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구워주는 팬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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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금요일에 있을 학회 발표 준비로 어제 낮과 밤을 꼬박 내내 번역과 파워포인트 작업을 했다. 함께 발표할 친구는 한국에서 날아오는지라, 오늘 아침 일찍 발표를 위한 최종점검을 화상채팅으로 하기로 했다. 새벽 네 시에 잠시 눈을 붙이고 일곱시에 친구와 화상채팅을 하자니 머릿속 절반이 휑하니 비어버린 듯, 비몽사몽이었다.

그래도 진한 커피 한 잔과, 해야할 일을 다 마쳤다는 홀가분함, 그리고 곧 오랜 옛친구를 머나먼 이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발표 준비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코난군이 엄마 옆에 앉는다. 그리고 이어서 코난 아범이 팬케익을 구워서 가져다준다.

그 순간 미혼인 친구의 스카이프 너머 목소리, “어머, 남편이 아침도 해주고, 정말 좋겠다!!!”

01.jpg 나는 사실 아침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동안 아침을 커피 한 잔으로 때우다보니, 아침을 먹고나면 하루종일 속이 거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교수로 일하면서 열심히 살다보니 아직 결혼을 못한 친구의 눈에는 남편이 굽는 팬케익이 그리도 부러울 수 있나보다. 하기야, 나도 남편을 만나기 전, 싱글 유학생일 적에는 아내와 남편과 아이가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만 봐도 부러웠었지…

코난군이 아침을 먹고, 엄마한테 어리광을 부리고 하느라 화상채팅의 마무리는 조금 어수선하게 끝나고, 부엌으로 나와보니 계량컵이며 거품기며 뚜껑도 안덮은 식용유 병이며… 아주 산만한 모습이다. 코난아범이 오랜만에 하는 요리라, 반죽의 비율을 망칠까봐 계량컵을 쓰고, 프리믹스 가루도 재료를 뭘 더 첨가해야 하는 종류를 써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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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쪽의 것은 크로거에서만 살 수 있는 약간 비싼 것인데, 물만 넣고 반죽을 해서 구우면 되고 맛이 훨씬 좋다. 반면, 월마트에서 싼 값으로 살 수 있는 뒤의 큰 박스 제품은 계란을 넣어라, 우유를 넣어라, 시키는 게 많고, 맛도 없는 게 질기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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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는 종류는 지방, 그것도 트랜스지방 성분이 들어있다. 맛있는 종류는 소디움의 양이 아주 조금 더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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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는 조리법을 보면 맛없는 왼쪽 것은 계란과 우유를 넣으라고 되어있고, 맛있는 오른쪽 것은 물만 더해서 반죽을 하라고 써있다. 이래서! 나의 선택은 이제부턴 항상 <제미마 아지매>표 프리믹스!

어질러진 부엌을 치우고 설겆이를 하는 것이, 내가 직접 팬케익을 굽는 것보다 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성가신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 성가심을 부러워하는 이에 대한 예의로, 일말의 바가지도 긁지않고 뒷정리를 열심히 했다. 오랜만에 아빠가 만든 음식으로 식사를 한 아들녀석의 궁둥이도 톡톡~ 두드려주었다.

2011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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