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짜르트 초기 심포니 몰아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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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을 맞아 음악을 좀 더 부지런히 듣자고 결심한 이틀 째.

씨디장을 들여다보니 두껍~ 하고 아무런 장식없는 여섯 장의 씨디가 셋트로 들어있는 케이스가 보였다.

001.jpg  우째 이렇게 멋대가리 없이 만들었을까?

케이스 속을 보니 안내 소책자가 들어있고 002.jpg

 이 아저씨 (Neville Marriner) 가 이렇게나 많은 곡을 지휘했다며 앞 페이지에 사진이 떡하니 박혀있다.

로빈 골딩 (Robin Golding) 이라는, 내가 잘 모르는 음악평론가가 모짜르트의 초기 교향곡에 대해 장장 열 네 페이지나 되는 설명을 적어놓았다. 뒤를 이어 독일 음악평론가와 프랑스 평론가도 자기네 나라 말로 뭐라고 잘 적어놓았다.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모르니까 영어로 쓴 것을 대략 훑어보았다.

모짜르트는 8살 때 처음으로 교향곡을 작곡했고, 그 이후 10년 동안 50곡 이상의 심포니를 썼다고 한다. 아마도 18세 이후에 작곡한 것은 <후기 교향곡> 이라고 부르는 듯 하다.

교향곡의 번호는 1862년 쾨헬이 정리한 연대기순 주제별 목록 (Chronological-thematic Catalogue) 에 따라 붙여졌지만, 2번과 3번은 모짜르트의 곡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37번은 아주 앞부분만 모짜르트가 작곡한 것이라는 등등의 설명이 되어있다.

총 여섯 장의 씨디 중에 세 장을 우선 맥북에 넣고 불러들여서 듣고 있다.

모짜르트 시대의 오케스트라 규모와 구성이 모든 곡에서 느껴진다. 바이올린이 메인 테마를 리드하고, 관악기는 있는 듯 없는 듯 보조하는 가운데 간간이 챔발로가 끼어들기도 한다.

모짜르트는 바이올리니스트를 과하게 부려먹은 듯, 밝고 경쾌한 멜로디를 재기넘치는 박자로 자르고 끊고 해서 활을 잡은 오른 손엔 땀이 나고 왼손 손가락엔 굵게 굳은살이 박힐 것만 같다.

하지만 말러나 스트라빈스키의 교향곡에 비하면, 아담하고 정겨운 규모의 음악이라 친근감이 느껴진다. (나는 도대체 팀파티가 내내 둥둥거리고 장조인지 단조인지 분간할 수 없는 기괴한 음계의 진행이 정신없고 낯설기만 하다. 코난군 아범은 그런 음악을 “장엄한 규모” 라며 좋아한다, 칫!)

비슷한 분위기의 다른 곡을 오십 여 곡 (1-2-3 악장을 따로 세어서) 계속해서 듣자니, 이런 기분이 든다…

신라면, 너구리, 해물탕면, 진라면, 안성탕면, 무파마, 김치라면, 삼양라면, 감자라면, 설렁탕면, 짜파게티, 사발면, 우동큰사발, 등등의 모든 라면의 맛을 비교분석하겠다며 일주일 내내 하루 세 끼니를 각종 라면으로 먹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분명 모짜르트 교향곡 1번은 챔발로가 들어가서 산뜻한 느낌이 더 있다.

42번은 상대적으로 관악기 편성이 좀 강화되어서 귀에 은은한 맛이 있다.

(해물탕면은 칼칼한 국물맛이 좋고, 너구리의 면발은 오동동통 쫄깃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모짜르트도 듣고, 베토벤도 듣고, 껌팔이 소년의 넬라판타지아도 듣고, 여러 다른 종류의 음악을 골고루 들어야 음악을 더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라면만 먹지 말고 골고루 먹어야 맛과 영양을 잘 섭취할 수 있는 것 처럼…

그래도 저렇게 재미없고 두꺼운 케이스 안에 이렇게 정겨운 음악이 숨어있는 것을 발견했으니 보람은 있다.

2011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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