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학기에도 어김없이 교생실습을 지도하게 되었다. 우리 프로그램은 5년제 학사 석사 통합 과정인데, 가장 마지막 학기에 초등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하는 실습을 지도 감독하는 것이다.
교생들은 지난주 목요일부터 실습이 시작되었고, 나는 수요일인 어제 첫 방문을 했다. 먼저 교장선생님인 크리스를 만났는데, 마침 부교장 (교감 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한가?) 인 트레이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트레이시는 중국계 미국인이고, 유태인인 남편과 사이에서 딸과 아들을 두었는데, 아들인 베킷은 내 아이 코난군과 레인보우 라이더스 어린이집 레드룸에 함께 다니고 있다.
그 다음으로 킨더학년 교생인 라일리를 방문했는데, 교사와 아이들은 모두 바깥놀이를 나가고, 오늘 자원봉사를 했던 학부모가 교실을 나선다. 그건 바로 코난군의 레드룸 선생님이자, 엘리의 엄마인 바니 였다. 그러니까… 내 아이는 바니가 가르치고, 바니의 딸은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교생으로서 가르치게 된 것이다. 그 교생은 담임교사인 킴 이 가르치고, 바니 또한 학부모 자원봉사자로서 킴 선생님의 학생들을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1학년 담임인 크리스 선생님의 세 자녀도 십 여년 전에 바니가 레드룸에서 가르쳤고, 교감 선생님인 트레이시의 두 아이들 (베킷의 누나와 베킷)도 바니가 가르쳤고, 그 밖의 수많은 킵스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자녀가 레인보우 라이더스 어린이집 출신이다.
조금 더 시야를 확대하자면, 킵스 초등학교 프리킨더 담임인 에이미 선생님의 아버지는 나와 함께 교생실습을 지도하고 있는 케롤 교수님와 같은 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고, 2학년 담임인 지니 선생님은 케롤 교수님이 일했던 학교의 교장 선생님의 재수씨가 된다고 한다.
이렇게 저렇게 한 다리 두 다리 건너서 서로 아는 사이에다가, 서로의 자녀를 가르쳐본 적이 있고, 서로의 학생을 교환해서 가르친 적이 있는 사이들이다. 그리고 나도 그 복잡한 네트워크에 발을 담그고 살고 있는 것이다.
조그마한 마을에서 이렇게 밀접한 관계를 이루면서 사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너나 할 것 없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다음 세대의 교육에 열심히 노력을 기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아교육 커리큘럼 중에 하나인 “레지오 에밀리아” 프로그램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레지오 에밀리아에서 시작되었는데, 미술을 비롯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어린이의 사고를 표출하도록 돕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지만, 또다른 장점은 마을 사람 누구나 유아교육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유치원 현관이 마을회관 비슷한 기능을 가지는 것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코난군이 다니는 레인보우 라이더스 어린이집도 레지오 에밀리아 커리큘럼을 채택하고 있고, 학부모와 교사간의 협력이 아주 잘 되고 있다.
내 아이만 잘되면 남의 아이는 어찌되든 상관없다 하는 무책임한 생각이 모이고 모이면 왕따로 인해 자살하는 아이가 생기고,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내 아이를 네가 가르치고, 네 아이를 내가 길러주는 유기적인 사회에서는 아무래도 공동체의식이 보다 깊게 뿌리박혀서, 좋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도 나는 교생실습 지도를 열심히 해야하고, 레드룸의 바니 선생님은 20년째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