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둘인 맞벌이 주부가 혼자힘으로 손님상 차리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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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라면 맞벌이 부부가 손님을 초대하는 일 자체를 만들지 않거나, 불가피하게 집에서 손님을 치루어야 한다면 배달음식을 차린다거나,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거나, 도우미를 부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남편은 집으로 손님을 불러서 함께 먹고 마시는 일을 무척 좋아하고, 우리 동네에서는 내가 직접 만들지 않으면 한국음식을 먹을 수가 없고, 나를 도와줄 가족이나 도우미가 없는 환경에서 살다보니, 날마다 일머리가 늘어가고 있다.

오늘은 내가 손님초대상을 준비하는 과정을 상세히 적어보려 한다.

가장 먼저 메뉴 선정.

손님의 취향과 연령대, 인원수, 등등을 고려해서 전채요리, 메인, 샐러드류, 음료, 후식, 등의 메뉴를 미리 정하는 것이 손님초대의 시작이다. 또한, 집에 이미 많이 있는 식재료나 반찬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메뉴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간과 자원이 절약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음식의 맛과 분위기가 잘 어우러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날의 메뉴 주제는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 이었다.

초대한 두 가족의 와이프들이 각기 중국과 대만 출신이라 한류열풍을 타고 한국 티비를 많이 보고, 한국음식도 즐겨 먹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남편들은 미국사람이고, 그 아이들도 모두 미국에서 나고 자랐으므로, 한국 음식 중에서도 매운 맛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골고루 섞어서 메뉴를 짰다.

참고로, 메뉴를 정하는 것은 따로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이 아니고 (그럴 시간 없음 :-), 학교에서 일하다가 잠시 쉴 때나, 심지어 회의 시간에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주제로 토론이 이어질 때 한글로 이렇게 메뉴를 쓰고 있으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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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를 짜면서 자연스럽게 쇼핑리스트도 만들어지는데, 미국 마트에서 사야하는 것과 오아시스 마트에서 사야하는 것을 분류해서 적고, 나중에 종이나 아이폰 메모장에 옮겨 적을 때는 마트의 동선을 따라서 사야하는 물품을 차례대로 적으면 쇼핑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좋다.

피곤해서 칭얼거리는 둘리양을 데리고 쇼핑을 하거나, 또는 코난군의 방과후 교실 마감시간까지 30분 정도 밖에 안남은 빠듯한 시간안에 쇼핑을 마쳐야 할 때에는 1분 1초가 아쉬운데, 마트 입구에서부터 계산대까지 카트를 밀고 달리면서 필요한 것을 집어갈 때, 잘 적어둔 쇼핑리스트는 큰 도움이 된다.

손님이 토요일 점심에 오기로 되어있으므로, 금요일 저녁에 남편이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는 동안에 나는 음식을 만들기에 앞서 미리 준비할 재료를 장만해둔다. 밑반찬이나 김치 종류는 미리 만들어두면 시간이 절약되지만, 메뉴에 따라서는 손님이 오기 직전에 만들어야 제 맛이 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어느 선까지를 미리 만들고, 어디서부터는 당일날 먹기 직전에 만들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메뉴를 짤 때 이것도 미리 고려해야 한다.

튀김만두는 먹기 직전에 튀겨야 하므로 속재료만 완벽하게 준비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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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를 꺼내서 준비하는데… 만두 속에 넣을 고기는 미리 양념을 해두면 훨씬 맛있기 때문에, 다진 고기는 퇴근하면서 장을 봐오자마자 가장 먼저 양념을 해두었었다. 그리고 이 시점은 아이들과 남편이 저녁을 다 먹고 남편이 아이들을 씻기러 간 때이므로, 고기는 두어시간 동안에 양념맛이 잘 들어있었다.

두부를 짜고, 부추를 다듬어서 잘게 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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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튀김만두에 넣을 고기 재료는 미리 볶아서 사용하면 튀길 때 기름이 튀지도 않고 혹시라도 고기가 덜익는 일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양념한 고기를 볶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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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가 잘 뭉쳐지라고 계란도 한 개 넣고, 잘 섞어서 뚜껑달린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만두 준비는 끝이다. 재료를 섞을 때 아예 냉장고 보관용기에다 하면 설거지도 절약하고 일도 간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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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탕수육 준비이다. 만두를 튀긴 다음에 이미 달구어진 기름이 아까워서 돼지고기도 튀기기로 한 것이다.

만두와 마찬가지로 고기는 먹기 직전에 튀겨야 맛있으니 양념만 재워두고, 탕수육 소스에 들어갈 재료를 썰어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미리 시간이 있을 때 준비하다보니 이렇게 야채를 예쁜 모양으로 썰어보기도 하고, 무척 여유로웠다.DSC_2197.jpg

다음으로는 샐러드 메뉴로 정한 닭냉채이다. 집에 먹다가 남은 로스트 치킨이 많아서 정한 메뉴이다. 닭살을 찢어놓고 (참고: 로스트 치킨도 내가 직접 만든건데, 슬로우쿠커를 이용하니 무척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야채를 채썰어서 통에 담아두었다. 다음날 상을 차릴 때 큰 접시에 돌려담기 좋게 차곡차곡 담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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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채 소스는 간장에 겨자와 와사비, 설탕, 식초, 그리고 레몬즙을 넣어서 만들었다.DSC_2198.jpg 

그리고 탄수화물 메뉴인 떡볶이는 미리 만들어두면 떡이 퍼져서 맛이 없으므로 이렇게 재료를 썰어서 아예 냄비에 담아두고, 떡볶이 양념장도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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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 무생채는 냉장고에 원래 들어있던 것이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고…

DSC_2205.jpg 손님이 오기로한 토요일 아침 아이들 아침밥을 먹여서 기분좋게 놀게 만들어놓고 (또는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음료나 얼음을 사러 가까운 마트로 데리고 나가기도 한다) 나는 막판 요리를 시작해서 손님이 도착하는 시간까지  상차림이 완성되었다.

즉석에서 빚어서 튀겨낸 만두는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음료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손으로 집어먹는 핑거푸드 전채요리로 내기도 하고, 이렇게 접시에 담아서 테이블에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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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를 다 튀겨낸 다음, 양념해두었던 고기를 튀김옷입혀 튀기고, 그 옆에 화구에는 작은 냄비를 놓고 소스를 끓여 부어 만든 탕수육이다. 꽃모양으로 썬 당근을 보며 손님들이 감탄을 했다 🙂 미국 사람들은 손재주가 별로 없어서 이렇게 잔손질을 많이 한 음식을 보면 모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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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에 썰어둔 재료를 큰 접시에 동그랗게 둘러 담고 양념장을 뿌려서 내놓은 닭고기 냉채이다. 로스트 치킨은 이미 약간의 간이 배어있으므로 양념장은 야채쪽으로만 둘러서 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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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학교 동료교수인 브라이언이 무척 좋아하는 떡볶이는 튀김을 하는 동안에 옆 화구에 냄비를 올려놓고 중간불에 눌지 않도록 가끔씩 저어주기만 하면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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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출신의 아줌마가 만들어온 새우요리도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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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대만인 부모를 둔 올리비아가 만들어온 콩자반과 데블드 에그도 차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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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콩자반을 직접 만들어온 뒷이야기가 재미나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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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마침내 근사하게 차려진 손님 초대 상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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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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