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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쓰기 시작할 때는 7일이었지만 중간에 8일로 넘어갔으므로 8일의 일기로 기록함 🙂

 

독감으로 앓았던 이야기

디즈니 크루즈 예약한 이야기

 

2월은 안그래도 다른 달보다 짧고, 내 생일과 다른 가족들의 생일이 들어있는데다 설날도 끼어있고 해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나가게 마련이다 – 한국에 시간 맞춰 전화도 드려야지, 설날 선물을 찾아보고 결재하고 배송시켜야지, 그 와중에 나와 우리 가족 생일에는 케익이라도 하나 사먹어야지, 둘리양 생일에는 어린이집 친구들과 나눠먹게 컵케익 만들어 보내야지, 발렌타인스 데이에는 두 아이들 반 친구 모두에게 막대사탕이라도 하나씩 이름을 써서 보내야지… 

참고로, 미국에서 어린이가 있는 집에서 발렌타인스 데이는 부모들에게 적지않게 부담스러운 날이다. 금전적으로는 별로 부담이 안되는데, (반 친구들에게 모두 돌릴 수 있을 만큼의 막대 사탕 한 박스가 고작해야 3-4달러이다) 스무명 가까이 되는 반 친구들 이름을 꼭 다 써서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난군같이 큰 아이들도 혹시나 빠뜨린 친구가 없는지 확인하려면 미리 반 아이들 명단을 확보해두어야 하고, 둘리양의 경우에는 내가 다 이름을 적어주어야 하니, 맞벌이로 바쁜 와중에 이런 일을 하자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건가… 싶을 때도 있다.

그렇게 원래도 정신없도록 예정되어 있는 2월의 시작을 독감과 함께 해서 일주일이 휑하니 날아가 버렸다. 세월만 날아간 것이 아니라, 그 동안 하지 못한 업무가 잔뜩 쌓여있다.

지난 주 월요일 저녁부터 아프기 시작해서 일요일 밤인 지금에야 거의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돌아왔으니 정말 일주일을 꼬박 채워 앓았다.

그 와중에 내 옆구리살의 일부분인양 밤이나 낮이나 내 곁을 떠나지 않는 둘리양은 중이염이 생겨서 금요일 아침에 어전트 케어에 다녀와야 했다.

어전트 케어란, 덜 급한 응급실 이라고나 할까…

큰 종합병원에서 운영하는 24시간 응급실은 큰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총에 맞거나 하는 일이 아니고서는 웬만해서는 가지 않는 곳이다.

보험이 적용되어도 비싼 편인 진료비 부담도 있고, 제대로 된 의사를 만나려면 몇 시간씩 기다리기가 일쑤라 어차피 다음날 날이 밝았을 때 병원을 찾아가는 것과 별 차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전트 케어 라는 곳은 일반 진료비를 받으면서 아침 일찍 열고 저녁 8시라는 꽤 늦은 시간까지 진료를 하며, 예약을 하지 않고 바로 찾아가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주말에도 운영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난다든지 하는 등의 진짜 응급실을 가기에는 모자라지만, 최대한 빠른 진료를 받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단점이라면, 늘 보던 주치의가 아닌 의사에게서 진료를 받기 때문에, 평소 환자의 상태를 잘 모르고, 이전에 먹던 약이라든지 앓았던 병력 같은 것을 환자가 직접 말해주지 않으면 의사가 알기 어렵다는 것이겠다. 다행히도 우리가 간 어전트 케어는 우리 가족이 평소 이용하는 병원과 같은 재단이어서 모든 환자의 의료기록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목요일 오후부터 내 독감은 회복이 시작되었는데, 목요일 늦은 오후에 그 날의 첫 끼니를 김치밥국으로 먹으면서 (먹고사는 이야기에 레서피 올렸음) 남편과 작당! 하여 마침내 디즈니 크루즈를 과감하게 예약했다.

크하하~

그 순간부터 독감으로부터의 회복이 두 배로 빨라진 느낌이 들었다 🙂

사연은 이랬다.

원래 내가 눈여겨 보던 크루즈 일정은 1월 초에 떠나는 것이었는데, 남편이 우리 학교로 이직을 하게 되면 그 일정에 맞추어 여행을 갈 수 있었겠지만, 만약에 그렇지 않으면 그 기간에 남편은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 회의가 잡혀서 매일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래드포드 대학교 면접 결과를 기다려야만 했던 것인데…

지난 수요일에 남편의 면접은 제법 성공적으로 잘 마쳤다.

내가 아파서 셔츠도 못다려주고 다정하게 배웅도 못해주었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남편은 그동안 직접 만들어 모아온 갖가지 강의자료를 보여주며 발표도 잘 하고 시범 강의도 잘 했다(고 한다).

