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라는 녀석은 우리 코난군과 비슷한 또래로 보인다.
아침에는 유치원에 안가겠다, 가더라도 신발은 안신겠다 하면서 심하게 떼를 쓰고, 저녁에 마중나온 엄마에게는 빵을 사러 가자고 운다. 빵을 사기위해 지갑을 가지고온 엄마에게 이번에는 지갑을 도로 갖다놓으라고 운다.
우리집 코난군도 아침에 데이케어에 가자고 하면 신을 신지 않겠다거나 차에 타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릴 때가 있다. 어떨 때는-주로 피곤하거나 기분이 안좋을 때- 티브이를 보겠다고 해서 티브이를 켜주면, 안보겠다고 끄라고 한다. 그래서 끄면 볼거라며 운다. 어떨 땐 우유를 먹겠다 안먹겠다, 또 어떨 땐 인형을 가지고 놀겠다, 안가지고 놀겠다, 등등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동시에 원하며 떼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이다.
윤기의 엄마 아빠는 아이가 부모를 골탕먹이려고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다며 육아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코난군의 엄마가 보기에는 아이가 주변 환경을 컨트롤할 수 있는 파워를 원하는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
화면에서 이어지는 윤기의 평소 생활모습과 심리검사 장면을 보니 더더욱 내 짐작이 맞는 것 같다.
무엇이든 자신의 의지와 원하는 방향대로 완벽하게 되지않으면 화가 나는 것이다.
한 봉지의 과자 중에서 단 한 개가 바닥에 떨어지면 새로운 과자 한 봉지를 다시 뜯어야지, 떨어진 과자를 무시하고 넘어가기가 어려운 것 하며… 심리검사 항목중에 자신있게 할 수 없는 것은 아예 시작도 안하려고 하는 모습… 낯선 환경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기가 죽어있는 모습…
우리 코난군은 윤기에 비하면 훨씬 정도가 덜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있다. 로봇 장난감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테이블 위에 세워야 하는데, 구조적으로 그렇게 세울 수 없는 장난감이 넘어지기를 반복하면 코난군은 격하게 화를 낸다. 자신이 아직 준비가 덜되었거나 원하지 않는 상태인데 아빠 엄마가 무언가를 억지로 시키려하면 절대로, 네버, 에버, 협조하지 않는다.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낯선 장소에 가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는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윤기의 경우에는 아빠의 방관자적인 육아참여, 엄마의 강박적인 불안감, 등등 다른 원인이 더 있고, 그것을 돕기 위해서 놀이치료사, 소아정신과 의사, 등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도와서 윤기의 행동을 교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코난군과 우리 가족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인내심과 일관성-언제나 잊지 말아야할 중요한 덕목이다.
해서는 안되는 행동은 시간과 공간을 막론하고 허용하지 말아야 하고, 자신과 남에게 그리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의 행동은 가능한 한 허용해서 코난군의 심리적 물리적 행동 반경을 넓혀주어서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도와야겠다.
코난군에게 많은 결정권을 주고, 원하는 바를 이루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아빠 엄마가 기다려주고 참아야겠다.
말이 안되는 요구를 할 때는, 진지하게 들어주려고 노력하다가,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도록 유도하려고 해야겠다.
오늘 아침에도 데이케어에 가기 위해 차를 타자고 했더니, 특유의 "웅~" 하는 콧소리와 길게 늘어진 자세로 반항을 시작하려 했는데, 어제 함께 부르고 놀았던 노래를 재미난 가사로 바꿔서 부르면서 차 문을 열고 가방을 싣고 있자니까, 코난군이 어느새 신이 나서 차에 올라탔었다.
그러니까 평소에 아이가 아빠 엄마를 무척 좋아하게 만들어두어야 결정적인 순간에 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겠다.
2011년 4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