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예쁘실까? 손주들에 대처하는 조부모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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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국 티브이에서 우리나라 대형원로가수 패티김이 토크쇼에 나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패티김 이라고 하면 풍부한 성량은 물론이고, 늘씬한 몸매의 비쥬얼과, 어떤 노래이든 심금을 울리는 감성을 불어넣어, 보고듣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는 대단한 가수이다. 그런 그녀도 이런저런 굴곡진 인생사를 거치면서 자녀를 낳고, 또 그 아이들이 자라서 아이를 낳고, 해서 할머니가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젊고 활기차게 살아오며 여자로서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려고 항상 노력하던 패티김은 자신에게 “할머니” 라는 이름이 붙는다는 것이 너무나 어색하고 반갑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어찌나 우리 엄마와 똑같은 심정인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할머니” 소리를 듣지 않을 핑계를 생각다못해, 외손주를 곧 출산할 딸에게 “할머니는 (외국인 혼혈아인) 손주가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이니, 그냥 ‘이모’ 라고 부르라고 하면 어떨까?” 하고 제안하기까지 했다는데…

이건 우리 엄마가 코난군 출산을 앞둔 나에게 늘 하던 것과 완전 똑같은 이야기였다. “나는 ‘할머니’ 라는 호칭보다는 ‘엄마의 엄마’ 라고 불러주면 좋겠다.” 라고 여러 번 부탁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청난 반전이 패티김에게도, 우리 엄마에게도 일어났다.

패티김은 방금 태어난 손주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내가 니 할미다!” 라고 외쳤다고 하고, 우리 엄마도 백일이 갓 지난 첫 손주를 직접 안아보시게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코난군의 할머니” 임을 그 어떤 직함 보다도 자랑스럽게 여기시게 되었다.

엄마의 지인 한 분은 손주가 사랑스러운 정도를 묘사하시면서 “품에 안으면 뼈가 녹아흘러내리는 느낌” 이라고 설명하셨다고 한다. 우리 엄마가 그 말에 진심으로 동의하셨음은 물론이다.

세월이 조금 더 지나 둘리양이 곧 태어날거라는 소식을 전해들은 우리 엄마의 말씀은 아직도 ‘정말 우리 엄마가 맞나?’ 하고 갸웃거리게 될 정도였으니… 엄마가 하신 말씀은,

“우리(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말함)는 손주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키우는 너희들이 힘들어서 그렇지…” 였다.

이건 그야말로 아주 먼 옛날 시골 할매할배들의 사고방식이지, 남보다 더 교양있고 세련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우리 엄마가 하실 말씀이 아니었다.

요즘 잠시 일을 쉬시고 집에 계시는 아버지 (아이들 외할아버지) 와 어머니를 위해서 주말이나 한가한 평일 저녁이면 스카이프로 화상채팅을 자주 한다. 두 아이들이 함께 목욕을 하거나, 마룻바닥에 놀이감을 잔뜩 펼쳐놓고 노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아침 식사도 미루고 즐거워하며 보고 계신다.

코난군은 새로 생긴 장난감 소개를 하거나 책을 읽어드리거나, 좋아하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여드리고, 이제 혼자 잘 앉을 수 있는 둘리양은 옹알이와 각종 재롱을 선사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없이 웃고만 계신 외할아버지의 모습이 오히려 더욱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고 행복해보인다.

그렇게도 좋으실까?

어쨌든 본의아니게 부모님께 기쁨을 선사하게 되어 나도 기쁘다.

2012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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