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줌마들에 대한 편견을 깨준 데비의 브리또 따라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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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레이크리지 리조트에 동료교수 데비네 가족과 함께 캐빈을 예약해서 2박 3일을 함께 지냈는데, 데비는 그 리조트가 고향집과 가까워서 어릴 때부터 자주 왔던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예약도 데비가 직접 하고, 2박 3일의 일정과 식사준비 등등의 전반적인 계획과 준비를 데비가 일임하다시피 했다. 나는 모든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는 것 외에는 달리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음료수나 과자 같은 것을 넉넉하게 사가고, 또 커피만드는 것은 남편이 전담하기로 했고, 제면기도 가지고 가서 파스타 요리를 한 번 해먹였다.

그런데, 데비가 여행을 위해서 준비해온 음식을 보니,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미국 아줌마들은 살림을 거저 먹기로 편하게 한다는 편견이 사라졌다.

마트에 가면 냉동코너에 다양하게 진열된 미국 음식을 사다먹거나, 아니면 간편하게 준비된 재료를 사다가 최소한의 조리만 해서 밥상을 차리는 것이 미국 아줌마들의 살림사는 법이라고 생각했었다. 즉, 팬케익 가루를 사다가 우유만 부어서 반죽해서 후라이팬에 부친다든지, 샐러드는 야채만 씻어서 썰고 드레싱은 시판되는 제품을 뿌려서 먹는다든지,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데비가 준비해온 것은 직접 끓인 칠리숩, 재료 하나하나를 직접 준비해서 만들어 온 브리또, 팬케익을 굽기위한 모든 재료 (믹스가 아닌 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 소금 설탕 식초 등등), 그리고 잘 씻어서 먹기좋게 썰어 담아온 갖가지 야채와 과일이었다.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는 쥬스와 과자 종류도 많이 사왔고.

마트에 가면 칠리숩은 완제품으로 통조림에 담아서 팔기도 하고, 마트에서 끓여서 파는 숩도 그런대로 먹을만한 맛이다. 브리또 역시 완제품은 원하면 냉동식품 코너에서 집어올 수 있고, 아니면 만들어진 속재료를 사다가 넙적한 빵에 넣고 싸기만 해도 되는데, 데비는 그렇게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서, 잘 포장해서 아이스박스에 담아서 차에 싣고 와서 다시 캐빈의 냉장고에 옮겨 두는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아직 어린 두 아이들의 물놀이며 캠핑도구를 챙기는 것만 해도 얼마나 일이 많은지는 비슷한 또래 아이 둘을 키우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아무리 방학이라 시간이 많다고 해도,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은 보통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일인데, 거기에 더해서 우리 가족까지 먹일 것을 그렇게 하나하나 다 준비한 것을 보니 존경스런 마음이 다 들었다.

데비는 학교에서 일을 할 때에도 생각이 깊고 진중하면서도 추진력이 있어서 우수한 강의평가를 받거나 휼륭한 연구업적을 쌓는 편인데, 가정생활에서도 그 부지런하고 사려깊은 성격이 고스란히 발휘되는 모양이다.

내 자신을 돌아보니 나야말로 참 거저먹기로 대충대충 일하고, 대충대충 살림하며, 그렇게 엉터리로 살아온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각설하고, 데비가 만들어온 브리또를 코난군이 무척 맛있게 먹길래 나도 한 번 만들어보자! 하고 도전해 보았다.

아침식사용으로 계란과 고기를 넣은 데비의 것과는 달리, 나는 점심식사용으로 멕시칸 라이스와 고기를 넣어서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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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띠야 빵 위에다가 양파를 넣고 볶은 멕시칸 라이스와 타코 소스로 양념해 볶은 쇠고기, 치즈를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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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말아서 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구웠으나… 밀가루가 전혀 없이 옥수수 가루로만 만든 또띠야 빵을 썼더니 잘 말리지가 않고 부서져서 모양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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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방법을 수정!

후라이팬에 또띠야 한 장을 깔고, 그 위에 치즈를 조금 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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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위에 고기와 밥을 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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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치즈를 얹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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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띠야를 덮어서 앞뒤로 노릇하게 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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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띠야는 버터에 구워져서 고소한 맛이 살아났고, 치즈는 적절히 녹아서 밥과 고기를 꽉 붙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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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군이 이번에도 맛있다며 잘 먹었다.

오빠와는 달리 한식이 아닌 이런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둘리양도 속에 밥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잘 먹었다.

데비 따라하기 성공!

2015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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