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는 경험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자연분만을 하는 동안에는 배에다가 태아의 상태를 관찰하는 모니터를 붙이고 있는데다, 손에는 정맥 주사를 꽂고 있어서 화장실을 마음대로 다닐 수가 없다. 그래서 소변줄을 꽂아서 소변을 배출하도록 하는데, 아이를 낳고, 회음부 절개 자리를 봉합하고, 아기의 상태를 확인하고, 등등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안정이 되고나면 슬슬 정맥주사와 소변줄 등등 몸에 붙은 각종 의료기구가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마침 간호사가 하는 말이,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언제라도 간호사를 부르라고 한다. 나는 굳이 화장실에 가고 싶기 보다는 정맥주사를 빼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간호사를 불러서 이제 화장실도 가고 싶고 하니, 주사를 빼면 안되겠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간호사를 한 명 더 불러서 두 명의 간호사가 나를 부축해서 화장실로 데려갔다. 한 명은 정맥주사 스탠드를 밀고, 나머지 한 명은 내 손을 잡고 변기 앞까지 에스코트를 해주었다. 화장실이 아주 넓어서 어른 세 명이 그렇게 대이동을 해도 공간이 넉넉했다.
변기 앞에 선 나와 두 간호사…
어쩌란 말이냐…
나는 주사를 빼달라고 했을 뿐인데…
그들의 주요 업무는 내가 쓰러지지 않고 혼자서 소변을 보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나는 그들 앞에서 엉덩이를 까고 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보아야만 했다.
“이거 좀 당혹스러운걸…?”
“그래, 우리도 알아. 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니까, 마음 조급하게 먹지 말고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소변을 보도록 노력해봐.”
어떤 산모는 변기에 앉아서 기절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아직 정맥주사를 빼지 않고, 무사히 볼일을 본 이후에 주사를 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또 어떤 산모는 출산 과정에서 방광에 상처를 입거나 해서 소변을 임의적으로 배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출산 이후 첫 화장실 사용을 확인하는 것은 꽤나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나를 당혹케 만들었던 화장실 사용… 변기 왼쪽은 일반 쓰레기통이고 오른쪽은 다 사용한 수건이나 오염된 침대시트 등의 면제품 (린넨) 을 수거하는 박스이다.
변기 옆에는 비상시에 간호사를 부를 수 있는 벨이 설치되어있다.
또 한 가지 간호사가 화장실에 따라오는 이유는, 봉합 부위의 빠른 회복을 돕기 위해 따뜻한 물로 세척하고 진통제 스프레이 사용법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이다.
한국에서는 좌욕이나 좌훈 등의 방법으로 봉합 부위의 통증을 덜고 회복을 돕는다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따뜻한 물을 스프레이 병에 받아서 상처부위를 헹구어내도록 한다. 좌욕에 비해서 감염의 위험이 적은 방법인 듯 하다.
진통제 스프레이를 뿌리면 화끈거리던 상처가 시원하게 느껴지고 욱신거리는 통증이 한결 덜어준다.
운이 나쁜 산모들은 회음부 봉합 상처가 완전히 아무는데 꽤 긴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봉만이인 나는 일주일 정도 지나고나니 완전히 회복되었다.
봉합 상처 치유를 돕기 위한 물병과 진통제 스프레이. 출산 후 나의 좋은 친구였다 🙂
2012년 3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