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는 강의 한 과목을 면제 받아서 강의 준비가 적은 편이다. 게다가 이제 교수 노릇 4년차에 접어드니 강의에 대한 부담도 많이 줄어서 주말에는 학교 일을 덮어두고 집안일이나 개인적인 일에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어디 그 뿐이랴. 영민이는 이제 모유도, 별도로 조리한 이유식도 필요없는 나이가 되었고, 자기 스스로 집안 곳곳을 걸어다니며 탐색하는 재미를 발견해서, 엄마의 손길이 덜 필요하게 되었다.
오늘 저녁 식사로는 멸치 국물에 감자와 양파를 넣고 수제비를 끓여 세 식구가 맛있게 먹고, 영민 아빠가 영민이를 씻기고 재웠다. 그 동안 나는 오징어 한 마리를 뜯으며 오만가지 인터넷 싸이트를 돌아다니고, 친구들의 싸이를 구경다니고, 지나간 영화평을 읽어보고… 그야말로 “별 볼일 없는 짓거리”를 하며 노닥거려 보았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른다더니, 아이고, 벌써 새벽이 와버렸네!
지금 자러 들어갔다가는 잠귀 밝은 영민아빠한테 아직까지 안자고 뭐했냐는 잔소리를 들을테니… 차라리 새로이 개장한 운동실에 내려가서 오징어로부터 섭취한 칼로리를 뽑아내고, 커피 한 잔 신선하게 내려서 마시고, 아침에 일찍 일어난 척 시치미를 떼는 편이 낫겠다.
참으로 오랜만에 나만을 위한, 나만에 의한,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영민 아빠, 나 잘했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