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 출산을 하고 토요일에 퇴원을 하려는데, 애기가 황달이 의심되니 다음날인 일요일에 다시 오라고 했다.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벼운 마음으로 외출 준비를 해서 병원엘 왔더니, 탈수로 인한 황달 증세가 있고, 미열도 있으니 아기를 새로이 입원을 시키라고 했다. 그러려면 차라리 어제 퇴원을 시키질 말지… 나는 아기와 병원에 남고, 남편은 집으로 돌아가 다 풀렀던 병원 생활 짐을 다시 챙겨가지고 왔다.
신생아 황달이야 흔하디 흔한 증상이라 별 걱정이 안되었지만, 그 원인이 아기가 젖을 충분히 먹지 못해 생긴 탈수 때문이라고 하니, 그게 마음에 걸렸다. 한 시간을 젖을 물려도 졸기만 하고 제대로 빨지 못하는 아기와 왕초보 엄마인 나를 돕기 위해 lactation nurse (수유 전문 간호사 정도라고 부르면 될 듯 하다) 가 와서 유축기 사용법이며, 모유 수유 후에 액상 분유로 보충하는 방법 등을 설명해 주었다.
그럭저럭 병원에서 이틀을 지내는 동안, 영민이도 좋아지고 나도 간병 생활에 제법 익숙해지긴 했다. 무엇보다도 남편의 지극한 아들 사랑 덕분에, 산후 회복기에 있는 내가 무리하지 않아도 아기를 잘 돌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도대체 나 라는 사람은 병원이라는 곳과 궁합이 맞지를 않는 것 같다. 아니, 우리 가족 모두가 그러한 것 같다. 병원이 불편하거나 의사 간호사가 불친절해서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귀찮을 정도로 친절한 그들 때문에 병원 생활이 고달프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오늘 오후에 나오는 검사 결과에 따라, 오늘 저녁에 퇴원을 할 수도 있고, 며칠 더 입원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남편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 집안 일을 하고, 내가 영민이를 돌보며 병원에 있기로 했다.
아기는 아침 젖을 먹고 아직 자고 있는데, 한 30분 후에는 깨워서 다시 젖을 먹여야 할 시간이었다. 마침 점심 식사를 갖다주는 친절한 직원 아줌마…
“오늘 아침에 네가 잠시 없는 사이에 너희 남편이 너를 위해 주문한 메뉴야. 네가 좋아할지 모르겠다며 걱정하더라. 참, 아기는 좀 어때?”
어쩌구 어쩌구 하며 기나긴 대화를 마치고 마악 포크를 드는데, 이번엔 간호사가 아기 바이탈 사인을 체크하러 왔다.
“어머, 점심 식사 중인데 방해가 되었네? 좀있다 다시 올까?”
(편리함을 위해 나이 불문하고 반말로 번역함)
“아니야, 그냥 진행 해. 난 조금 있다가 먹어도 돼.”
그래서 청진을 하고, 항문에 체온계를 꽂기 위해 기저귀를 열자마자 시원~하게 쉬야를 하는 김영민 군…
간호사가 괜찮다며 기저귀를 갈아주고 나갔지만, 나는 오줌에 젖은 담요와 베게 커버를 바꾸느라 아직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그러고나니 마침 아기가 잠을 깨기도 했고, 젖을 먹일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아직 태어난 지 닷새 밖에 안된 아기를 안아서 젖을 먹일 준비를 한다는 것은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다. 적어도 초보 엄마인 나에게는…
황달 광선치료 때문에 담요 속에 넣어둔 장비가 달린 줄이며, 링겔 줄이 서로 꼬이지 않게 조심스레 아기를 안아 올리고, 젖먹이기 편한 자세를 위해 베게를 고이고, 모유 수유를 돕는 실리콘 마개를 가슴에 대고, 가제 손수건이며 물티슈 등의 소소한 장비를 손닿는 곳에 갖다 놓다가, 손수건을 흘리거나 베개를 떨어뜨리거나…
그렇게 혼자서 소리안나는 쌩쑈를 하고 마침내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나니, 저만치 식어빠진 햄버거가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멀었다.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도 있어야 하는 법.
