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쿡 게시판에 제면기 관련 글을 올렸더니 댓글 중에 한국식 쫄깃한 소면을 만들 수가 없어서 구입했다가 도로 반품했다는 사람이 있었다. 나도 그러지 않아도, 기계로 뽑아낸 면은 아무래도 손으로 (혹은 일본 우동 장인은 발로 밟기까지 한다는 ㅎㅎㅎ) 오래 치대서 반죽한 면처럼 쫄깃한 수타면을 흉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우리집에 와서 즉석에서 뽑은 국수로 만든 콩국수를 먹고난 다음날 바로 똑같은 기계를 구입한 주교수 님과 의견 교환을 하면서 각기 실험을 여러 차례 해본 결과, 국수를 한 번만에 뽑는 것이 아니라, 도로 기계에 넣어서 다시 뽑아내고, 또 다시 뽑아내고, 이렇게 반복하면 면발이 수타면에 가깝도록 쫄깃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밀가루를 사용할 때는 강력분 (브레드 플라워)을 사용하고, 우리처럼 제분기를 쓸 때는 밀 중에서도 특정 품종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데,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것이다) 을 갈아서 쓰는 것도 쫄깃한 수타면 제조에 도움이 된다. 82쿡의 또다른 댓글로 반죽에 식용유를 아주 약간 넣어서 치대고, 냉장고에서 몇 시간 동안 반죽을 숙성시켰다가 국수를 뽑아보라는 말도 있었는데, 그것도 다음에 시도해보려고 한다.
암튼, 오늘의 국수는 제법 성공적이었다.
통밀을 직접 갈아서 표백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은 밀가루로 만든 국수라서 색깔은 어둡지만, 세 번 연속해서 제면기를 거쳐나온 것이라 제법 우동 면발을 닮아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우동 샐러드이다.
쯔유 소스와 마요네즈를 동량으로 넣고, 설탕을 한 숟갈 정도 넣고, 후추와 다진 파를 넣은 샐러드 드레싱에다가, 야채와 우동을 넣고 섞어서 먹는 요리이다.
아이들을 포함해서 온가족이 맛있게 먹었다.
마트에 레몬이 싸게 나왔길래 – 열 개 정도 들어있는 망 하나에 3.99달러 밖에 안했다 – 레몬수를 만들어 마시려고 사왔다. 얇게 썰어서 물에 담궈놓기만 하면 끝. 맹물보다 상큼해서 갈증을 더 빨리 해소해 주는 듯 하다.
어제 저녁에 먹었던 아스파라거스 새우 볶음 요리인데, 남편이 아스파라거스를 무척 좋아해서 만들었다. 조리법이나 양념같은 것은 무척 간단해서, 식용유를 두른 팬에 모든 재료를 넣고 푹 익혀준 다음 소금과 후추를 뿌린 것이 요리과정 전부이다. 다만, 아스파라거스는 익으면서 물이 많이 흘러나와서 기름이 많이 튀기 때문에, 뚜껑이 있는 팬을 사용하는 것이 깨끗한 부엌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은 사진을 찍기도 전에 손이 먼저가는 냉동식품이 그리도 맛있나보다.
오빠와는 달리 케찹을 무척 좋아하는 둘리양은 감자튀김을 먹을 때 꼭 케찹이 있어야 한다.
2015년 6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