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민이가 엄마 차를 타고 집에 오다가, 뜬금없이 “엄마, 영민 하우스 만들고파” 라고 했다.
처음엔 블럭놀이나 미술공작 그런 걸 하고싶다는 뜻인줄 알고, “그래? 뭘로 하우스를 만들까?” 하고 물었더니, 영민이 대답이, “음, 하우스, 트리, 만들고파. 래더, 미끄럼, 이케 하고파” 라고 한다.
아~~ 그제서야 나는 영민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어젯밤에 영민이 아빠와 함께 인터넷으로 나무 위에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지어놓은 트리 하우스를 검색하는 걸 보고 하는 말인게다.
우리집 뒷마당에 꽤나 큰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어른인 나도 한 번쯤은 그 위에 올라가고픈 마음이 들도록 실하고 높은 나무이다.
부엌 창문으로 내다보면 믿음직한 나무 그루와 초록색 잎이 참으로 보기에도 좋은 나무…
거기에 놀이집을 지으면 영민이가 무척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는데 영민이가 와서 보더니 아주 신이나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영민 이거 좋아!”, “여기 래더 일케 올라가서 여기 미끄럼 쓩~ 내려올래”, 등등의 논평을 하더니, 다음날 또 트리하우스가 갖고 싶다는 얘길 하는 것이다.
안그래도 영민아빠가 고민하던, ‘지반 침하 방지를 위한 구조물 설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인터넷에서 찾은 터라, 올 여름에 방문하실 영민이 외할아버지와 힘을 합쳐 트리하우스를 지어보려고 결심했던 터였다.
저녁 밥상머리에서 영민아빠한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니, 영민이가 또 트리하우스 타령을 시작하길래, 아빠한테 제대로 부탁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랬더니, 그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예쁜 눈빛으로 아빠를 바라보며, “아빠~ 트리하우스 만더~ 주셰여~” 한다. 이뿐 녀석 같으니라고!!!
이제 봄이 오고 5월이 되어 신록이 짙어지면 영민이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방문하실테고, 외할아버지와 아빠는 소매와 바짓가랑이를 걷어부치고 오직 즐거워할 영민이를 위해 나무를 자르고 못질을 하고 며칠 동안 힘을 쓰시겠지…
올 여름 방학이 더욱 기다려진다.
트리하우스가 완성되면 영민이랑 놀아주는 척 하면서, 나도 올라가서 재미나게 놀아야지 ^__^
<영민이의 디자인에 따르면, 사다리와 미끄럼은 꼭 있어야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