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결석생과의 한 판 심리전
친애하는 박교수님, 제가 어젯밤부터 독감을 앓아서 오늘 수업에 결석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이 네 번째 결석이라서, 교수님의 출결 점수 정책에 의하면, 제 학기말 성적이 무조건 B 이하로 떨어지게 됩니다. (요기까진 정중한 척 했다) 아파서 결석할 경우에 의사 소견서를 가져오면 면제가 되지만, 저는 건강보험을 구입할 돈이 없어서 소견서를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제 점수를 깎는…
“교회나 절이 없다고 세상이 더 나빠질까”
작가 권정생이 말하는 하느님과 인간의 뜻 조연현 기자 (한겨레) 침묵 기도 뒤 사람들은 기도를 나누었다. 참석자들 대부분은 “하나님께 ‘저를 왜 이곳에 불렀느냐?’고 물었다”며 하나님께서 이러저러한 응답을 주었다고 말했다. “차를 타고 이곳에 온 게 하나님 뜻인가요?” 이 목사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던 권 선생이 말문을 열었다. 무슨 일을 하든 관성적으로 ‘하느님의 뜻’에 갖다 붙이는 그리스도인들의 ‘습관적인…
배꼽은 왜 있을까?
이번 학기 가르치는 과목 중에 하나가 아동발달 이다. 출생 전 시기부터 청소년기 까지 신체, 인지, 정서 발달에 관해 가르치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발달기는 물론 유아기 (영어로는 초기 아동기, Early Childhood) 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전 단계에 비해 언어능력이 놀랍도록 향상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표현할 수가 있는데, 인지능력은 아직도 발달하는 중이라 그들의 논리와 추리력은 아주 독창적이고…
인문학의 위기, 현대문명의 위기
요즘 전국 대학 인문학부 교수들이 인문학의 위기를 넘어서자는 선언 행사를 열었고, 출판계와 연계해 정부에 인문학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었다. 1998년 연세대에서는 계간지 〈진리·자유〉에 인문학의 위기 문제를 다루었고, 성신여대 인문연구소가 주관한 학술행사에서도 각 대학 학자들을 초빙하여 이 문제를 정식으로 다뤘다. 부쩍 인문학 위기론이 튀어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각 대학 인문학자들을 짓누르는 부담감이 어떤 것인지 나는 심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