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8

초등학교 신입 학부모를 위한 오리엔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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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는 입학을 일주일 앞둔 신입 학부모를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길벗링커스 초등학교에서 있었다. 교생실습 지도교수로서 길벗 학교를 자주 방문해왔지만, 학부모로서 학교 행사에 참여하기는 처음이라 색다른 설레임을 느꼈고, 미국 학교 학부모로서 준비해야 할 것을 많이 배웠다.

아이들은 참석을 자제해달라는 부탁이 있었기에, 남편과 미리 퇴근 시간을 상의해서 두 아이를 맡겨놓고, 나혼자 참석했는데, 50-60명 정도 되는 학부모들 중에 한 두 집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아이들을 데리고 왔었다. 잠시 곁가지로 새는 이야기를 하자면, 미국 사람들은 어린이를 사랑하고 보살피는 배려심이 많지만, 결혼식이라든지, 파티나 행사에 ‘어린이는 초대하지 않습니다’ 하고 미리 분명히 명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그런 것을 ‘너무 야박하다’ 든지 하는 생각을 품지 않고, 모두들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아이들은 베이비시터를 고용해서 집에 머무르게 하고, 어른만 참석하는 것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어제 만난 크렉의 아빠 엄마도, 크렉과 데이빗, 두 아들을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왔는지, 두 부부가 함께 참석을 했다. (크렉은 코난군과 어린이집을 5년간 함께 다닌 친구이고, 데이빗은 크렉보다 세 살 많은 형이다.) 크렉의 부모는 데이빗이 입학할 때부터 길벗학교의 학부모인지라, 내 옆에 앉아서 이것저것 사소하지만 도움되는 정보를 많이 알려주었다.

어제 보고 듣고 배운 것을 남편과 나누기도 해야하고, 먼 훗날에 추억이 되도록 기록해둘 필요도 있고, 또 혹시라도 미국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까 해서 기록을 남긴다.

1. 코난군의 책가방은 매일 가지고 다녀야 하는 폴더 싸이즈보다 커야 하므로, 이번 주말에 쇼핑을 해야 한다.

2. 책가방 말고 다른 모든 물품은 30달러 수표를 내는 것으로 준비가 끝났다. 선생님들이 각자 교실에서 사용하는 만큼 일괄 구입을 했다고 한다. 다른 학교 학부모들은 크레용이며 연필, 필통, 가위, 화장지, 등등 여러 가지 물품을 규격에 맞는 것으로 사러 다니느라 분주했다는데, 길벗학교는 선생님들의 수고 덕분에 아주 편하게 되었다. 내 짐작에, 선생님들도 아이들이 각자 다른 색깔, 크기, 용량의 물품을 들고 오는 것보다 수월할 것 같다.

3. 방과후교실 등록은 다음주 화요일에 학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 할 수 있다고 한다. 등록 서류는 진작에 받아서 다 작성해두었으므로, 화요일에 등록금을 수표로 써서 서류와 함께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4. 코난군은 아침에는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하고, 저녁에는 방과후교실에 머물다가 내가 퇴근하면서 픽업하기로 정했고, 선생님들에게도 알렸다. 아침에 학교에 버스가 도착하면 각 반 선생님들이 버스에서 혹시 안내린 아이가 있는지 확실하게 확인하고, 교실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도 이탈하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지도한다고 했다.

5. 코난군의 스쿨버스는 126번 버스인데, 우리집에서 언덕 아랫쪽으로 세 집 정도 걸어내려가서 우리 골목과 프라임로즈 골목이 만나는 지점에서 승차한다고 한다. 매일 아침 8시 17분에 오는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면, 집에서 8시 15분에 나와야 할 듯 하다.

6. 코난군의 학급은 점심시간이 12시 35분에 시작하고, 그 전에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매일 오전 10시 30분쯤에 간식을 먹는다고 한다. 간식은 집에서 싸오는 것이 원칙이지만, 혹시라도 빠뜨린 아이를 위해서 선생님이 여분의 간식을 준비한다고 한다.

7. 간식의 메뉴는 딱히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이왕이면 과일이나 달지 않은 과자등의 건강한 식품을 권장하고, 교실에 식수대가 있으므로 음료수나 물을 따로 가지고올 필요는 없다고 한다. 참, 안전문제 때문에 간식은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봉지 같은 곳에 담아 보내라고도 했다.

8. 점심은 도시락을 싸와도 되고, 학교 급식을 사먹어도 되는데, 개인 계좌에 돈을 미리 넣어두고, 급식을 먹을 때마다 돈이 빠져나가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다섯자리 계좌번호를 외웠다가, 키보드에서 직접 쳐넣도록 하는데, 개학하기 전까지 집에서 미리 계산기나 리모콘 등으로 연습을 시켜서 보내라는 조언이 있었다.

9. 나는 원래는 매일 도시락을 직접 싸보내려고 작정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코난군이 먹고싶은 메뉴를 그날그날 직접 고를 수도 있고, 키보드에 숫자를 쳐넣고, 다른 친구들이 먹는 것과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을 더 좋아할 듯 해서, 당분간은 급식을 사먹도록 하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내 아침 시간이 여유로와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한 또다른 소득이다.

