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제가 드리는 말씀을 고까워하지 마시고 잘 받아들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장황한 문구로 댓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혹여 제가 잘난 척을 하거나, 어머님의 자녀교육방법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님을 꼭 밝히고 싶어서입니다.
아이가 영어공부는 싫어하는데 디브이디로 시청하는 것은 좋아한다구요?
그래서 책과 디브이디가 하나의 셋트로 묶여진 것을 찾으려고 착안하신 점은 정말 정말 훌륭하십니다.
효과적인 교육의 출발점은 바로 아이의 장점과 흥미를 갖는 분야를 파악하는데서 시작하거든요.
그러나…
어머님처럼, 뭔가 한 방에 “여기있어요” 하고 딱 맞춰나오는 그 어떤 것을 찾는 분들 때문에, 출판사나 학습지 회사에서 수 십권 짜리 전집을 만들어 파는, 사실상 아린이 교육에 나쁜 결과가 초래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위의 분이 추천하신 것을 보니, 이미 어떤 회사에서 비슷한 상품을 출시한 것 같네요.
제가 님의 손을 꼭 붙잡고 드리고픈 말씀이 있어요.
부디 아이 교육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서, 나보다 더 잘 해줄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전문출판사에서 올칼라로 멋지게 제본한 전집 세트를 좋아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서점의 선반을 뒤져서 골라낸 단 한 권의 책, 단 한 편의 영화를 더 즐길 준비가 되어있답니다.
엄마와 함께 영화를 보면서, 책을 읽으면서,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토론하고,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을 엄마가 (혹은 아이가) 찾아내서 나누고 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무언가를 탐구해가는 과정을 진정으로 즐기게 된답니다.
진리를 탐구하는 재미를 알게된 아이는 학원이나 과외지도 없이도 스스로 공부를 하는 습관이 들거예요.
그렇게 아이와 함께 탐구하는 프로젝트 (Inquiry Project) 를 통해서 아이만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도 내
아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분야가 어떤 것인지를 배우고, 아이와의 관계로 더욱 돈독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한 방에, 한 큐에, 나보다 더 잘난 그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성품으로 만들어놓은 내 아이를 위한 교육법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부모가 시간과 노력과 정보력을 기울여야 하는 곳은 더 좋은 과외선생 구하기나, 최신 전집 셋트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 혹은 이웃집 아이가 무슨 학습지를 해서 성적이 올랐는지 따위가 아닙니다.
바로, “내 아이”에게 “내가” 무엇을 해줄 것인지를 열심히 알아가시길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