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의 방학이 크리스마스부터 1월 1일까지였다. 열감기를 앓는 와중에도 엄마 아빠에게 놀아달라고 조르는 녀석때문에 밥해먹기도 쉽지 않았지만, 만든 음식을 사진찍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후다닥 먹어치운 다음에야, ‘앗차! 사진 안찍었다!!’ 하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건진 사진 몇 개를 올려본다.
현미밥을 늘 먹는데, 이 날은 오랜만에 순수하게 흰 쌀밥을 지었다. 전기압력솥 보다도 렌지 위에서 스텐 압력솥으로 지은 밥이 더욱 고소하고 맛있다.
멸치 국물로 시원하게 끓인 콩나물국이다.
시금치 무침과 김장김치, 그리고 게맛살을 넣은 오이무침이 반찬의 전부였지만, 잘 익은 김치도 맛있었고, 방금 만든 반찬이라 신선해서 좋았다.
재작년에 설치한 역삼투압 월풀 정수기 덕분에 평소에는 생수를 그냥 마시지만, 날씨가 싸늘해지면 웬지 구수한 보리차나 옥수수차가 그리워진다. 갓 끓여서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옥수수차는 입맛을 한층 돋우어주는 것 같다.
윗층에서 즐겁게 놀고있는 아빠와 아들을 위해 배달했던 김밥쟁반이다.
코난군이 어렸을 때는 밥과 속재료를 적게 넣고 작은 싸이즈로 따로 만들어주었지만, 이제는 아빠가 먹는 것과 똑같이 만들어서 조금 얇게 썰어주기만 하면 잘 먹는다.
이것은 아빠의 김밥.
오아시스에서 갈치를 사오던 날, 코난군이 “이건 빅 피쉬야” 하고 이름지어주었다. 손질하지 않은 갈치를 그대로 얼려서 파는데, 길게 세우면 코난군의 가슴팍 까지 올라오는 길이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갈치의 큰 눈과 날카로운 이빨을 신기한 듯 관찰하더니, “눈하고 입은 안먹을거야” 한다.
밥위에 살점만 얹어주니 낼름낼름 잘도 받아먹었다.
알뜰하게 발라먹고 남은 생선가시는 옛날 여인네들이 쓰던 참빗과 닮았다.
2012년 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