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웃, 그리고 인도인들의 대단한 교육열

Loading

DSC_4156.jpg

우리집에서 사선으로 길 건너편 집은 집주인이 다른 마을에 살면서 이 집은 세를 주고 있기에 해마다 이맘때면 새로운 세입자가 이사를 온다. 올해에는 루이지애나 주에서 교수로 일하다가 버지니아 공대로 옮겨온 인도인 교수 부부와 딸 가족이 새로 이사를 왔다. 코난군이 2학년 올라가는 첫날, 학교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새로 이사온 가족이 이번에 킨더가든 학년에 처음 입학하는 딸을 등교시키고, 그 역사적인 장면을 기념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온가족이 다함께 버스 정거장으로 내려와서 나와 인사를 하게 된 것이었다. 경제학과 교수인 아저씨와 불어를 가르치는 아줌마는 한눈에 봐도 인상이 좋고 친절한 사람같아서 새로운 이웃이 반가웠다. 새로운 동네에 이사오자마자 초등학교를 처음 시작하는 소녀 아마리타도 예쁘고 똘똘하고 상냥한 아이였다.

조용한 우리 골목에 어린이가 한 명 추가되니 반갑다는 환영인사를 내가 했고, 그 집 부부는 길벗링커스 초등학교에 관해서, 그리고 방과후교실에 관해서 몇가지 질문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자주 오가며 아이들을 놀게 하고, 또 만일의 경우에 버스에 아이들을 태우는 것과 하교하는 버스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는 것을 서로 돕자고도 했고, 전화번호도 교환을 했다. 그 다음날부터는 내가 둘리양을 데려다주고 코난아범이 코난군을 버스를 태우게 되어서 코난아범도 그집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고 한다. 등하교길에 우리집을 지나쳐가면서 트리하우스와 플레이하우스를 본 아마리타가 저 집에 놀러가고 싶다고 졸라서, 토요일 아침에 놀러오라고 초대를 했다.

토요일 아침에 아마리타가 아빠와 함께 우리집에 놀러왔는데, 성별도 다르고 나이도 어려서 코난군보다는 둘리양이 아마리타와 더 잘 어울려 놀지않을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세 아이들이 모두 잘 어울려 놀았다. 마당에서 트리하우스와 플레이하우스를 오가며 놀기도 하고, 타이어 그네도 타고 파워휠 (자동차)도 타고 바운시 하우스에서 뛰어놀기도 하다가, 집안으로 들어와서 이번에 새로이 단장을 한 둘리양의 공주방 구경도 하고 코난군 방의 장난감을 꺼내서 놀고, 다시 아랫층으로 내려와서 함께 영화를 보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에 아마리타의 아빠와 코난아범은 함께 집안 곳곳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마침내는 자기집에 머물러있던 아마리타의 엄마까지도 우리집으로 오라고 불러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초대에 감사하다며 나중에 꽃을 사서 일부러 갖다주러 오기도 했었다. 파머스 마켓에서 샀다는 저 꽃은 생김새보다도 그윽한 향이 더욱 아름다웠다. 염치와 예의를 아는 좋은 사람들이 새이웃이 되었고, 아이들끼리도 어른들끼리도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꽃을 보는 것이 더욱 즐거웠다.

하지만 코난아범은, 아마리타네 부모의 교육열이 우리가족과는 많이 차이가 나서 어쩌면 조금은 거리를 두게 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제 킨더가든에 입학하는 아마리타는 벌써 읽고 쓰기를 다 할 줄 알고, 평일에는 티비를 절대 못보게 한다든지, 매일매일 독서나 공부를 집에서 따로 시킨다든지, 수영강습을 국가대표 수준의 선수를 찾아서 받게 한다든지… 암튼 우리 부부는 거기에 비하면 아이들을 전혀 교육시키지 않는 수준이라, 우리와 어울리다가 그집 아이의 교육에 지장이 있을까 저어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고보면, 지난번 머틀비치 리조트에서 만났던 타이론의 엄마도 그랬고, 남편의 동료교수 중의 하나인 인도출신 교수도 그렇고, 자신들도 많이 배운 인텔리계층이지만, 자식들의 교육에 무척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다른 무엇보다도 자녀 교육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한국에서 아이들 사교육을 열심히 시키고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하는 부모들과 비슷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듯 싶다.

우리 부부라고 아이들 교육에 무관심하거나 아이들을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일 시간을 정해서 공부를 따로 시키고, 각종 사교육을 최고 수준의 선생님을 모셔다가 시키지는 않는다. 그저 숙제를 빠뜨리지 않고 하게 한다든지, 아이가 원하는 활동을 직접 가르치거나 (테니스), 클래스를 고를 때는 경제적 효용성과 교사진의 실력을 동시에 고려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코난군의 태권도장을 고를 때 주변 사람들의 평을 들어보고, 오직 돈벌이로만 도장을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자세나 정신수련 같은 것까지도 가르치는 곳을 골라서 보내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 선수가 태권도나 수영을 더 잘 가르칠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최고수준의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가르칠 마음은 없다. 또한, 앞으로도 우리는 아이들의 티비나 아이패드 시청을 비현실적으로 제한하거나 강제로 추가적인 공부를 시킬 계획도 없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티비도 실컷 보고 아이패드도 많이 보게 할 예정이다. 티비에서 보고 배우는 내용이 제법 많이 때문이다. 물론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하는지는 항상 살펴보고, 어린이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있다면 그걸 두번 다시 못보게 하기 보다는 그 내용이 왜 부적절한지를 설명하고 모방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비슷한 내용의 다른 프로그램을 찾아서 보도록 권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루한 학습지 공부를 억지로 시키기보다는, 매일 숙제를 함께 하면서 오늘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을 함께 복습하는 노력을 꾸준히 할 작정이다. 주중에는 방과후교실을 마치고 퇴근하는 아빠 엄마와 함께 집에 돌아오면 저녁먹고 숙제하고 씻고 잠들기에 바쁘니, 주말에 긴 시간을 활용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활동을 함께 하고, 아이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보고,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대해 자료를 찾아서 알려주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고, 필요한 것은 만들어서 조달하고… 이런 것이 더 유익한 가정교육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훨씬 더 재미있고, 아빠 엄마와의 즐거운 추억이 되어서 아이들이 다 자란 다음에도 마음속에서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2015년 8월 17일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
Oldest
Newest Most Voted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