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공원님..
이렇게 불쑥 쪽지 드리는 것이 결례가 아닐지 많이 고민하다 용기를 내어 봅니다.
82쿡 죽순이로서 6살 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인지라 육아게시판에서 소년공원님의 글도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전직 유치원 교사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제 아이가 6살 남자아인데 좀 산만하기도 하고 지금 질투심이나 욕심을 가장 많이 내는 시기인 것
같아요.
이번에 새로 옮긴 어린이집에서(생긴 지 얼마 안되어 한반에 대여섯명만 있어요),,,미국에서 오래
살다 오신 담임선생님의 평가가 힘들게 합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조언 좀 부탁 드려도 될까요?
그동안 어린이집에서 조금 산만하다고는 들었어요. 또 활동적이다 보니 싸움놀이를 주로 해서 말썽이
되기도 했고요. 근데 교사분들께서 그리 심각하게 말씀하시지는 않았어요(아무래도 저에겐 심하게 말을 못했겠죠)
근데 지금 담임선생님께서는 조금 직선적이시기도 하셔서..그런지 알림장에 아이가 감정조절이 안되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네요. 이야기 나누기 시간에 다른아이와 장난을 치는 걸 그만하라고 했더니 아이가 멈추지 않고 계속 하다가는 “난 재미없어요”라면서
자리를 이탈해버리더니 한참 있다가 합류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아이…어떻게 제가 잘 이끌어야 할까요? 집에서 저와의 관계는 그렇게 문제가 없습니다.
요맘때 가지는 아이의 장단점은 있지만요. 근데 다른아이와 같이 놀때나 단체생활이 힘든 아이인 것 같아요.ㅜㅜ 긴 글 죄송합니다. 혹시나 바쁘시거나
질문이 너무 뜬금없다면 그냥 무시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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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가 요즘 개강하고 바쁘기도 했고, 둘째 아이 임신으로 입덧
때문에 82쿡에 자주 오질 못했어요.
오늘은 오랜만에 육아 교육 게시판에 글을 한 편 올리려고 접속을
했는데 님의 쪽지를 보게 되었네요.
6살 남자아이 (아마도 만으로 네 돌이 넘었겠지요?)…
산만하다거나 매우 활동적이라거나 하는 평가를 듣는다고 하니,
어찌보면 그 또래 남자아이들이 다 그렇지 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또 어떻게 생각하면, 유치원 같은 단체 생활에 이제는 익숙해지고
남을 배려하고 충동을 조절할 능력이 생길만한 나이이기도 한데?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제가 전직 유치원 교사이고 유아교육을 공부하긴 했지만, 직접
아이를 관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진단을 함부로 내릴 수는 없어요.
우리 아이들은 성향과 능력에 상관없이 하나하나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니까요.
다만, 님의 아이에 대한 주변의 평가가 일관되게 (약간은 부정적인
쪽으로) 너무 활발하다든가 주의가 산만한 편이라고 한다면, 일단은 어머니께서 직접 -그러나 객관적으로 – 관찰을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놓고, 아이 몰래 다시 가셔서 창문 밖에서
(관찰실이 딸려있는 유치원이라면 좋겠지만 드물긴 하죠) 아이가 친구와 자유놀이 시간에 어떻게 노는지, 대그룹 활동 시간 (모든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선생님과 함께 하는 활동) 에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특정 친구하고만 문제 행동을 하는지, 아니면 아무하고나 짓궂은 장난을 하는지, 등등을 세밀하게
관찰해 보세요.
내 아이와 비슷한 또래 같은 성별의 아이는 같은 상황에서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이는지도 살펴보시구요.
그래서 무언가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보인다면 유치원 선생님과 개별
면담을 우선 받아보시고, 아이의 사회성 발달을 돕기 위한 책이나 여러 자료를 구해서 가정에서 추가적인 지도를 해주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단계에서 소아정신과나 아동심리상담 까지 굳이 서둘러 받으실
필요는 없는 것 같구요…
하지만 가정과 유치원의 연계된 행동지도와 사회성 발달에 도움을
주는 활동은 시급히 필요할 것 같아요.
일단 아이 관찰부터 해보시고, 또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이
있을지 모르니 다시 연락을 주세요.
그럼 이만.
2011년 9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