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십분? 야, 안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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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있었던 웃기는 이야기이다.

오늘은 수민이의 첫 소아과 검진이 아침 10시에 래드포드 병원에서 잡혀있었다.

반면에 코난 아범은 강의가 없어서 코난군이 굳이 일찍 어린이집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긴 하지만, 어차피 내일 또다시 출근하는 아빠와 함께 등원하려면 일찍 일어나서 일찍 등원하는 습관을 길러주자는 취지에서 오늘도 일찍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코난아범이 집으로 돌아와서 나와 수민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더랬다.

그런데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에 코난군이 선잠이 깨서 한 시간 이상을 칭얼거리다가, 혹은 놀다가 다시 잠이 드는 바람에 아침 일찍 일어나질 못했다.

여기서부터 우리 부부의 생각은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었으니…

코난아범이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늦어도 9시에는 나가야겠다” 라고 말했을 때, 나의 생각은 코난군이 아빠와 늦어도 9시에는 집을 나서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거진 9시 30분 쯤 될 것이고, 나와 수민이를 데리고 래드포드 병원까지 가는 시간에 늦지 않겠다…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코난군을 등원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 시간 동안에 나는 아기와 함께 외출할 준비를 하면 서로의 시간이 절약되겠다… 라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코난군의 등원 준비만을 돕고, 내 자신의 외출준비 – 샤워라든지 – 는 나중에 집안이 조용해지면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나 코난아범의 말인 즉슨, 9시에 우리 가족 모두가 집을 나서서 코난군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그 길로 바로 래드포드 병원으로 간다는 뜻이었다. 기름값도 비싼데 공연히 동선을 낭비하며 차로 왔다갔다 할 것이 아니라, 한 차에 온가족이 다 타고 나가서 필요한 곳에 차례로 들르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높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어쩐지… 서둘러 나갈 채비를 안하고 있더라니…

코난아범은 내가 외출준비를 마치기를 기다리느라 코난군의 아침 식사를 재촉하지도 않았고, 잠에서 깨서 우는 수민이를 자기가 안고 있겠다고도 했던 것이다…

나는 나대로, 말못한 사정이 있었는데, 많은 산모들이 그러하듯 아기를 낳으며 절개한 곳이 아파서 변비에 걸린터라, 아침에 화장실에 앉아있어야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신호가 제대로 온다해도, 균형있는 힘조절(?)을 하지 않으면 눈물이 찔끔나게 아프기 때문에 배출에 아주 신중을 기해야 하는 속사정이 있다.

그리고 샤워중에 모유가 흘러내리는 사고를 예방하려면 샤워를 하기 전에 아기에게 모유를 먼저 먹여야 하는데, 이 녀석이 젖을 먹고난 후에는 어김없이 기저귀를 버려놓기 때문에 그걸 또 먼저 갈아주어야 하고, 샤워를 마친 다음에는 모유패드를 속옷 안에 대어야 하는 등… 샤워 한 번 하는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코난군과 코난아범이 집을 나간 후에 조용한 집에서 차분하게 나홀로 외출준비를 하는 것이 좋았고, 또 어제 미리 정한 우리의 정책 – 코난군의 이른 등원 – 도 있었기에, 남편의 말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코난군이 아빠 차를 타고 집을 나서기만 하염없이 기다리며 나는 나대로 늦장을 부리고, 코난아범은 내가 외출준비를 마치기만을 기다리며 시간을 흘러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코난군의 옷을 갈아입히고, 아침 식사를 재촉하고, 그 와중에 수민이 젖을 먹이고, 그리고 도저히 감지되는 신호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코난군과 수민이가 만들어내는 각종 소음을 뒤로 하고 화장실로 갔다. (나는 평소에 아주 고요하고 한적한 상황이 아니면 화장실에 잘 가지 않는 편이다.)

그 때가 아마도 아홉시 정도 되었던가보다.

이제 막 화장실에 자리잡고 앉은 내게 코난아범이 “십 분 내로 준비해서 나가지 않으면 늦겠다” 뭐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나는 처음에 그게 나한테 한 말인줄도 모르고 있다가, 반복해서 같은 말을 하는 남편에게 재확인을 했더니, 결국 우리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머어? 십 분?? 야, 안돼에에에~~~”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원효 소장님의 심정을 깊이 공감했다…

언제 볼일 다 보고, 언제 샤워 다 하고, 언제 이 긴 머리 말리고, 언제 옷 갈아입고, 언제 아기 외출준비해서, 언제 나가냐 말이야아아~~~ 십 분으로 택도 없어어어어~~~

여차저차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긴급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결국은 코난아범이 코난군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러 먼저 떠났고, 나는 허둥지둥 외출준비를 마치고, 도저히 시간이 안되면 나혼자라도 병원엘 가려고 차고 문으로 나서는데 마침 코난아범이 돌아왔다.

우리집에서 병원까지는 30분이 걸리는데, 오늘따라 외통수 차선 하나 밖에 없는 길마다 느림보 차가 앞을 가로막고 우리를 속터지게 했다. 머피의 법칙이라고나 할까…

미리 전화로 차가 막혀서 조금 늦겠다고 (이 시골 마을에서 별로 신통찮은 변명인 줄 알지만서도) 사정해두고 15분을 지각했는데, 다행히도 다음에 다시 오라고 문전박대 당하지 않고 무사히 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

십 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 사이에, 복잡한 주제도 아닌, 외출준비에 대해서 의사소통 하는 것이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일 줄이야…

다시 한 번, 가족간에, 아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깨닫는 아침이었다.

2012년 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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