10. 매주 금요일은 점심 급식에 아이스크림을 추가해서 사먹을 수도 있다고 전했더니 코난군이 자못 기대하는 눈치이다.

11. 킨더가든 학년 모든 학급은 일주일에 한 번 미술 수업이 있고, 체육은 두 번, 음악도 두 번, 도서관 수업과 상담 수업이 각각 한 번 있다고 한다. 체육 수업이 있는 날은 운동화를 꼭 신겨보내거나 따로 챙겨 보내야 한다. 불편한 구두나 발가락이 노출되는 슬리퍼를 신은 아이는 체육 수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한다. 도서관 수업이 있는 날은 반드시 전 주에 빌려갔던 책을 반납해야만 또다른 책을 빌려갈 수 있으니, 매일 들고 다니는 폴더에 빌린 책을 잘 챙겨넣으라고 한다.

12. 어린이집과 달리 낮잠 자는 시간이 없으므로, 아이들이 저녁에 피곤해서 짜증내는 것을 미리 각오하고 있어야 하며,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얼른 피로를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13. 또 하나 어린이집과 다른 점은, 장난감을 가지고 올 수 있는 날이 따로 정해져 있다. “쇼 앤 텔”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알려주기” 차례가 된 아이만 집에서 장난감 (혹은 다른 무엇이라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 한 개를 가지고 와서 가방안에 넣어두었다가, 쇼앤텔 시간에만 꺼내도록 하는 것이 규칙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것이 코난군이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학교 생활일 것이다 🙂

14. 매일 가방안에 가지고 다니는 폴더는 선생님과 학부모가 커뮤니케이션 하는데 아주 중요한 매체이므로, 매일 저녁 빠뜨리지 말고 확인을 하라고 한다. 견학에 대한 안내문과 참가동의서라든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나, 워드 월 백 (Word Wall Bag: 일상생활에서 발견하도록 권장하는 단어 목록을 넣은 봉투), 여행다니는 맥스 (Max’s Trip: 맥스라고 이름붙인 강아지 인형을 학급의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집으로 데려가서, 맥스와 함께 지낸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써서, 학급 문집으로 완성하는 프로젝트이다), 등등의 중요한 서류나 숙제를 확인해야 한다.

15. 다음주 화요일 오후에는 아이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있는데, 그 때 여벌 옷 한 벌을 투명 비닐봉투에 담고 이름을 써서 가져가야 한다.

16. 아이의 생일이나 명절에는 간식이나 컵케익 같은 것을 보내도 되고, 물론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 그러나, 집이나 제삼의 장소에서 따로 파티를 하는데 초대장을 돌리고 싶다면, 반 전체를 초대하거나, 초대하고싶은 아이들의 주소를 선생님에게 받아서 조용히 따로 초대장을 돌리도록 한다. 소외감을 느끼는 아이가 없도록 배려하는 이유에서이다.

17. 공립학교 규정상, 선크림을 교사가 발라줄 수 없고, 학교에서 양치질을 따로 하지 않는다. 집에서 미리 선크림을 발라서 보내고, 아침 식사후에 양치질을 꼭 시켜야겠다.

18. 매주 월화수요일 아침 9시 15분 부터 10시 15분 까지는 킨더가튼 세 학급이 그룹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센터를 순회하며 각기 다른 과목을 배운다고 한다. 코난군의 담임인 윌리스 선생님은 과학을 가르치고, 허블 선생님은 읽기와 쓰기를, 브룩 선생님은 수학을 담당한다고 한다. 코난군은 과학 과목을 가장 좋아할 듯 한데, 마침 담임선생님이 지도하시니 잘 되었다 싶다.

19. 위의 센터 타임에는 학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나는 월요일 아침마다 돕기로 자원했다. 어떤 부모는 아이들이 이미 다 자라서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10년째 꾸준히 킨더가튼 교실에 매주 와서 센터타임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20. 여기에 가면 킨더가튼 선생님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http://www.mcps.org/GLES/Kindergarten.html

21. 코난군의 담임 윌리스 선생님은, 내가 본 킨더가튼 선생님 중에 최고로 훌륭하신 선생님이다. 이 선생님 반에만 가면, 킨더가튼 어린이는 물론이거니와, 대학생 (내가 지도했던 교생들) 조차도 자신의 잠재능력을 십분 발휘하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단 한 명의 아이라도 소홀히 대하지 않고, 무식하게 혹은 무례하게 구는 학부모라도 진지하게 경청하고 다정하게 조언을 해준다. 나는 코난군을 임신조차 하기 전부터, 윌리스 선생님이 내 아이를 가르치게 되기를 바래왔을 정도이다. 내 강의 시간에 좋은 선생님의 예를 들 때면 항상 윌리스 선생님의 수업방식이나 흥미로운 활동을 꼭 소개하게 된다.

22. 길벗링커스 초등학교 역시 훌륭한 학교로 소문이 자자하다. 학생들이 대부분 버지니아 공대의 교수나 대학원생의 자녀들이라, 학부모의 교육열이 높고, 그에 부응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많은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비록 학교 건물은 1963년에 지은 낡은 시설이지만, (불행히도 조만간 재건축을 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한다) 선생님의 자질과, 방과후교실의 다양한 프로그램, 학부모들의 참여 등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 동네 일등학교이다 🙂

2013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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