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배경 이야기 하나
Honors Students 라는 말을 직역하자면 영예로운 학생? 그런 뜻이겠다.
입학당시부터 우수한 성적과 근면한 학습태도를 보이는 학생들을 아너스 프로그램으로 관리하는데, 강의를 추가적으로 더 듣게 하고, 필수교양 과목은 아너스 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개설한 강좌를 듣게 한다. 졸업장에 아너 학생으로 졸업했다고 밝히니, 대학 졸업 후에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 등의 진로에도 도움이 된다.
자기 전공 분야에서 주어진 분량의 공부에서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에 더해서 특별한 프로젝트를 두 번 이상 해야 아너스 졸업생이 될 수 있는데, 해마다 내 강의를 듣는 학생들 중에서 나에게 프로젝트를 지도해달라고 찾아오는 학생이 꼭 한 명 이상 있다.
사실, 추가적으로 진행하는 그 프로젝트를 지도해주는 것은 완전히 덤으로 더해야 하는 일이라서 조금 귀찮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학생의 열의를 짓밟으면 안되니 내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더라도 거절하지 않고 지도해왔다.
뒷배경 이야기 둘
우리 학과에서는 가을과 봄 학기에 각각 네 과목의 강의를 할 것을 요구하는데 (학과에 따라서 세 과목씩만 가르쳐도 되는 곳이 있기도 하다), 프로그램 헤드 등의 보직을 맡을 경우 한 과목을 면제해준다. 그 외에도 외부 연구기금을 따오거나, 다른 특수한 상황에 따라서 과목을 면제받기도 한다.
내 경우에는 지난 3년간 프로그램 헤드로 일하면서 한 과목씩 면제를 받았고, 그 이전에도 외부강사 전담 멘토링 등의 이유로 한 과목씩을 면제받아왔다. 그런데 2016년 가을 학기부터는 이 모든 면제 항목이 사라져서 (프로그램 헤드를 동료교수가 맡기로 함) 매 학기마다 네 과목을 가르쳐야 한다.
사실, 이미 십 년째 가르쳐 오는 과목이라 강의준비가 부담스럽지도 않고, 프로그램 헤드로서의 복잡하고 지루한 행정업무를 안해도 되니, 강의를 더 하게 되는 것이 전혀 싫지 않다.
다만, 우리 전공 필수 과목의 전반적인 배치때문에, 봄학기에는 여전히 외부 강사에게 의존해야 하는 반면, 가을 학기에는 내가 큰 그룹의 교생들을 단독으로 실습지도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교생실습 지도는 캐롤 선생님과 내가 반반씩 나누어서 지도하는 것으로 한 과목 강의를 하는 것으로 셈하고 있는데, 내년 가을 학기에는 실제로 해야 하는 강의가 두 개 밖에 없어서 실습지도를 캐롤 선생님과 반으로 나누어 하지 못하고, 나 혼자서 전체 그룹을 지도해야 한다. 봄학기에는 세 과목을 가르치고, 반 그룹의 실습 지도를 하면서도 여전히 캐롤 선생님을 비롯해서 외부 강사에게 의존해야 하니, 균형이 맞지 않다.
그렇다고 봄학기 과목을 가을학기로 옮겨서 내 강의 분량의 균형을 맞추자니, 학생들의 실습과 선수과목 수강 스케줄이 엄청나게 복잡해져서 도저히 가능한 해결책이 못된다.
나혼자 실습지도를 하는 것이 부담도 되고, 오래도록 우리 전공을 위해 일해오신 캐롤 선생님에게 한 학기 급료가 없어지게 만드는 것도 도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뒷배경 이야기 셋
교수 일을 십년 째 같은 학교에서 해오다보니, 약간의 권태감이 느껴졌다. 물론 해마다 강의 내용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는데다, 해마다 다른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치게 되니 학기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가르치게 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은 염려가 된다.
꼭 직업에 있어서만이 아니고, 우리 아이들이 주말만 되면 "It's boring…" 이라고 외치면 무언가 재미난 일을 찾는 것과 똑같은 심정으로, 나역시 집안일이든 직업이든 취미생활이든 그 무엇이든 조금씩 새로운 일이 있어야 재미가 나고 즐거워진다.
그러한 전차로…
어느날 대학 본부에서 날아온 이메일이 내 주의를 끌었다.
위의 모든 현상을 한 방에 해결해줄 수 있는 대책이었으니…
바로 아너스 패컬티 펠로우 였다.
당장에 학과장과 학장에게 추천서를 부탁하고 지원서를 써냈더니, 저쪽에서도 덥썩 입질이 왔다.
지원서는 마감일이 되기 전 주말에 온라인으로 냈는데, 마감 당일인 월요일에 바로 연락이 와서 그 주 목요일에 인터뷰를 했다.
심리학과 교수이면서 아너스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닐스 박사가 이메일로 인터뷰를 언제 어디서 하면 좋을지 물어보았는데, 똥강아지도 자기집 앞에서는 50점을 먼저 먹고 들어간다는 사실에 근거해서, "친애하는 닐스 박사님, 제 연구실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하고 답장을 했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 컴퓨터에 들어있는 자료를 보여줄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내가 선발된다면 지도하게 될 사범대 아너스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사범대 건물의 분위기를 직접 느끼게 할 수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편안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냥 내 방으로 오시오 하고 말하면 무례해 보일 수 있으니, "초대하고싶다"는 표현을 이메일 답장에 쓰면서는 내 스스로 대견했다 🙂
이런 여우같으니라고… ㅎㅎㅎ
인터뷰 이후에도 몇 차례 이메일로 업무의 내용을 조율했는데, 그 때부터 이미 내가 선발된 것을 짐작했지만 그래도 서로의 체면치례를 위해서 "내가 선발된다면" 이라는 가정법 부사구를 사용하면서 어떤 업무를 하게 될 지, 2천 5백 달러의 수당에 대해서 물어보고 답을 받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어제 공식적으로 내가 선발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학과장으로부터 축하한다는 메세지도 받았고…
이제 내년 5월 부터는 자랑스러운 래드포드 대학교 아너스 패컬티 팰로우의 보직을 시작하게 되고, 세금을 떼고나면 얼마 안남겠지만 그래도 2500달러를 받고, 가을 학기에 캐롤 선생님과 함께 교생실습 지도를 계속 할 수 있다.
보직을 맡아서 해야 하는 업무는 어차피 예전부터 무보수로 해던 일의 연장선상에 있으니 생소하고 힘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무료하려던 11년차 교수직에 활력소가 되리라 기대한다.
스스로에게 축하를 보내며…
2015년 12월 11일
축하드립니다!!! 소년공원님!
너무 좋네요
축하인사 감사합니다 🙂
알지도 못하는 분에게 이런 축하를 받으니 더욱 기뻐요.
바나나의 언니는 무슨 과일일까요?
와우.. 늦게나마 축하드려요.
슈퍼우먼이라는 말이 너무 어울리는 소년공원님..
슈퍼우먼 절대 아니고요…
날마다 순간마다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하지만, 안좋은 건 얼른 잊어버리고 좋은 것만 골라서 잘 기억하는 선택적 기억력은 남보다 조금 나은 듯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