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소년공원님, 매번 글 읽고 도움많이 받는 회원이예요. 저도 미국에 살고있어요. 이제
두달쯤 되었네요.
코난군의 배변글 보다 여쭤볼게 있어서요. 저희 아이가 11월에 5살이 되는데 (코난군보다 꼭
1년 빠르네요.) 대변을 참는답니다. 집 이외의 곳에선 마음이 불편해서 못하겠다네요.
지금 프리스쿨 다니고 있는데 집에선 안마렵다가 유치원가면 마렵답니다. 집에 3시에 오는데 그럼 또 변의가 없어지고 그러다보니 지난주에는 일주일만에 변을 보았네요. 변의가 느껴져도 표안내고 힘들게
참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요.
평균 3-4일에 한번 가는 것 같고 만약 집에서만 생활한다면 이틀에 한 번 갈 것 같아요.
제 양육방법에 무슨 문제가 있었나 싶네요.
그리고 그것만큼 힘든 문제가 또하나 있어요. 아직도 분리불안이 심해요. 어렸을 적부터 제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느라 한나절씩 친정어머니 시어머니가 교대로 오셔서 아이를
봐주셨어요. 예를 들어 월-시어머니 목-친정엄마 이런식으로요.
아이가 어렸을 때는 집에서 5시간정도, 20개월 이후로는 어린이집에서 데려와서 서너 시간 정도였는데 그 때의 헤어짐이 너무 싫었던 기억이 아직도 있는 듯 해요.
아이 성격도 누구에게나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구요.
오늘 교회에 갔는데 유치반교실에 엄마도 함께 앉아 있으라고 하다가 선생님이 엄마는 나가셔도 된다고 하셔서 제가 나갔더니 그 때부터 울어서 한시간
가량 울었나봐요. 선생님이랑 놀이터에서 얘기하면서
마음 진정시키고 들어와서 나머지 30분은 제대로 했나본데 다시 만날 때는 퉁퉁 부운 눈을 하면서 웃으며 저를 맞이하더라구요.
그러더니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엄만 나없이 예배드려서 좋았어?”
하더니 …혼잣말처럼 다음주부턴 안와야겠다 라고 하네요..
반에 친구를 하나 만들면 나을까요?
그 때까지 제가 계속 교실에 앉아 있어야 할까요?
좁은 교실에 아이들도 많아서 저까지 들어가 있으면 선생님들도 불편하실 것 같아요.
아이키우면서 흔한 문제일텐데 엄마로서 맞닥드리니 마음이 너무 괴롭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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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글이 도움이 된다시니, 그리고 미국에 살고 계시다니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드네요.
그런데 아이가 배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참 안타까우시겠어요.
원래 소변보다 대변을 조절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해요.
복작대는 유치원 화장실에서 느긋하고 편안하게 볼일을 보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요.
저희 아이도 대변은 꼭 집에서 보고있어요.
다행히도 변을 보는 시간이 일정하게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후 저녁
시간이라, 별다른 어려움은 없어요.
제 생각에는 님의 아이도 주말을 이용해서 배변 시간을 이른 아침이나
저녁시간으로 잡아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프룬 쥬스 같은 걸 시간 계산해서 미리 먹이고 변기에 앉아있도록
하고 하면 규칙적인 배변 시간을 가지게 될 것 같아요.
분리불안 문제는…
이제 만 다섯 살이면 벗어날 나이가 되었지 싶지만…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으니까요.
제가 아이를 직접 관찰해보질 않아서 꼭 집어서 무엇이 원인인지를
알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짐작으로 어릴 때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시기에 주요양육자가 너무 많아서 혼란을 겪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제와서 후회해도
소용은 없지만, 할머님께는 죄송스럽더라도 친할머니나 외할머니 한 분에게만 아이를 봐주십사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암튼 지금부터라도 어머님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지시고 아이가 엄마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 예배 시간도 엄마가 어린이 예배실에 함께 있기보다는 차라리
아이를 어른 예배에 엄마와 함께 참석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도 엄마와 떨어져서 어린이 예배에 참석하는데,
자신은 엄마가 함께 있어준다는 것 역시, 엄마가 없는 상황 못지않게 심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것 같아서요.
