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짜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에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 재기발랄한 캐릭터, 파파게노가 있다. 타미노 왕자가 파미나 공주를 구하러 떠나는 모험길에 동행하면서, 자신의 외로운 신세를 한탄하다가, 갖은 모험과 고초를 겪은 후에 천생배필인 파파게나를 만나게 되는데, 그 때 둘이 부르는 노래 중에 “우리 둘이 결혼해서 어린 파파게나도 낳고 어린 파파게노도 낳자~” 하는 대목이 있다.
우리 아이 – 양수 파파게노와 보영 파파게나 에게서 태어날 아이는 과연 아들일까? 딸일까?
임신하거나 출산한 친구나 친지의 소식을 물을 땐 어김없이, “뭐 낳았대? 아들이래? 딸이래?” 하고 묻는 것이 한국 미국을 막론하고 가장 흔한 질문인 듯 하다.
임신 5개월에 접어드는 내게 태아가 아들인지 딸인지를 묻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고, 나역시 예전에 그들처럼 친구의 임신 소식에 같은 질문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막상 임신을 하고나니, 이상하리만치 태아의 성별이 궁금하지가 않다.
일단은 자연법칙에 의하여 공평하게 50%의 확률로 아들 아니면 딸일 것이 뻔한 것이니, 너무 단순한 확률 게임이다.
다음으로, 성별은 이미 아주 오래전에 결정된 것이고 내 마음대로 바꿀 수가 없는 것이기에, 즉 내 컨트롤 범위를 벗어난 것이기에 흥미가 떨어진다고나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들이면 아들인 대로, 딸이면 딸인 대로 낳고 키울 때 장단점이 고루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엄마한텐 딸이 있어야 한다’ ‘딸은 커서 엄마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된다’ 그런 말들은 이젠 상식이 된 세상이다. 게다가 여아는 통계적으로 남아보다 잔병치레도 적고 부상도 적다. 행동범위도 적어서 사고를 칠 확률이 낮아 키우기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같은 돈을 내고도 더 예쁜 옷을 사입힐 수가 있고, 소꼽놀이를 좋아하는 내가 놀아주기에 더 재미있을 것이다.
아들이 태어나면, 아마도 나이 마흔 넘은 맏아들에게서 얻은 첫손주에게 김씨 성을 물려줄 수 있게 되어, 시부모님께서 기뻐하실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들이어야 한다든지, 아들이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적은 한 번도 없으시다) 그리고 나보다 시간적 여유가 조금 더 있는 남편이 데리고 놀아주기에 아들이 더 나으리라. 그토록 좋아하는 테니스를 피부미용 걱정없이 마음껏 가르쳐줄 수도 있고, 바둑, 축구, 망치질, 톱질, 등등 온갖 취미 생활을 더 많이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아이의 성별에 대해 선호를 언급한 이는 단 한 사람, 바로 우리 엄마이다.
노래 잘 하는 영국 소녀 샬롯 쳐치나 내 지도 교수님의 딸 매기처럼 예쁘고 똘똘하고 재주많은 딸이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물론, 똥도 버릴 것이 없는 당신의 딸을 쏙 빼어 닮기만 한다면 예쁘고 똘똘하고 재주많게 태어나는 건 당연하다고도 하신다. (참고로 그녀의 딸은 나 하나 뿐이다. 허허허)
나는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실 때마다, 나같은 불초 소생을 낳아서 키우시고도 딸이 더 좋다고 말씀을 하시니, 그저 부끄러운 마음이 앞설 뿐이다.
나는 내 자식에게 우리 엄마가 내게 쏟으셨던 것과 같은 만큼의 정성과 사랑을 줄 수 있을까?
그리고, 더 나중에, ‘딱 너 닮은 손주가 태어나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