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1
이런 일도 다 해본다: 엘프 마법 회복, 엘사 케이프 뜨개질, 그리고 헤어컷

이런 일도 다 해본다: 엘프 마법 회복, 엘사 케이프 뜨개질, 그리고 헤어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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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12월에 킨더가든 클래스에서 엘프 인형에 대해 배운 이후로…

보드라운 봉제인형을 좋아하는 코난군이 어찌나 조르던지, 작년 크리스마스에 마침내 산타클로스가 두 남매에게 각기 남자와 여자 아이 모습의 엘프 인형을 선물해주었다.

이 엘프 인형은 사실 동화책에 나와서 유명해진 녀석들인데,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집안 곳곳을 살피면서 이 집의 어린이들이 산타에게 선물을 받을 만큼 착한지 아닌지를 감시한다고 한다.

그래서 하룻밤 자고나면 인형이 집안 어딘가에 위치를 바꾸어 앉아있곤 하는데, 코난군이 킨더학년일 때 윌리스 선생님이 매일 아침마다 이 엘프 인형의 위치와 자세를 바꾸어 놓아서 아이들이 등교하자마자 오늘은 엘프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 재미난 활동을 했더랬다.

작년에는 크리스마스 날에 선물로 받아서 개봉을 했으니, 엘프가 우리집안 곳곳을 다니는 활동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코난군이 친구들로부터 줏어들은 정보에 의하면 – 이 녀석 많이 컸다, 이젠 부모를 가르치고 막… ㅎㅎㅎ – 엘프 인형을 상자에 넣고 시나몬 가루를 뿌려서 두 시간을 두면 마법이 되살아나서 엘프가 집안을 또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이들 키우면서 벼라별 새로운 짓을 하고 있지만…

급기야 이런 짓도 다 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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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둘리양의 여자 엘프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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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마법이 되살아난 인형을 손으로 만지면 마법이 다시 사라지니, 이렇게 장난감 집게를 사용해야 한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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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아이들이 깨기 전에 코난 아범이 인형을 적당한 장소로 옮겨 놓았는데, 그 와중에 인형 한 개는 빠뜨리고 안옮겨서, 마법이 덜깨어났다며 불평하는 코난군을 잘 달래야만 했다.

부랴부랴 다시 시나몬 가루 옆에 놓아두었다가 (이 때는 아이들과 함께 :-), 태권도 벨트 세레모니에 갈 때 내가 살짝 꺼내서 재미난 장소에 재미난 포즈로 옯겨 두었더니,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발견한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했다.

오늘밤에는 빠뜨리지 말고 인형 두 개를 다 잘 옮겨두어야겠다.

그나저나 이 고생을 크리스마스가 될 때까지 매일밤 해야 하는 거다…

 

 

이건 오늘 완성한 엘사의 케이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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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뜨개질을 시작하게 된 건, 둘리양과 들른 가게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파란색 반짝이 털실 때문이었다.

털실뭉치를 품에 안고 보드랍고 파란색인데 반짝이기까지 한다며 놓으려 하지 않는 아이를 보면서, 이걸로 무언가 만들어주어야겠다 하고 생각을 했고, 곧 이어서 성가시다며 추운날에도 외투를 입지 않으려 하는 아이에게 따뜻한 케이프를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반짝이 털실을 한 뭉치 밖에 안샀는데 더 필요해서 다시 찾아가니 그 사이 정리를 해버리고 남은 게 없다고 했다. 그래서 집에 남아있던 비슷한 색깔 털실과 흰 색 실을 활용해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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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실로 눈송이를 떠서 붙여달라고 한 건 둘리양의 주문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화려한 눈송이 디자인이 많았지만, 자세한 도안은 없고 사진만 봐서는 내 솜씨로 재현해 내기가 어려운 것들 뿐이었다. 대충 눈짐작으로 몇 번의 도전끝에 이런 모양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둘리양의 반응은 “어머나~~~ 정말 예쁜 눈송이야!!!!” 하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으니…

아이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참 어려운 듯 하지만 쉬운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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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엘사가 입고 있는 케이프는 망사로 된 얇은 것이지만, 나는 최대한 따뜻하고 실용적인 케이프를 만들면서 동시에 하늘하늘한 느낌도 나게 해야 하니, 이렇게 프릴을 많이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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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할로윈 때 일회용으로 대충 만들었던 엘사 드레스를 아직까지도 열심히 입고 노는 둘리양…

이 드레스는 플리스 천으로 만들어서, 평상복 위에 걸쳐입으면 외투를 입지 않아도 따뜻하다. 

이 위에 털실로 만든 케이프까지 걸치면 왠만한 겨울 날씨에도 춥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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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도 쓰고 요술봉도 손에 든 우아한 자태.

이런 일도 다 해본다: 엘프 마법 회복, 엘사 케이프 뜨개질, 그리고 헤어컷

 

뒷모습은 이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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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머리를 땋거나 묶어서 예쁘게 만들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과는 달리, 머리카락에 빗질도 마음대로 못하게 거절하는 둘리양 때문에, 아침마다 부시시한 머리모양으로 어린이집을 다녔다.

사다놓은 머리핀과 색색깔 고무줄도 무용지물…

어차피 이럴거면 감고 말리기나 편하게 잘라주자! 결심하고 며칠 전에 울고불고 반항하는 둘리양을 겨우겨우 달래서 이렇게 단발머리로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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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머리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모양이 잡혔다.

응답하라 1988 드라마에 나오는 진주 어린이와 좀 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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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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