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0

회고록 7편: 어린이집 교사와 아이들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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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에 원래 계획되었던 회의 하나가 취소되어서 일찍 퇴근하고 한국 티비를 볼 시간이 생겼다. 그런데 소비자 리포트 라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어린이집의 문제점을 보여주는데 이제 겨우 두 돌이 넘은 아이들을 주먹으로 쳐서 넘어뜨리거나 아이를 들어서 집어던지는 등의 믿을 수 없는 장면이 나왔다.

이런 모든 장면들이 결국 해당 어린이집의 폐쇄회로 티비에서 녹화된 것인데, 단순하게 모든 어린이집 교실에 감시티비 설치를 의무화 시킨다고 해서 이런 교사(라고 불릴 자격도 없는 사람)들의 폭력이 없어질까?

또다른 방안이라며 나온, 전업주부의 자녀들은 종일반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게 하기. 이것은 전업주부와 취업주부의 선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문제부터 시작해서, 직장다니는 엄마의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을 당해도 괜찮다는 이상한 논리를 만들어낸다.

지금은 부실한 급식과 거기에서 부당한 이윤을 창출하는 어린이집 원장에 대해서 보도하는 중인데, 이것 역시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흔한 비리 항목이다. 내가 일했던 기관은 모두 원장이 고용된 직급이라서 그럴 우려가 덜했지만 – 자기 주머니를 채우려하지는 않았지만 부족한 운영비를 급식비에서 남겨서 충당하는 일은 있었다 – 개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써야할 돈을 안쓰면 그대로 원장의 주머니로 돌아가는 구조속에서는 절대로 예방하거나 방지할 수 없는 비리이다.

내가 정부의 예결산 운영 방안이라든가 세무 행정 업무를 전혀 알지 못하니, 어쩌면 내가 지금부터 써내려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라는 것이 무척 허황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의견이 누군가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그것이 퍼져나간다면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 교사 양성 과정

3년제든 4년제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교사 양성 과정에서 올바른 유아교육 이론을 가르치고 그 실제를 실습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유아교육을 제대로 배운 교사는 아이들을 때리는 것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유아의 문제 행동을 더욱 조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절대로 유아에게 폭력을 쓰지 않는다.

또한 충분한 실습 기간 동안에 교실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을 미리 배우고 대비하는 요령을 쌓게 된다. 그 과정에서 유아교육이 적성에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걸러내는 효과도 있다.

온라인 단기 보육교사 양성과정에서 배우는 유아교육과 명문대 유아교육학과에서 배우는 유아교육이 같아야만 한다. 즉, 극소수의 부유층 자녀를 위한 유아교육과 서민의 자녀를 위한 유아교육이 서로 다른 것이어서는 안된다.

내가 졸업한 삼화여대는 이런 면에서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축적해온 훌륭한 유아교육의 이론과 실제를 세상에 나와서 널리 알리고 보급하려는 노력을 해야지, ‘우린 너무 잘났어’ 하는 태도로 자기들만의 리그를 유지하려는 자세는 결국 유아교육의 양극화를 초래한다고 생각한다.

  •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공교육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구립 어린이집이나 공립 유치원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 공립 유아교육기관은 원장이 기관을 소유하지 않고 정해진 봉급을 받는 지위에 있으므로, 교사와 동등한 (종류만 다른) 파워를 가지고 있고, 운영비를 빼돌려서 개인의 주머니를 채울 수가 없게 된다.

또한 정부의 관리와 감독이 더 세심하게 실시될 수 있다. 따라서, 교직원의 임용과 임금 지급, 휴가와 대체근무자, 등의 업무도 효율적이고 교사의 복지에 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할 수 있다.

  • 교사의 임금과 학부모의 등록금 사이의 관계 단절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완전히 공공기관이 되면 교사의 임금은 온국민이 내는 세금에서 주는, 즉 교사는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이 되고, 학부모는 각 기관에 등록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나 교육부 또는 보건복지부에서 등록금을 수납해서 각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운영비로 나누어주는 체제가 되면 교사가 교원양성과정에서 배운 올바른 유아교육을 소신껏 실행할 수 있다.

더욱 꿈같은 소리를 하자면, 유럽의 선진국처럼 유아교육 등록금을 완전히 면제해준다면 더욱 좋겠다. 그러면 전업주부와 직장다니는 주부들이 서로 편을 갈라 싸울 일도 없고 얼마나 좋을까.

  • 유아교육 기관의 완전 개방

학부모가 언제라도 불시에 기관을 방문해서 자녀를 잠시라도 만날 수 있게 하고, 점심 시간이나 낮잠 자는 시간 등에는 부모가 함께 도울 수 있도록 하면 (물론 시간이 허락하는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는 것이다) 교사의 과중한 업무도 도울 수 있고, 아이들이 먹는 음식의 질과 양을 자연스럽게 확인도 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근무했던 삼화여대 복지관 어린이집은 이런 식으로 부모들이 자주 들러서 아이들이 먹는 모습, 자는 모습, 노는 모습을 보고 가곤 했기 때문에 교사와 학부모간에 신뢰가 굳게 형성되었다.

유난히 말썽을 많이 일으키는 아이의 부모는 다른 얌전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가정에서도 자녀를 훈육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또 반대로 가정에서는 애기처럼 굴던 자신의 아이가 교실에서는 의젓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며 유아교육의 효과를 실감하기도 할 것이다. 또한 낮잠 시간에 아이들을 억지로 재우기 위해 수면제를 먹인다더라, 등등의 괴담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갓 태어나서부터 생후 5년 동안에 인간의 두뇌는 25%에서 95%로 성장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시기의 아이들의 행동을 잘 관찰해보면 정말 재미있는 일이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밝고 맑고 즐겁다.

심하게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라 하더라도, 몇 시간만 잘 관찰하면 그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만 하면 금새 순한 양이 되는 것이 유아교육의 신비로움이다.

몇 년이 지나도 별 변화가 없는 어른들과는 달리, 어린이들은 (어릴수록 더욱 더) 몇 달, 몇 주, 심지어 며칠 사이에 큰 변화와 성장을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내 전공이 무척 재미있고 좋다.

보육교사이든, 공립 유치원 교사이든, 유아교육학과 교수이든, 모두가 나와 같은 길을 가는 동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좁고 험한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유아교육 교사들에게 깊은 존경과 격려를 보낸다.

얼른 유아교육계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서 더이상의 불미스러운 폭력과 비리 사태가 생기지 않고, 일한 만큼의 댓가와 존경을 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회고록을 마친다.

2015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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