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대학교 가을 나들이

버지니아 대학교 가을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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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토요일에 예정에 없던 버지니아 대학교 나들이를 했다.
코난군은 아침에도 오후에도 대학교 테니스 코트에서 친구들과 함께 테니스를 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코트에 나와서 테니스 연습을 하다가 라켓 하나가 줄이 끊어졌다고 문자가 왔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보다도 훨씬 더 테니스를 많이 치다보니 그 단단한 줄이 닳아서 끊어지는 것이다.
라켓 줄을 매는 기계는 물론이고 필요한 모든 도구를 다 챙겨가서 테니스 코트 옆에서 바로 매어주려고 하는데, 짐을 내린 다음 차를 주차장으로 옮겨야 하니, 보조 운전사인 나도 함께 가는 것이 편리했다. 마침 둘리양은 이 날도 마칭밴드 대회에 가느라 집에 없어서, 얼떨결에 나도 이 갑작스런 나들이에 동참했다.
덕분에 클럽 테니스 회원인 코난군의 친구들과 인사도 나누고 쾌청한 가을 햇볕도 즐겼다.
사실은 일주일 전에 코난아범이 코난군의 라켓을 가져다 주기 위해서 여기 온 적이 있는데, 일주일 만에 다시 온 것이었다. 이 날로부터 2주일 후인 11월 첫 주말에 있을 내셔널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열심히 연습을 해야 하는데 스포츠용품 가게에서 줄을 매면 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에 우리가 달려간 것이다.
의자가 없어서 선채로 허리를 구부리고 줄을 매다보니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려서, 나는 앉아서 기다리는 대신에 혼자서 캠퍼스 산책을 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학교 캠퍼스는 고색 창연한 건물과 새로지은 현대식 건물이 섞여있다.
작년에 새로 지었다는 이 건물은 실내외가 따로 구분되지 않는 구조로 건물 안에서 바깥 공기를 마시고 바깥 풍경을 즐길 수 있게 설계되었다.
건물 앞 작은 연못에는 파란 가을 하늘과 단풍든 나무가 그대로 반사되어서 마치 사진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호젓한 산책로도 길게 이어져 있어서 오늘 분량의 운동은 여기서 하자! 하는 마음으로 길을 따라 걸었다.
이 날은 버지니아 대학교 패밀리 위크엔드여서 자녀들의 대학 생활을 구경하러 온 부모들이 많았다. 우리 가족은 미식축구 경기 관람이라든지 하는 패밀리 위크엔드 행사가 별로 흥미롭지 않아서 참가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라켓 줄이 끊어진 덕분에 졸지에 패밀리 위크엔드를 즐기러 온 부모처럼 보이게 되었다.
산책로 옆 돌담 안쪽이 궁금했는데 표지판을 보니, 옛날옛날 한옛날에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일하던 노예들의 무덤이라고 한다.
산책을 마치고 코트로 돌아오니 라켓 한 개는 줄을 다 매었는데 또다른 라켓 하나가 아무래도 2주일 후에 있을 전국 대회까지 버티지 못하고 끊어질 것 같아 보여서 한 개를 더 매기로 했다. 전국대회가 열리는 곳은 우리집에서 남쪽으로 세 시간 정도 거리인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캐리 라는 도시인데, 코난아범은 줄매는 기계를 들고 가서 경기를 직관할 계획이다. 코난군 뿐만 아니라 팀의 다른 멤버가 라켓 줄이 끊어지면 즉석에서 매어주려고 하는 것이다.
집에 줄 매는 기계를 가지고 있고, 줄의 장력을 측정하는 도구도 가지고 있으면서, 타주에서 하는 경기에 들고와서 응원과 지원을 해주는 아빠를 둔 아이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라켓 두 개의 줄을 다 매고나니 어둑어둑해지고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 학교 식당으로 갔다. 버지니아 대학교 신입생이면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풀 커버리지 밀플랜은 하루에 한 끼 또는 두 끼만 먹을 수 있는 밀플랜에 비해 비싼 가격이지만 손님이 와서 함께 먹는 비용도 포함되어 있어서 남편과 나는 돈을 내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큰 건물의 1층에는 패스트푸드 점이 입점해 있고 2층에는 뷔페 식당이 있고 3층은 2층에서 담은 음식을 가지고 올라가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음식이 있는 2층에도 테이블이 있어서 우리는 3층으로 올라가지 않고 2층에서 먹기로 했다.
양식, 인도식, 할랄음식, 햄버거, 샐러드바 등등의 다양한 음식이 있고 후식과 음료도 무제한으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오힐 다이닝 홀 이라고 하는 이곳 말고도 교내 식당이 서너군데 더 있는데 여기가 코난군이 가장 자주 와서 먹는 곳이라고 했다. 수업에 가기전에 들러서 아침을 먹거나, 수업을 마친 후 친구들과 함께 와서 점심을 먹기도 하고, 저녁에도 친구들과 함께 와서 먹는다고 했다.
코난군은 인도 음식 한 접시를 먹은 다음, 햄버거와 감자튀김으로 두 번 째 접시를 채웠다.

남편과 나도 1차는 인도 음식으로 시작했다. 2차는 남편은 칠면조 고기 등의 미국 음식을 한 접시 먹었고, 나는 디저트를 가득 담아와서 먹었다.
캠퍼스 산책도 했고, 오랜만에 아들을 만난 기쁨도 누릴 겸 컵케익, 아이스크림, 그리고 파이인지 뭔지 모를 후식 하나를 디저트 접시에 담아왔다.
그 딸기가 든, 파이도 아니고 쿠키도 아닌 것을 잘게 부숴서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서 먹으니 매우 맛있어서 그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둘리양이 생각났다. 다음에는 둘리양도 함께 와서 이 맛을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식사 후에는 평소 차가 없어서 마트에 가지 못하는 코난군을 데리고 마트에 가서 간식을 사주었다. 기숙사 건물 앞에서 코난군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2시간 15분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한 시간 쯤 지난 뒤에 둘리양과 마칭밴드 단원이 학교 버스로 돌아왔다는 연락을 받고 고등학교 건물로 가서 둘리양을 데리고 왔다. 토요일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

2026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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