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결심한 바가 있어, 운동실 (? gym 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운동방?) 에서 트레드밀을 매일 걷고 있다.
(이제 봄이 오는데, 얇은 옷을 입으면 드러나는 옆구리 살을 좀 줄여보겠다는 결심)
티브이를 보면서 걸으면 아무래도 정신이 팔려서 걷는 자세가 불량해지거나 (눈이 나빠졌는지, 나도 모르게 목을 앞으로 쭉 빼서 걷게 된다), 발이 걸려서 넘어질 뻔 하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디렉티브이 채널 800번 대에서 나오는 음악 방송이다.
수 십개의 채널에서 장르별, 시대별, 주제별 음악을 광고없이 계속 틀어주는데, 일단 맨 앞쪽의 60년대와 70년대 음악 채널부터 시작했다. 마치, 성문종합영어 1장 명사편부터 시작해야 영어공부를 시작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내 엄마의 소싯적을 장식했던 노래, 그리고 광고나 영화에서 지금도 자주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많았다. 몇 십년의 세월을 지나면서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은 노래이니, 귀에 즐거운 좋은 노래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몇 가지 노래를 예로 들자면, 청소도구 광고에서 먼지를 풀풀 날리면서 “베이비 컴백” 을 애절하게 외치는 빗자루의 노래 <베이비 컴백> 이 있었고, 울엄마가 가끔 흥얼거리시곤 하던 <Are you lonesome tonight?>, 그리고 내가 대입학력고사를 치르고나서 친구와 함께 본 미국 영화 해피투게더 (난 그래서 이 노래가 그렇게 오래된 것인줄 몰랐다) 에서 들었던 <Happy together> 등등 귀에 익은 노래가 많이 나왔다.
영화 해피투게더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남자 이름을 가진 여대생이 실수로 남자만 입소하는 대학기숙사에 배정을 받고, 거기서 만난 남자 친구와 사랑하다가 헤어졌는지 잘 살았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청소년 혹은 아주 젊은 청춘남녀가 보기 좋은 영화였다.
주인공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같이 본 친구 이름이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정유경 이었고, 그 친구가 이게 재미있겠다며 보자고 해서 봤던 사실은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 그 노래 <해피 투게더> 도 기억이 나고…
미국사람들에게 1970년대 라는 시절은 마치 우리 나라의 1990년대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194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성장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초석을 다지고, 인종이나 성별에 따른 차별을 철폐하려고 노력해서 세계최강대국 이라 불리어도 좋을 만큼 성숙하고 건강한 나라를 만들어내던 그 시절이 1960년대와 70년대 이다. 그래서 그 시절의 노래를 들으면 뭐랄까… 저력… 변화… 흥분… 격동… 힘… 뭐 그런 게 느껴지는 듯 하다.
우리 나라의 현대사는 내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1987년 6.29 선언 이후 전국을 휩쓸었던 민주항쟁을 거쳐 마침내 김대중 대통령이 사형수에서 대통령으로 극명하게 요동치는 운명을 겪은 그 시절… 그래서 1990년대가 미국의 70년대와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좀 안타까운 점은 그렇게 잘 나가던 1970년대가 지나가고, 지금 미국은 쇠퇴기에 접어든 게 아닌가 우려될 정도로 사회와 경제가 위축되었다는 것이다.
어묵장사도 해보고, 뻥튀기 장사도 해보고… 안해본 게 없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그 나라” 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김구 선생님의 사해동포주의 의 영향을 받았는지, 아니면 내 안의 다신교 성향 때문인지 모르지만, 좌우지간 네 나라 내 나라 상관없이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집트 국민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리비아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낸다.
1970년대 미국대중음악과 함께…
2011년 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