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의 개인적인 기록이니 가족들이 보는 게시판에 올리는 것이 더 맞겠으나, 미국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어린이들의 중대 행사에 관한 기록이 될 것 같아서 이곳 유아교육 게시판에 올린다 🙂
흰 띠에서 노란 띠로 올라온지 약 두어달 만에 벨트에 네 개의 테이프를 붙이고 마침내 다음 띠로 올라가는 심사를 받게 되었다. 색색깔의 테이프는 각각, 스파링, 자세, 발차기 등의 항목에서 만족한 성과를 이루면 받게 된다.
심사를 받을 때에도 항목별로 나누어서 점수를 매기는데, 이건 아마도 폼, 즉 자세를 보는 장면인 것 같다.
30초 동안에 얼마나 빠르게 발차기를 하는지도 평가 항목인데, 보통의 코난군 또래 아이들은 60-70개를 하고, 어른들은 최고 100개까지 했는데, 코난군은 아직 어린이임에도 불구하고 85개를 했다.
대련은 두 명의 다른 상대와 하게 되는데 발차기로 공격을 하고 손으로 방어하는 것이 일반적인 듯 했다.
마지막으로 격파 – 가장 눈요기거리가 되는 심사 항목이다. 지난 번에는 발차기로 한 번, 주먹으로한 번씩 격파를 하게 했지만 이번에는 심사를 받는 사람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시간에 쫓겨서 그런 듯, 발차기로만 격파를 했다.
심사 당일에 바로 결과가 나오는데 어지간히 못하지 않은 다음에는 대부분 합격을 시켜주는 것 같다.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좌절감을 맛보게 하기 보다는, 태권도에 더욱 재미를 느끼고 그래서 열심히 연습하게 하려고 심사를 너그럽게 하는 것 같은데, 유아교육 전공자로서 보기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심사 다음날인 토요일 낮에는 새로운 띠를 수여하는 행사가 있다.
띠별로 나이별로 줄을 맞추어 서고 사범님의 인삿말로 행사가 시작된다.
흰띠부터 시작해서 마침내 노란띠의 순서이다.
루퍼트 사범님과 준 사범님에게 경례를 한다.
국기를 향해서 띠를 벗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므로 뒤돌아서 띠를 벗는다.
태권도장에서 태극기와 성조기가 걸린 벽면은 마치 교회의 강단이나 사찰의 불단과도 같은 신성한 곳이라서, 누구라도 그 앞을 지나갈 때는 목례를 해야 하는 규칙이 있다.
깍듯이 목례를 한다든지, 대답을 할 때 단호한 목소리로 옛 써~ 하고 말해야 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미국 고유의 문화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데, 그래서 오히려 미국인들이 태권도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정신적인 강건함이나 내면의 수련 같은 것이 부족한 사회적 분위기를 태권도를 배우는 것으로 보충하려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부모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한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도 태권도에서 제법 중요한 덕목이다.
그래서 새로운 띠를 반드시 부모가 매어주도록 한다.
코난아범은 태권도 검은띠인데다, 지난 번 세레모니에서도 코난군의 띠를 매어준 경험이 있는지라 다른 아빠들보다 먼저 능숙하고 빼르게 매어주었다.
옆에서 진땀을 흘리며 딸의 벨트를 매어주고 있는 애비게일의 아빠를 한 번 보고, 아까부터 뒷짐지고 기다리는 코난아범을 본 루퍼트 사범님이, "당신은 유경험자" 라며 칭찬의 말을 했다.
부모님께 경례를 한 다음에는 미국식으로 허그를 한다 🙂
코난군과 킨더가든때 한 반이었던 에비게일은 얼마전까지는 체조 클래스를 다니더니, 최근에 태권도로 종목을 바꾼 듯 하다.
마지막으로 모두 함께 기념 사진 촬영
그리고 노 푸드, 노 벨트 라는 준엄한 규칙에 따라 부모들이 준비해온 음식으로 팟럭파티를 한다.
내가 만들어간 음식은 곧 먹고사는 이야기 게시판에 올릴 예정.
다음 주에 버지니아 공대를 졸업하고 부모님이 사시는 노던버지니아로 돌아가게 되어서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던 준 사범님의 행복한 미래를 기원하면서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제 코난군은 초록띠가 되었는데, 그 다음은 자주색 띠, 그 다음은 갈색 띠, 파란 띠, 파란 띠 스페셜 (가운데 흰 줄이 들어감), 빨간 띠, 빨강과 검정이 혼합된 띠, 그리고 마침내 검은띠의 순서를 밟아가게 된다.
2015년 1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