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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72년에 태어났고, 내 동생은 그로부터 2년 뒤인 1974년에 태어났다.

친가와 외가를 통털어 첫번째 남자 손주였던지라, 양가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이 내 동생에게 퍼부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뒤를 이어 뻔한 스토리 같지만… 나는 찬밥신세 비스무리해졌다고 한다.

그런 나를 불쌍히 여긴 엄마는 틈만 나면 나를 안아주거나 함께 놀아주셨지만, 아무래도 간난쟁이 아기를 돌보셔야 하는 상황인지라, 나는 혼자 놀 때가 많았다고 한다.

어느날 엄마가, 내가 두꺼운 여성잡지 한 권을 펼쳐놓고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물으셨다고 한다.

“보영아, 너 지금 거기에 뭐라고 써있는지 알고나 그렇게 보고있는 거니?”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빽빽하게 인쇄된 내용을 줄줄 읽더라는 것이다.

만으로 세 살이 채 안된 나이에, 그 누구도 한글 읽기를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 혼자서 소리소문도 없이 글읽기를 깨쳤던 나는, 사실 어릴 적엔 좀 많이 똑똑해서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을 놀래킨 적이 있는 아이였다.

아마도 요맘때부터 내 독서는 시작되었던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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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된 것은 신문이건 동화책이건 광고전단지건 가리지 않고 다 읽기를 즐겼다.

글을 읽으면 그로부터 얻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그렇게도 재미있고 좋았다.

청소년 시절엔 주제 넘게 니체와 쇼펜하우어를 읽기도 했고, 대학을 서울로 오게 되면서부터는, 딱히 어디 갈 곳도 없고, 놀러다닐 돈도, 함께 다닐 친구(특히 남자 :-)도 없던 찌질한 주말이면 대학 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소설책을 읽어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바쁘다는 핑계로… 학위를 위한 읽고 쓰기가 먼저라는 핑계로… 또 고국소식을 알려면 인터넷이 빠르고 좋다는 이유로… 암튼 갖가지 핑계를 갖다 붙이면서 책을 멀리 하게 되었다.

또 한 가지 나의 실책은, 그 많은 독서를 하면서 아무런 기록을 해두지 않아서, 요즘은 내가 그 책을 읽었는지 아닌지, 읽었다면 무슨 내용이었는지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휴… 이 게으름뱅이에다 바보야…

하고 내 머리를 쥐어박아도 쏟아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법.

이제부터라도 독서를 열심히 하고, 한 권 한 권에 담긴 내용을 기록해두고자 한다.

2011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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