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블로그 쓰라고 자신을 희생한 사슴

오랜만에 블로그 쓰라고 자신을 희생한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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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는 평소보다 한 과목을 더 가르치게 되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해서 강의를 해야 한다. 한 주일을 시작하는 월요일은 심리적으로도 분주하지만, 실제로 세 개나 되는 수업을 해야 하고 마지막 수업은 저녁 7시 30분 넘어서 끝나기 때문에 좀 피곤한 날이다.
어제 저녁 8시쯤 해가 많이 짧아져서 어두운 길을 운전해서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우리 학교에서 집까지는 13마일, 20킬로미터쯤 되는 거리인데 초반 절반 정도는 왕복 4차선 넓은 도로이고 주행하는 차도 많은 편인데 반해, 나머지 절반 거리는 아래 지도에서 보듯 초록색이 울창한 산길이다.

학교에서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

나무만 많은 게 아니라 그야말로 산길이어서 길이 구불구불하고 오르막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덕분에 신호등도 없이 즐거운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길이지만, 늦은 밤에는 야생동물들이 튀어나오는 위험한 길이기도 하다.
보통은 저만치 앞에서 길을 건너는 동물들을 미리 보고 속도를 낮추거나 차가 없는 반대편 차선으로 잠시 넘어갔다 돌아오는 등의 방법으로 사고를 피하는데, 어제 저녁에는 정말로 갑자기 왼쪽에서 내 차 앞으로 뛰어든 사슴 – 뿔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암컷 – 을 피할 새도 없이 그대로 들이받고 말았다.

인공지능이 만들어준 현장 사진

사슴이 내 차에 부딪힌 다음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가 내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순간 내 뒤에는 차들이 줄지어 따라 오고 있었기 때문에 차를 갑자기 세울 수도 없고, 또 차가 에어백이 터진다거나 하는 일없이 계속 주행을 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그대로 차를 5분 정도 더 몰아서 집으로 왔다.
우리 동네 주택단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차의 엔진 상태를 확인하라는 경고등이 들어왔다. 남편이 나와서 차를 살폈는데 보닛이 충격으로 밀려올라가 열리지가 않았다. 번호판과 앰블럼도 깨지거나 우그러져 있었다.

앞부분이 망가진 차

오늘 아침 차를 차고 밖으로 빼내서 보닛을 어찌어찌 열어보니 냉각수 통이 망가져서 밖으로 흘러나온 것이 보였다. 자동차 시스템을 더 망가뜨리면 안되니 정수기 물을 받아서 냉각수 통에 다시 부어보니 붓는대로 차 아래로 흘러 나오는 상태라서 견인차를 불러서 고치는 곳으로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다.
오늘 아침에는 이화정 선생님에게 라이드를 부탁했고 저녁 퇴근할 때도 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다. 차비로 오늘 저녁에 우리집에서 식사를 하고 가라고 할 생각이다 🙂

냉각수 통이 깨져서 운행 불가능 상태

이 차를 수리하는데 드는 비용과 중고차 가격을 비교해서 더 싼 쪽으로 보험사에서 결정을 내리면, 차를 수리할 것인지 새로 구입할 것인지 정해질 것이다.
12년 넘게 12만 마일 (19만 킬로미터) 탄 차라서 낡긴 했지만 몇 년 더 타다가 둘리양이 운전을 하게 되면 물려주고 그 때 새 차를 사려고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요즘 바빠서 블로그를 거의 한 달 가까이 방치하고 있었는데 사슴 덕분에 오랜만에 블로그에 근황을 업데이트 하게 되었다. ㅎㅎㅎ

다행히 사람은 안다치고, 차보험이 수리비가 얼마가 나오든 우리가 부담할 금액은 250달러 밖에 안되는 조건이다. 다만, 수리가 한 달 이상 걸리면 (지난 겨울 뒷범퍼 수리하는데 두 달이 넘게 걸렸으니 이번에는 그보다 더 걸릴 수도 있다), 렌트카 비용을 보험에서 그 이상 보상해주지 않기 때문에 그 돈이 더 들어가는 문제가 있다. 차라리 폐차하고 보상금을 받는다면 그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2026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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