마지막으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요…
아이가 무엇 하나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엄마인 내가 혹시
뭔가 잘못해서 이런가 하고 자책하는 마음을 갖지 마세요, 절대로!!!
예를 들면, 아이가 어렸을 때 파트타임 일을 하신 것은, 그
당시 상황에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선택하신 일이지, 아이가 잘못되길 바래서 일부러 그러신 것이 아니잖아요?
아이들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독특하고 존중받아야할 개성을 지닌
존재예요.
어떤 아이는 남달리 어떤 면에 예민하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는
같은 상황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이기도 하고 그러니까요.
괜히 엄마가 쓸데없는 죄책감을 가지고 아이를 대하면 아이도 무언가
불안감을 느껴서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뿐입니다.
신앙생활 열심히 하시는 분 같은데,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그저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노력하시면 꼭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다음에 또 언제라도 쪽지 주세요.
그럼 이만…
누군가가 기저귀 떼기 훈련에 관해 질문을 해서 댓글로 달았던 글이다:
미국사람들은 – 물론 안그런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제가 아는 대다수의 부모들은 – 아이의 배변훈련에 상당히 느긋한 자세를 가지더군요.
미국 유아교육협회에서도 아이가 준비가 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것을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고 주장하구요.
미국에서는 세 돌 전에 기저귀를 떼면 아주 빨리 뗀 거라고 생각할 거예요.
코난군도 그렇고 같은반 친구들도 대부분 두 돌 이후에나 배변훈련용 기저귀 (미국에선 끌어당겨 올려서 입는 기저귀라고 “풀업” 이라고 부르는데 한국에서는 “팬티형 기저귀” 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를 입기 시작하고, 대소변을 완벽하게 – 그것도 낮 시간에만 – 가리는 것은 세 돌이 넘어 네 돌이 될 때까지도 가능한 아이가 있고, 실수하는 아이가 있고 그래요.
저는, 미국/한국 어느 나라의 배변훈련이 더 나은지 따져보고 선택을 한 것은 아니구요.
그냥 코난군은 태어나서부터 뭐든지 지가 정한 때에 지가 스스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성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예를 들면 모유를 일부러 끊어야겠다고 노력할 필요도 없이 첫 돌이 지나고부터 모유를 안찾는다든지, 밤에 자다가 우유를 꼭 한 컵씩 마셔야만 하던 습관도 언젠가부터 스스로 이젠 우유를 안먹고 대신에 물을 먹겠다고 한다든지, 등등…
그래서 언어습득이 평균의 아이들보다 약간 늦어도, 낯선 사람에게 경계심을 보이는 성향이 남달리 강해도, 음식을 먹는 습관이 극도로 까다로워도, 그냥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하고 기다리는 것이 조바심 나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역시나 아빠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코난군은 자기가 정한 때에 위의 모든 것들이 다 좋아지더라구요.
배변훈련 이야기로 돌아가서, 코난군은 이제 11월이면 네 돌이 되는 나이인데, 기저귀를 뗀 것은 지난 여름이었어요.
42-43개월의 나이니까 한국의 보통 아이들에 비하면 엄청 늦은거죠?
그 전에는 아빠나 엄마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 코난군에게 ‘너도 여기다 한 번 해볼래?’ 하고 물어보는 정도만 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코난군이 자기도 “토일렛”에다 “피피”를 하고싶다고 하더군요. 아마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하는 걸 보니 좋아보였나봐요.
그래서 옷을 내리고 변기 앞에 서거나, 변기 위에 앉는 것을 몇 번 도와주기만 했는데 지금은 혼자서 능숙하게 잘 하고 있어요.
저희집 배변훈련 – 이라 말하기에도 민망한 – 이야기… 정말 싱겁죠? 후후후
그런데 이렇게 느긋하게 아이를 키우니까 부모도 아이도 스트레스 안받고 좋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