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5

엄마라는 존재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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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은 엄마없는 사람이다” 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내가 엄마가 되기 전이라 그랬는지, 그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정도에 그쳤었다.

이제 명실상부한 “엄마”라는 사람이 되고 보니, 그 말이 정말 가슴깊이 와닿으며, 온 세상에 엄마없는 존재(사람은 물론이고 동물까지도)에 대해 가여운 마음이 든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엄마만큼 나를 예뻐해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 나는 영민이에게 하루에 수 십 번 이상 예쁘다, 착하다, 그런 칭찬의 말을 한다 (일부러가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된다 ^__^).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아기라면 영민이와 비교해서 그런 긍정과 격려의 말을 수 천 마디나 놓치고 살아온 셈이 된다. 겨우 일 년 사이에 수 천 번이면, 스무살 성인이 될 때까지 수 만 마디의 사랑이 담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실로 엄청난 차이일 것이다.

어른이 되고나서는 엄마가 없어도 괜찮은 것일까? 단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나이 만으로 서른 여섯, 이제 곧 마흔이 되어가는 중년이지만 아직도 엄마의 칭찬과 격려 한 마디가 큰 힘이 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칭찬과 격려도 기분이 좋지만, 그걸 엄마에게 알려드리고 엄마로부터 받는 칭찬이 훨씬 더 나를 기쁘게 한다. 예를 들자면, 올해 교수평가에서 아주 좋은 점수를 받아서 테뉴어가 확실시 되어서 기쁘기도 하지만, 그 소식을 들으신 엄마가 “우리 딸 똑똑하고 훌륭해서 그렇게 될 줄 나는 진작부터 알았다” 하시는 말씀을 듣노라면 어깨가 으쓱해지고 기운이 팍팍 솟아나는 것을 느낀다. 이런 엄마가 없다면 과연 어떻게 그런 기분을 가질 수 있을까?

어릴 적 한 반에 엄마없는 아이가 간혹 있었다. 꾀죄죄한 차림새 보다도, 일평생 상실해온 엄마의 사랑을 생각하면 이젠 얼굴도 이름도 가물가물한 그 아이가 새삼 내 마음을 아리게 한다.

국민여배우 최진실이 자살했다고 한다. 화려한 스타로 살았지만 이면에 남들보다 파란만장한 인생으로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는데, 죽은 최진실도 안되었지만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엄마가 벌어놓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이혼한 아빠든 외할머니든 누군가가 아무리 잘 양육한다 해도, 그 아이들은 “엄마없는” 아이들이 아닌가…

길을 가다가 졸랑졸랑대는 강아지를 봐도, 저 어린 것이 어미품을 떠나 저렇게 사는구나 싶어 가엽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봐도 좀 지나친 감정이입이 아닌가 싶지만…

암튼 우리 영민이에게 오래오래도록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우리 엄마도 오래오래 천년만년 내 엄마로서 그 자리에 영원히 계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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