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낮추기

Loading

지난 몇 주 동안은 시간적으로 바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치루어내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은 정신 노동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코난 아범도 갑자기 일이 바빠져서, 집안 일이며 아이들 돌보는 것을 예전만큼 많이 도와주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가을이니 낙엽도 치워야 하고, 아이들 춥지 않도록 난방과 습도 조절도 신경써야 하고, 어린이집 행사, 아이 친구들 생일파티… 암튼 일과 가정, 집안팎으로 정신없이 바빴고, 아직도 일 주일 정도는 더 바쁠 예정이다.

나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 업무 중에 하나가, 학생 K의 교생실습 지도였다. K의 성격은 다른 많은 학생들이 그러하듯, 해야 할 일을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거나, 잔꾀를 부려서 조금이라도 일을 쉽고 간편하게만 하려고 하는 편이다. 어찌보면 나하고도 비슷한 점이 많다. ㅎㅎㅎ 아마도 그래서 이 학생에게 내가 감정이입이 더 많이 되어서 스트레스를 받는지도 모르겠다.

이 학생이 배치된 학급의 담임 선생님은 하필이면 무진장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하고 꼼꼼하기가 그 학교 최고인 선생님이라, K가 하는 일이 눈에 차지않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K는 제딴에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걸 몰라주고 늘 비판만 하는 담임선생님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K는 지금보다 더 잘 해야 하는 수준이 맞고, 그 선생님이 항상 비판적으로 나무라기만 하는 분이 아닌 것을 안다. 그런데 K는 어린아이 마냥, 늘 잘한다 잘한다 하는 칭찬만 듣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제 막 실습을 시작한 교생이 교사 업무를 잘하면 얼마나 잘 하는 수준일까? 겸허하게 배우는 자세로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될 것을, 그렇게 하지 못하고, 나에게 찾아와서 하소연을 하고, 선생님을 나쁜 사람으로만 몰아가는 모습은, 아무리 나를 닮은 학생이라 하더라도 용납하기 어려운 태도이다.

암튼, 그 학생 때문에 요 며칠간 골머리를 앓아왔고 어젯밤에 장문의 이메일을 그 학생으로부터 받았을 때는 나도 뚜껑이 열리고 말았다.

그리고 3학년에 다니는 또다른 학생 A 도 실습 나가는 어린이집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서, 나도, 어린이집 선생님도 잔뜩 신경써서 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조만간 선생님으로부터 어제 그 학생의 행동에 관해 이메일이 올 예정이다.

그 다음 스트레스는 교수 연간 업적 보고서를 평가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제 3년차에 접어드는 신참 교수 하나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강의를 엉터리로 하는데, 문제는 학생들은 놀고 먹으며 학점을 잘 받으니 강의평가 점수를 아주 높게 준 것이다. 이게 바로 학생 강의평가 제도의 문제점이다…

암튼 그 밖에도 학교의 여러 가지 일이 나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오늘 아침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연구실까지 걸어오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어제 참관했던 K의 수업에서 K가 좋은 말을 했다.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쓰는 수업이었는데, 그림을 되도록이면 자세하게 그리되, 어떻게 그려야할지 모를 때에는 “Do the best you could” 그냥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잘 하면 된다 라고…

오늘 K에게 자신이 어제 수업에서 했던 그 얘기를 그대로 인용해서 조언하는 이메일을 쓸 것이고, 다른 모든 일도 상식과 양심에 비추어 옳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금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연구실에 나온 사람이 별로 없다.

마이스키의 부드러운 첼로 연주를 틀고,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내일이 생일인 학과 비서 케티에게 줄 선물을 포장했다.

케티는 둘리양이 태어났을 때 축하 선물로 월마트제 옷 한 벌을 주었는데, 비서의 박봉을 쪼개서 선물을 마련한 성의가 고마워서, 월마트제 싸구려 옷이라도 최고급 유기농 명품 옷보다도 감사하게 받았던 일이 있다.

IMG_0406.jpg

인터넷 검색으로 초간단 생일카드 만들기 해서 찾아보니 종이와 펜과 가위로만 이렇게 선물을 포장하고 카드까지 만들 수 있었다.

이런 게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것…

IMG_0407.jpg


2012년 11월 2일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
Oldest
Newest Most Voted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