잘 먹은 영민이가 또다시 배설을 하는데, 그걸 다 치우고 담요로 싸매고나니, 이번엔 다른 간호사가 체중을 재러 왔다. 애기를 다시 기저귀만 남기고 벗겨내야 한다.
“어머나, 내가 본 애기들 중에서 제일로 귀여운 아기네! 그런데 너 점심 먹어야 하는데 내가 와서 방해하는 거 아니니? 있다가 다시 올까?”
“아니, 괜찮으니까 어서 시작해” (아까 했던 대화 그대로 반복이다)
그런데 이눔의 전자 저울이 고장이 났는지 수치를 나타내질 않는다. 다른 간호사가 다시 와서 둘이서 플러그를 뺐다 꽂았다 하는데, 아까 점심 갖다준 아줌마가 다시 와서
“오늘 저녁 메뉴는 뭘로 할래?” 하고 묻는다.
그 사이 기저귀만 차고 저울이 고쳐지기를 기다리는 영민이는 울어대고, 그러다 링겔 줄이 얽혀서 그걸 풀어주며 메뉴를 고른다… 샐러드는 뭘로? 드레싱은 뭘로? 메인 디쉬는? 빼거나 추가할 양념은? 음료수와 후식은?
아이고… 정말이지 대충 아무거나 좀 갖다주지, 여기가 레스토랑도 아니고, 내가 밥 잘 먹자고 병원에 와있는 것도 아닌데 일일이 대답을 하자니 아주 귀찮아 죽을 지경이다.
마침내 저울은 작동을 포기하고 다른 저울을 가지고 다시 오겠단다.
“식사 방해해서 정말 미안해~”
라는 알뜰한 사과의 말과 함께 사라지는 두 간호사…
다시 영민이를 꽁꽁 싸매려하니, 또 응가를 하는 녀석.
짓무른 엉덩이를 씻겨주고, 입김으로 불어서 말려주고, 로션을 바르고 기저귀를 채우는데, 아까 사라진 간호사가 다시 돌아온다.
“지금 저울은 준비되었는데, 네가 밥을 먹어야 하니까 나중에 다시 올께.”
정말 친절한 금자씨보다도 더 친절한 간호사이다. 이왕 온 김에 그냥 하고 갈 것이지…
간신히 애기를 담요로 애벌레처럼 꽁꽁 싸매고, 링겔 줄도 말끔히 정리하고, 똥오줌이 묻은 침대 시트와 베개를 또 갈고, 기저귀며 물티슈를 버리고, 마침내 햄버거를 한 입 물었더니, “꺼억~” 하고 트림을 하다가 약간의 젖을 토하는 영민군…
그걸 치우는 동안, 이번엔 쓰레기통을 비우러 온 아줌마와 또 살가운 인사나누기…
“애기가 정말 귀엽구나!”
“칭찬 고마워”
“어쩌구 저쩌구”
나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Leave Me Alone, Please~~~~”
걸핏하면 와서 벗기고, 들여다보고, 찌르고, 들었다 놨다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영민이도 그렇게 외쳤으리라.
“날 좀 가만히 놔두란 말이야~~~~”
오늘 저녁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만을 학수고대하며…
점심을 다 먹고났더니 이제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ㅋㅋ 보영아 눈에 선해. ^^ 영민이 이름도 벌써 지었구나.
이제 시작일 뿐이야..ㅋㅋㅋ
영민이가 과연 세상에 올 때처럼 효자라면 밤과 낮이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인데…^^
영민이를 안고 젖을 물리면서 졸아보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것이야..
제발 부디 덕분에 그런 건 모른 체 살기를 ^^
건투를 빈다 영민엄마야. ^^
젖 물린 채 졸기… 그거 이미 이 주일째 하고 있어.
그래도 아직 출근을 안하고 있어서 그런대로 견딜만 해. ^__^
ㅎㅎㅎㅎㅎ 여유만만한 애엄마가 읽기에는 너무나 재밌는 동화같다…
미안..그래 이제 시작이다…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