 이모가 안부를 전합니다.
좋은 집을 사서 이사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축하 합니다. 아울러 집들이 선물하나를 보내지 못해 미안하고 아쉽습니다.
언니 말씀이 비행기 값 아끼려다 잘못해서 국제 미아가 될 지도 모른다고 걱정을(?) 하던데 잘 도착하셨는지도 궁금하네요.
이사는 잘 했는지 마음 같아선 달려가서 도와주고 싶지만 마음만 굴뚝입니다.
내 형편이 어렵다는 핑계로 다소 무심한 것을 용서해 주기를 바란다는 말도 함께 전합니다.
지금은 밤 10시 어디쯤. 생각치 않은 손님들이 와서 뜻밖의 장사를 하고(오늘은 공식적으로는 쉬는날 이었음) 대충 대충 정리를 끝내고 앉아서 쓰는 편지 한장이 참 내 마음을 행복(?)하게 합니다.
딸네미가 나와서 엄마 뭐하냐고 또 훼방을 놓네요 아름다운 밤입니다.
두분 좋은 꿈 꾸세요.
– 안녕 –
이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