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찾을것이요, 궁리하라! 만들어질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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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필요한데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 가장 손쉬운 해결 방법은 그것을 돈을 내고 구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팔지 않는 물건이거나, 팔기는 하지만 내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의 수준에 미달하거나, 아니면 턱없이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할 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답은 간단하다.

만들면 되지 🙂

우리 가족에게는 맥가이버 처럼 무언가 만들어내는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코난 아범이 무엇이든 뚝딱뚝딱 잘 만들어내는 사람인 것은 이미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고, 나역시 유치원 교사생활을 해서 그런지 폐품이나 잘 안쓰는 물건으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일을 잘 하는 편이다. 냉장고 안의 시들어가는 식재료를 가지고 반찬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꽤나 오랜 훈련을 통해 잘 하게 되었다.

아빠 엄마의 맥가이버 활동을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아이들은, 이제 무언가 고장이 나면 “아빠~~” 하고 부르고,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으면 “엄마~~” 하고 만들어 달라고 한다.

약 한 달 전에 코난군이 자기가 봤던 만화영화의 주인공과 똑같이 생긴 인형이 갖고 싶다고 했다.

사달라고 해봤자 짠돌이 아빠 엄마가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라 이미 짐작했는지, 나더러 천으로 바느질을 해서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예전에도 천으로 여러 가지 봉제 인형을 만들어준 적이 많아서 그러겠노라고 쉽게 대답을 했으나, 인터넷 검색을 해서 찾아낸 인형의 모습은, 내 서투른 손바느질 솜씨로 재현해 내기가 무척 어려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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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몸통에 팔다리 네 개만 붙이면 되는 (그것도 아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곰이나 토끼 등의 동물 인형과는 달리, 이건 머쉬멜로우 조각 모양으로 만들어진 사람의 형상이다. 게다가 화려한 군인 제복과 모자와 부츠와 칼까지…

주중에는 출근해서 직장 일하고 퇴근해서 집안일 하느라 도저히 시간이 안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집중적으로 만들어서 꼬박 3주간의 주말이 걸렸다. 천 대신에 손가락을 찔러서 피가 나기도 하고, 바늘 귀에 실이 잘 안들어가서 애를 먹는 일은 다반사… 왜 꼭 한 땀만 더 기우면 되는데 하필 그 때 실이 모자라는지… 바느질감을 잡고 앉았는데 우유를 달라느니, 이리 와서 자기랑 놀자느니, 졸려서 칭얼거리는 둘리양 때문에 힘들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완성한 마샬 멜로우 (마샬 은 육군 원수 라는 뜻이 있다) 인형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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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 비하면 허접하기 그지없지만, 코난군은 엄마가 만들어준 인형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놀았다. 한 번은 마당에 나가서 놀다가 손이 더러워져서 인형을 들고 들어오지 못하겠으니 자기 겨드랑이에 끼워달란다. 내가 괜찮다고해도, 조금의 손때도 묻히고 싶지않을 만큼 인형이 소중했던가보다.

하기야… 3주일간 투덜투덜대며 바느질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는 제 마음도 편하지는 않았을게다. 엄마가 바느질을 계속 할 수 있게 하느라 동생을 도와주어야 했고, 동생이 울지 않도록 모든 걸 양보해야만 하기도 했다. 

그렇게 고생하고 오랜 시간 기다려서 얻은 물건이니 어찌 귀하고 소중하지 않을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인형을 직접 만들어준 것은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있었다.

일단, 저 인형은 아직 시판되지 않는 물건이다. 세상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그러나 갖고 싶은 물건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첫번째 좋은 점이다.

다음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치루어야 하는 값어치를 코난군이 몸으로 체득했다는 점이다. 엄마가 바느질을 계속해야 인형이 완성되는데, 동생이 계속 울면 엄마가 바느질을 멈추고 동생을 달래주어야 하니, 장시간 동생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도록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했던 것이다. 돈을 주고 원하는 것을 사주었다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점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연습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바늘에 손가락을 찔려서 아파하는 걸 보더니, “엄마, 너무 많이 아프면 오늘은 그만해도 돼요” 하며 안쓰러운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또한, “이 코트는 장식이 너무 많아서 다 만들어 붙일수가 없겠어” 하고 투덜대는 나에게 “이거랑 이거는 없어도 돼요. 하지만 이 부분은 꼭 있어야해요 왜냐하면…블라블라…” 하면서 꼭 반드시 필요한 것과 생략해도 되는 것을 나에게 설명+협상했다.

위의 협상 과정에서 코난군은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연습도 할 수 있었고, 협상의 상대방에게 자신의 논리적 근거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설명을 하는 연습도 할 수 있었다.

뭘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깟 못난이 인형 하나 만들어주고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말이 되게 많네’ 하고 비아냥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에 대해 뭘 좀 아는 🙂 내가 보기에는 이런 일상의 작지만 소중한 경험과 연습이 오래도록 쌓이고 쌓여서 마침내 아이의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이 신장된다. 비판적 사고력도 키울 수 있고 언어표현, 감정과 사회성, 등등의 발달 분야 전반에 걸쳐 아주 교육적인 경험이 되었다고 본다.

코난군의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보여주는 예가 있다.

DSC_2861.jpg 레고를 가지고 좋아하는 게임의 케릭터를 재연해 내었다. 아무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머릿속으로 구상해서 이렇게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만든 것이다. (남편 주: 위의 사진을 ‘레고 클럽 주니어’ 매거진의 ‘쿨 크리에이션 주니어’ 섹션에 공모했다. 혹시 편집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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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비교해보면 각 케릭터의 소품 (모자나 턱받이 나비넥타이 같은 것)과 색깔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코난군의 놀라운 관찰력과 그것을 주어진 재료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발휘된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볼 수 있다.

우스개 소리인지 사실인지 몰라도 서울 어디에는 창의성을 가르치는 학원이 있다고 하는데… ㅎㅎㅎ 창의성이나 문제해결능력은 영어 수학 과학 처럼 분리된 과목으로 가르치고 배워서 습득하는 기술이 아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늘 창의성을 요구하고 해결해야할 문제가 (그러나 아이 수준에 알맞은 문제) 계속해서 주어져야만 경험하고 연습하면서 신장되는 품성이다.

우리 코난군이 계속 이렇게만 자라준다면 외딴 섬에 홀로 남겨져도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며, 정글보다도 더 치열하다는 이 세상에서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우리 가족의 모토는 계속될 것이다.

뭐? 그게 없어?

그럼 만들자!

어떻게?

생각해보자!

2015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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