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의 미학
참깨를 눌러짠 기름, 참기름.
한 때 다른 기름을 섞고, 짙은 색을 내기 위해 폐유를 넣어 만든 가짜 참기름이 유통되어 문제가 된 적이 있었고, 그 이후로 “순 진짜 참기름 팝니다” 라는 글귀를 써붙인 가게가 생기기도 했다.
요즘도 어쩌다 운나쁘면 고소한 향은 전혀 없고 미끈덩거리는 정체 불명의 기름을 사는 일도 생기지만, 알맞게 데쳐 무친 콩나물이나 시금치에 마지막 마무리로 떨구는 몇 방울의 참기름은 입안에 침이 돌게 하는 근사한 양념이다.
우리 엄마가 어렸을 때, 외할머니는 참기름 간장에 비빈 밥을 자주 먹이셨다고 한다. 입맛이 까다로와 너무 진한 양념을 싫어하고, 기름진 음식도 싫어하셨지만, 하얀 밥에 살짝 뿌린 참기름 향은 그렇게도 좋으셨다고 한다. 그리고 어린 마음에, ‘저렇게 맛있는 참기름을 한 두 방울만 넣을게 아니라 좀 더 많이 넣어 먹으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외할머니가 외출하신 사이에, 아무도 몰래 부엌으로 잠입해서 한 건의 사고를 치셨으니…
코르크 마개에 비닐을 감아 꽁꽁 막아둔 참기름 병을 꺼내서 병나발을 불었던 것이다.
“퐁” 하는 소리와 함께 병이 열렸을 때 꼬맹이 소녀는 얼마나 기대감에 부풀어 행복했을까. 병 주둥이가 작은 입으로 향하며 발하는 그 고소한 향기에 아주 많이 흥분했었으리라…
그리고 다음 순간, 목구멍에서 쌔~한 느낌과 함께 고소함이고 뭐고 느낄 겨를도 없이 혼절할 만큼 놀라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다는 진리…
미국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올리브 기름이나 식용유를 밥숟갈이나 컵으로 하나 가득 들이 붓는 일이 많다. 더욱 느끼한 버터나 마가린도 주저없이 퍽퍽 쓴다. 그렇게 만든 음식을 먹고 비만에 심장질환을 달고 사는 사람들… 그들에게 아쉬운 듯한 한 방울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한 방울의 바디 오일이 건조한 우리 엄마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면 좋겠다.
2006년 7월 28일
나중에 덧붙이는 이바구:
바디오일은 사놓기만 하고, 정작 부치려니 혹시나 흘러서 다른 선물을 망칠까봐 보내지 못했어요. 제가 엄마 생각하면서 잘 쓸께요… 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