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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날씨의 일요일. 두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이 함께 피크닉을 나갔다.

원래 시작은 놀이터에 가서 놀고싶다는 코난군을 데리고 잠깐 나가서 바람을 쐬고 들어오려고 했다. 그런데, 놀이터에서 노는 것 뿐만 아니라, 동네 연못에 가서 오리들에게 빵을 먹이는 것도 하고싶다고 했다. 그러자면 점심 식사 시간이 중간에 걸리고, 외식을 하면 돈도 쓰게 되지만,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먹게 되니까 경제와 건강 이중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집에 있는 식재료로 간단하게나마 도시락을 싸가지고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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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밥으로 싼 김밥, 쇠고기 볶음밥 남은 것을 훌륭하게 재활용한 유부초밥, 계란말이와 쏘세지를 담은 피크닉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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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까다로운 코난군이 잘 먹는 게맛살을 넣은 계란말이와 베이비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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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꽁다리와 도시락에 넣고 남은 초밥은 외출 준비를 하는 동안 왔다갔다 하면서 한 개씩 집어먹으면 좋은 아침 식사가 된다.

줄줄이 비엔나 쏘세지와 피크닉에 대한 어린 시절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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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5학년 여름방학으로 기억하는데, 서울에 사는 큰아버지와 고모님 댁을 방문해서 “서울구경”을 한 적이 있다. 그 이전에도 서울에 가본 적은 있으나 너무 어릴 때여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 해 5학년 여름방학에는 로봇 전시회에도 가고, 용인자연농원과 서울어린이대공원에 놀러도 가고, 사촌들과 어울려 놀았던 뚜렷하고도 즐거운 추억이 남아있다.

암튼, 용인자연농원을 가던 날은 고모님께서 피크닉 도시락을 준비하셨다. 고모는 큰아버지 보다는 동생이고, 우리 아빠 보다는 누나이신 분인데, 고모부님께서 대기업 부회장을 지내셨을 정도로 부유한 가정을 꾸리고 사셨다. 그래서 고모가 준비한 삼단찬합 도시락은, 검소한 우리집 밥상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물론 원래 음식솜씨가 좋은 고모의 손길 덕분에, 그리고 자연농원 이라는 근사한 장소를 배경으로, 그 날의 도시락은 더욱 맛있었던 기억으로 남았는지 모르겠다.

찰밥에 갖가지 반찬과 과일도 있었던 것 같은데, 유독 내게 강한 기억으로 남은 것은 줄줄이 비엔나 쏘세지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내 입맛에 잘 맞아서였을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에 새파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머리에 스카프를 묶은 고모는 삼단 찬합을 한 칸 한 칸 열고 계셨는데, 그 중에 한 칸에 가득 들어있던 쏘세지 반찬… 그 뒷 배경에는 자연농원 회전관람차가 천천히 돌아가고…

아마도 내가 경험한 최초의 “피크닉” (소풍이나 단순한 야외 나들이가 아닌) 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피크닉 도시락을 준비할 때마다 쏘세지를 싸곤 했다. 요즘에는 흔하디 흔한 음식일 뿐 아니라, 아질산나트륨 때문에 먹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쏘세지 이니, 참 세상이 돌고 돌면서 변하는 것인가보다.

암튼, 어린이에게 즐거운 추억이 되는 피크닉을 되도록 자주 나가야겠다, 내 아이들을 위해서.

DSC_7698.jpg 구하기 힘든 한국 과자는 사람이 먹을 거… 식빵은 오리가 먹을 거…

어린이 여러분!

피크닉 나갈 준비가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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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아까부터 준비 마치고 한숨 자고 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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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난 아직 멀었는데? 노느라 바빠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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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빛의 속도로 나갈 준비를 마쳤삼. 손에 들고 있는 건 가지고 나가서 놀 레고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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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연못 근처 주차장에서 걸어가는 삼부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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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에게 빵을 주는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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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목청틔우기를 하고 있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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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가 서있는 연못의 풍경이 아름답다.

DSC_7718.jpg 울고 웃는 모녀와 빅보이를 세워놓고 카메라 각도를 잡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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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완성된 최초의 네 식구 가족사진.

2012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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