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으로 오랜 세월 살면서 교수가 되면 더이상 시험 걱정도 없고, 학점이나 졸업여부에 연연하며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참 좋겠다 하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교수가 되고보니 이제는 테뉴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대학원 과정과 흡사한 것이 아닌가. 매년 연구실적과 강의평가 등의 성과를 보고하고 학과장과 학장의 평가를 받고 하는 것은 박사과정에서 논문자격시험을 치르고, 논문 연구 주제를 정해서 심사받고, 논문을 써서 심가받고 하는 과정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이제 테뉴어를 받았으니 더이상 내 업적(학생일 적에는 성적)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평가를 받고, 그로 인해 내 커리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여전히!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교생실습 현장에서나 다른 과목 수업에서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반대로 내 학생이 어디선가 무슨 말썽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매우 우울해진다.
어제 아침에 방문한 교생은 지난번 중간 평가에서 잦은 결석과 지각, 그로인한 수업준비 부족 등의 문제점을 지적받아 한 달 동안 특별 개선 기간을 정하고 따로이 정한 매일매일의 목표를 달성하는지 학인하고, 한 달 후에 재평가에서 합격하면 교생실습을 계속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실습과목을 낙제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개선 기간 처음 한 주일 간은 큰 탈 없이 잘 해왔으나, 그 다음 주에 이틀을 연속으로 지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플로리다 학회에 참석하고 주말을 지내고 하느라 어제 방문이 그 이후 처음이었다. 일단 교생이 진행하는 수업을 참관하고, 지도하시는 담임선생님을 따로 만나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여쭈었다.
“지난 수요일 이후로 트리샤는 어땠나요? 더이상 지각은 없었지요?”
질문은 웃으며 건냈지만, “아유 말도 마세요. 이젠 더이상 이 학생을 두고 볼 수가 없어요” 하는 불만이 나올까봐 여간 조마조마한 것이 아니었다.
철없는 트리샤가 이젠 정신을 좀 차렸는지, 그 이후로는 단 한 번의 지각도 없었고, 실습 준비도 착실히 해와서 수업을 잘 하고 있다고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개다리춤을 추고 싶어졌다.
같은 날 저녁, 오후 강의를 마치고 이번에는 3학년 학생 하나를 연구실로 불렀다.
이 녀석은 매주 두 시간씩 어린이집 (코난군이 다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에 가서 관찰 및 봉사를 해야하는 것이 내 수업의 한 부분인데, 예고도 없이 무단결석을 연속 4주 동안 했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단단히 혼을 내리라 작정하고 연구실에서 학생과 마주 앉았는데, 찬찬히 얘기를 들어보니 이 학생이 불성실했던 것이 아니라, 실습 일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마음속으로 개다리춤을 추다가 생각하니, 내가 잘못하거나 잘한 일도 아니고, 내 자식의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학생들의 성과에 내가 일희일비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내 일을 사랑하고, 내 학생들이 내 자식같이 여겨지고, 그래서 그런가… 짐작해본다.
2011년 1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