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양이 이유식을 먹기 시작했다. 앨러지 반응을 가장 덜 일으키는 쌀부터 먹이기 시작하고, 일주일에 한 가지 정도씩 새로운 음식을 추가해서 먹이라는 것이 삐뽀삐뽀 119 라는 책으로 유명한 소아과 전문의 하정훈 선생의 가르침이다. 물론, 둘리양의 소아과 주치의 선생님도 같은 조언을 해주셨다.
물에 개어서 먹이면 되는 간편 이유식인 라이스 씨리얼을 먹여왔고, 시판 이유식으로 완두콩, 사과, 배, 바나나 등을 먹여보았는데, 라이스 씨리얼과 사과 이유식은 그럭저럭 잘 먹는 반면, 다른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 하다.
지난 금요일에는 아시안 식품을 파는 오아시스 마켓에 갔다가 쇠고기 사태 살을 사보았다. Beef Shank 는 지방 함량이 적은 부위라서 이유식을 만들기 좋을 것 같아서이다.
우선 쌀 반 컵을 물에 불려두고…
고기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사태 600 그램 정도가 7달러 34센트이다. (세금까지 합산하면 한화로 8천 몇 백원 정도일까?)
고기 겉에 붙은 지방을 잘라내고 작게 토막을 내어서 푸드 프로세서에 갈았다.
갈아낸 고기에서도 힘줄 부위를 잘 골라내었다. 아직 이가 나지 않은 둘리양이 먹기 좋게 하기 위해서이다. 고기를 갈아내는 것도 귀찮고 힘줄을 일일이 골라내는 것도 어지간히 지루한 작업이라 50그램 남짓하게만 준비하고 나머지는 코난군과 어른들이 먹도록 대충 손질했다.
고기를 갈아낸 프로세서에 불린 쌀을 갈면, 프로세서 안쪽에 붙은 고기조각까지 알뜰히 사용할 수 있고, 설거지도 편리하다.
둘리양이 아직 이가 없기는 하지만, 잇몸으로라도 음식을 씹는 경험을 하게 하기 위해서 쌀을 너무 곱지 않을 정도로 갈았다.
이제 음식을 처음으로 경험하는 아기들에게는 소금이나 설탕 등의 양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양념은 전혀 하지 않고 참기름을 살짝 두른 냄비에 쌀과 고기를 잠시 볶기만 했다.
물을 두 컵 반을 넣고 바닥이 눌지 않도록 약한 불에 계속 저어주면서 끓였다.
남은 고기 간 것에는 마늘과 소금 후추 설탕 간장을 넣고 잘 섞었다.
홈메이드 밋볼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한 입 크기로 동그랗게 빚어서 기름칠한 팬에 놓고, 오븐에 넣어서 화씨 400도에 20분간 익혔다.
푸드 프로세서에 과부하가 걸려서 미처 갈지 못한 고기는 슬로우 쿠커에 넣고 후추, 설탕, 간장, 마늘가루를 넣고 반나절쯤 두었더니 장조림이 되었다. 어른을 위한 훌륭한 반찬이다.
쌀 반 컵, 고기 50그램, 물 2컵 반으로 만든 이유식이 작은 종지 다섯 개 분량으로 나왔다. 한 종지는 그 날 먹이고, 네 종지는 냉동실에 넣어서 얼려두었다. 한 종지의 분량으로 둘리양이 두세 번 나눠먹을 양이 될 듯 하다.
잘 익은 밋볼.
흑설탕, 식초, 간장을 넣고 냉동야채를 조금 넣어서 끓이다가 마지막에 걸쭉해지도록 전분을 조금 넣었더니 탕수육 소스와 비슷한 맛이 난다.
밋볼과 함께 먹을 파스타도 삶고…
브라운 소스에 밋볼을 버무려서…
파스타가 뜨거울 때 슬라이스 치즈와 후추를 섞어서…
접시에 담아내었다. 얘들아~~ 밥먹어라~~~
식탁에 마주앉은 남매.
쇠고기죽이 입맛에 맞는지, 아직 삼키는 것이 서툴러서 흘리는 것이 절반이지만 따박따박 잘 받아먹는 둘리양…
음식 앞에서 언제나 초연한 코난군…
둘 다 이쁘다.
2012년 8월 24일
쇠고기 이유식 레서피 요약본:
쌀 1/2컵
쇠고기 사태살 50그램 (지방과 힘줄은 꼼꼼히 제거함)
물 2와 1/2컵
참기름 몇 방울
쇠고기를 곱게 갈고, 불린 쌀은 너무 곱지 않을 정도로 간다.
참기름에 쌀과 고기를 넣고 잠시 볶다가 물 한 컵을 먼저 넣고 끓인다.
약한 불로 줄여서 눌지 않도록 계속 저으면서 끓이다가 물이 줄었다 싶으면 물을 반 컵씩 추가하면서 계속 끓인다.
처음부터 물을 다 넣고 끓이면 넘치기도 쉽고 쌀이 푹 무르도록 익히기가 힘들다.
반드시 물을 조금씩 추가하면서 익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