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매우 장려되고 있는 분위기인 듯 하다.
아빠 어디가 혹은 수퍼맨이 돌아왔다 등의 티비 오락 프로그램에서 아빠와 아이가 함께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한겨레 신문의 육아 페이지에도 아빠의 육아일기 등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아이의 교육은 엄마와 아빠가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이 아빠와 엄마의 상호보완하는 조력자로서의 행동을 보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서로 다른 성격과 취향과 전공 등을 골고루 간접경험을 할 수도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전차로… ㅋㅋㅋ
물리학자 아빠와 유아교육자 엄마가 힘을 합쳐 유아과학교육을 위한 책을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아직은 출판기획안을 준비하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내 글을 고정적으로 싣고 있는 잡지사에서 벌써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요즘은 아빠가 아이의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라, 나의 책 집필을 향한 꿈이 그리 멀지만은 않은 듯 하다.
며칠 전에 샘플 챕터를 써서 물리학박사인 남편에게 감수를 의뢰했는데, 중력가속도를 설명하려면 싸인함수를 설명해야 하고, 그건 유아기 아동에게 너무 어려운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유아에게 너무 어려운 과학 지식을 강제적으로 주입하는 것은 효과도 없는 교육일 뿐만 아니라, 그런 책을 써도 팔리지도 않을 것이다.
허나, 유아라고 해서 일상생활에서 자주 경험하는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는 과학의 원리를 그저 “넌 아직 몰라도 돼” 하고 마냥 내버려두기만 하는 것은 유아교육의 진정한 방법이 아니다. 내가 쓰려는 책의 목적이 바로, 그냥 넘어가기 쉽지만, 그 안에 숨은 과학을 끄집어내어 올바르게 쉬운 언어로 설명해주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출근준비로 바쁜 남편을 굳이 붙잡아서, 유아를 위한 해석은 내가 할테니 기울기와 가속도의 상관관계를 나에게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나도 고등학교 물리시간에 배웠던 내용이겠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서 잊어버렸고, 혼자서 독학을 하자니 다소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의 설명이 이렇게 이어졌고…
그 설명을 바탕으로 내가 이해한 것을 적어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유아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용어로, 그러니까 어린이 언어로 번역을 해보았다.
이 과정에서 싸인함수라든지, 중력가속도 공식이라든지 하는 디테일은 과감하게 생략되었다. 그건 그야말로 유아기 아동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아주 기본적인 뼈대는 그대로 살려서 과학적인 설명이 되도록 노력했다.
가파른 경사와 완만한 경사에서 미니카가 다른 속도로 굴러가는 이유는 “마법사가 주문을 외워서” 혹은 “가파른 길이 요술길이라서” 하는 등의 황당무계한 설명이 아니라, 기울기와 거리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중력가속도 라는 용어를 소개하고, 또 다른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원리를 유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이 내 취지였다.
암튼, 오늘 아침 3분간의 물리학자와 유아교육자의 퀵 세미나 자료를 살펴보니, 두 분야의 차이도 보이고, 아빠와 엄마의 성격의 차이도 다소 드러나는 듯하다.
아빠는 작은 메모지의 깨끗한 뒷면을 사용해서 수식을 간단하게 썼는데 반해, 엄마는 큰 메모지를 그것도 성탄절 장식이 알록달록한 면에다가 여러 번 그리고, 수식보다는 말로 설명하려고 애쓴 차이점이 보인다.
2014년 1월 10일
안녕하세요.
얼마전 82쿡에서 보이파크님을 알게되어, 블로그에 들어오게 된 학생입니다.
블로그까지 알게 되어 여러 글들을 흥미롭게 읽고있는데요.
어느 상담글에서
만 두살 어린이가 간식그릇을 엎는 행동을
운동역학 공부하는 중이라고 표현하신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멋진 답변이라고 생각했어요!
어쩜 이렇게 생각할수 있을까,, 하고 무릎을 탁 쳤다는!^^
블로그 글들을 읽으면서
아직 미혼이고 학생이지만, 훗날에 아이의 행동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한걸음 물러서 객관적으로 바라볼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항상 좋은 글들 잘 보고 있습니다^^v
반갑습니다.
82쿡에서 건너오신 분들이 여기에 제법 많아요 🙂
아직 학생이지만 나중에 어떤 엄마가 되겠다 하는 생각을 지금부터 하고 계신다니, 참 훌륭하십니다.
학교를 십 수년을 다니지만, 그 어느 과목에서도 좋은 부모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점이 새삼 놀랍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좋은 부모가 되는 법은 주로 티비나 다른 대중매체에서 하는 상업광고가 엉터리로 가르치는 것이 대부분이고, 사람들은 그게 진리인 줄 알고 무작정 따르고 있죠.
선재 님은 그런 상업적 시류에 휘말리지 않고 소신과 신념을 가진 좋은 엄마가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