그런데…

래드포드 대학교에서 줄 수 있는 월급이 지금 학교에서 받고 있는 것보다 너무 적었다.

원래도 그 자리의 월급 수준이 대략 어느 정도일지 짐작은 했지만, 남편의 경력을 고려해서 더 올려주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학장이 제시한 연봉은 지금의 학교보다 만 사천 달러나 적은 금액이었다.

지금 다니는 학교는 올 여름이면 정교수로 승진하면서 연봉이 더 오를 예정이니, 실로 연봉의 차이가 컸다.

그렇다고 시간적 여유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었다.

한 번도 안가르쳐본 과목을 새로이 준비해서 가르쳐야 하고, 강의 이외에도 학생 지도라든지, 학교에서 주어지는 잡무가 많아서, 로아녹까지 통근하며 버리는 시간을 래드포드에서 일하게 된다면 고스란히 다 바치고도 추가로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게 된 상황.

한 마디로 말해서 래드포드로 이직할 이유가 없어보였다.

그래서 우리쪽에서 먼저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 있었고, 크루즈 일정도 지금 학교의 방학 일정에 맞추어 예약을 할 수 있었다.

1월 초의 저렴한 일정은 포기하고 그보다 1.7배 비싼 12월 일정을 골라야만 하는 것에 속이 쓰릴것같은 찰나…

남편이, 연봉의 차액을 생각하면 그 정도 돈은 지불해도 괜찮다고 부추긴다.

심지어, 여름 학기 강의를 해서 크루즈 비용을 벌겠다고도 한다.

그렇게 듣고 생각하니 속쓰림도 덜하고, 오히려 잘되었단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가 예약한 일정은 12월 22일에 출항해서 26일에 돌아오는 것인데, 그러면 크루즈 선상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다.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따로 쇼핑해서 몰래 숨겨두었다가 포장하는 번거로운 일을 안해도 되고, 산타와 루돌프가 먹을 간식을 챙겨두는 등의 귀찮은 일을 안하고도 근사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

디즈니 크루즈의 후기들을 읽어보면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 미국 독립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에는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행사가 많다고 하니,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좋겠고…

 

암튼,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좋은 것을 먼저, 빨리,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재능이 ㅎㅎㅎ 있다.

한밤중에 열이나고 귀가 아프다며 우는 둘리양을 달래다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데리고 갈 수 있는 어전트 케어 병원이 있어서 다행이고, 둘리양 병원 때문에 아침 9시에 있는 회의에는 갈 수 없었지만, 동료들이 걱정말라고 안심시켜주어서 다행이고, 아픈 둘리양의 증세는 항생제를 먹이면 금방 낫는 가벼운 병이라 다행이고, 둘리양을 데리고간 학교에서는 "쟤 또 왔냐" 하고 구박하기는 커녕, "네가 아픈 건 미안하다만 널 또 볼 수 있어서 참 좋구나" 하고 미소와 함께 둘리양을 맞아주는 동료들이 있어서 다행이고, 이제 엄마따라 회의 들어가는 게 익숙해진 둘리양이 다행이고, 저녁에는 둘리양 어린이집 하원 시간 걱정없이 느긋하게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남편의 이직이 원하던 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래드포드 대학교에 좋은 인상을 남겨두었으니, 다음에 높은 연봉에 더 좋은 자리가 생기면 다시 한 번 기회를 노려볼 수 있는 희망이 있다. 

래드포드 연봉이 확실하게 낮았던 덕분에 너무 늦지 않게 크루즈 예약을 할 수 있었고, 크루즈 여행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더 좋고, 크루즈를 위해서 몸도 회복했겠다 앞으로 더욱더열심히 다이어트를 할 것이라 좋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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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공원

아프고 바쁘고 하다보니 한국에 설 선물을 배송할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이것도 남편과 속닥속닥 의논을 모아서, 올 설에는 그냥 전화로 인사만 드리자고 했다.

한국에 계신 양가 부모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우리 사는 형편이 그렇게밖에 안되니 인자하신 네 분의 부모님들께서는 잘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소년공원

만 이천이나 만 사천이나… ㅎㅎㅎ

근데 왜 나는 숫자를 기억하는 것이 이리도 어려울까?

이슬

하하하하 

제 블로그에 쓰신 덧글 내용에서  ‘수포자의 어두운 과거..’ 대목 읽고 약간 의아했는데, 이 대목에서 완전히 이해했네요. 제가 딱 이래요. 그게 그거지, 그거나 그거나, 뭐 대충 그 정도였어, 하는 말들을 주로 갖다 붙이는 데가 바로 숫자 얘기할 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