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뭐 먹을래?” 하고 묻기도 전에 둘리양이 “엄마, 고기, 밥!” 하고 요청을 했다.
전날 먹었던 쇠고기 무국에 밥을 말아 달라는 뜻이다.
휴가 여행 내내 먹는 것이 시원찮던 둘리양을 위해서 국을 끓이고 국물에 쌀밥을 말아주니 잘 먹고 화장실 소통도 다시 원활하게 되었더랬다. 이 녀석은 국물 좋아하고 한식 좋아하는 입맛이 나랑 많이 닮은 듯 하다.
전자렌지에 국과 밥을 데우는 동안 남편이 커피를 내리면서 코난군에게 아침식사로 뭘 먹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남편은 아침에 씨리얼이나 토스트 같은 가벼운 음식을 직접 차려 먹고, 코난군의 입맛도 비슷하기 때문에 두 남자의 아침밥은 남편이 주로 챙기는 편이다.
그런데 이 날 코난군의 요청은 “팬케익” – 아빠가 간단히 차릴 수 없고 엄마가 만들어야 하는 음식이다.
그래서 아침 식사 준비로 한식과 양식을 만들어야 했다.
남편은 뭘 먹었는지 기억도 안나네… 애들 먹을 걸 준비하느라… 쬐금 미안… 🙂
원래 아침을 안먹는 나는 남편이 내려준 맛있는 커피 한 잔이 아침 식사이다.
오랜만에 상큼한 깍두기가 먹고 싶어서 깍두기를 담갔다.
무 세 개를 뿌리와 줄기 쪽만 잘라내고 껍질은 벗기지 않고 솔로 박박 문질러 씻었다.
어차피 붉은 고춧가루 양념이 묻으면 껍질의 흠집은 가려져서 안보이게 될 것이고, 사과나 복숭아 등의 과일처럼 무도 껍질부분에 섬유소나 영양분이 많을 것 같아서이다.
김치나 나물반찬을 만들 때 재료를 씻는 것이 귀찮게 여겨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 가족 먹이려고 하는 것도 이렇게 귀찮은데, 돈받고 파는 것은 얼마나 대충 씻어서 만들었을까? 씻기나 하고 재료를 사용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씻는다.
무가 어찌나 단단한지 이렇게 깍둑썰기를 마쳤더니 칼을 잡은 손이 벌겋게 되어서 얼얼할 정도였다.
굵은 소금을 뿌려서 한나절 절여두었다.
찹쌀풀을 쑤어서 식힌 것에 고춧가루를 넣고 두어시간 두어서 고춧가루의 매운맛과 향이 잘 녹아나도록 했다.
김치 양념으로는 생강과 마늘, 그리고 양퍄를 갈아 넣었다.
어디에선가 읽은 정보인데, 김장김치 처럼 오래 보관해야 하는 김치에는 양파를 넣으면 좋지 않지만, 깍두기에 양파를 넣으면 시원하고 달큰한 김치가 된다고 했다.
미니 푸드프로세서로 위의 모든 양념을 갈아서 섞고, 새우젓도 두 숟갈 넣어서 잘 섞었다.
마지막으로 잘 절여진 무를 소쿠리에 건져서 물기를 빼내고, 고춧가루와 양념을 넣고 잘 버무리면 완성이다.
상온에 하루 정도 두어서 발효를 시킨 다음 냉장고에 넣어야 하지만, 요즘은 너무 더운 날씨라 쉬어버릴까 겁이 나서 바로 냉장고에 넣었다. 조금씩 먹을 만큼 작은 반찬통에 담아서 상온에 두고 익혀 먹는 것이 좋을 듯 하다.
2014년 7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