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면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많아져서, 신체 상태는 물론이고 정서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임신 초기에 꾸는 태몽이란 것도 사실은 호르몬에 의한 것이라고 하고, 입덧도 호르몬 때문… 하여간 그 놈의 호르몬이 임산부의 몸과 마음을 상당 부분 지배하는 것 같다.
요즘들어 내게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은 아무래도 짜증과 불쾌감을 증폭시키는 녀석인가보다.
잠만 잤다하면 누군가와 싸우는 꿈을 꾸고, 깨어나서도 한동안 분노감에 씩씩대곤 한다.
학생들의 시험 채점을 하다가, 얼토당토 않은 답을 쓴 걸 보면 화가 나고, 수업 중에 몇 번이나 반복해서 가르친 걸 틀린 학생에게도 화가 난다.
밥을 먹고 나면 안그래도 부른 배가 터질 것만 같아서 짜증이 나고, 하루에 스무 번씩 화장실에 가야만 하는 것도 짜증이 난다.
좁아진 침대에서 남편과 부딪히며 자는 것도 불쾌하지만, 그렇다고 각자 딴 방에서 자는 것도 유쾌하지가 않다.
아… 이 마음을 도대체 어떻게 다스려야 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