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있는 중
유전자의 재미난 발현
봄방학 동안 할 일 계획
2016년 3월 3일 목요일
이제 3월이라 간간이 영하로 내려가서 춥기는 해도 뼈를 시리게 하는 매서운 추위는 더이상 없을 듯 하다. 눈발이 날려봤자 기온이 높아서 내리자마자 녹아버리니 더이상 눈으로 인한 휴교는 없을 것 같다.
십 여년 전에 이곳 애팔래치아 산맥자락 산골마을로 처음 이사와서 몇 년 간은 조지아에서 익숙해진 계절과 시간 개념 때문에 2-3월에 잠시 따뜻해진 날씨를 보고 이젠 봄이 왔나보다 하며 겨울 이불과 겨울 외투를 모조리 정리해서 집어넣었다가 다시 꺼내는 일을 반복했었다 🙂
이제는 이 지역의 날씨를 파악했으니 그럴 일은 없다.
지난 주 며칠간은 완연한 봄날씨라 아이들은 반소매 옷을 입고 바깥에서 뛰어놀았지만, 그 이후 다시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고 눈발이 날린 적이 있다. 오늘도 저녁 무렵에는 눈이 올거라는 예보가 있었다.
그러니 겨울 이불과 겨울옷은 아직 한 달 정도 더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둘 계획이다.
오늘 아침 식사 풍경:
코난군은 아빠가 구워주는 토스트를 먹고 있고, 둘리양은 미소국에 만 밥을 엄마가 먹여주었다.
물론, 아이들이 먹고싶다고 해서 만들어준 메뉴이다.
아이들이 식사를 마치고 접시에 남은 빵 가장자리는 남편이 먹고, 둘리양이 남긴 국밥은 내가 먹어치웠다.
빵을 좋아하는 부자와 밥과 국물을 좋아하는 모녀…
ㅋㅋㅋ
만일 이런 습성이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 빵과 밥에 모두 노출된 환경이니 두 아이가 비슷한 식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누가봐도 아빠를 빼다박은 코난군은 아빠의 유전자를, 나를 닮은 둘리양은 나의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이런 웃기는 아침 식탁 풍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아이들 식사를 마치고 이를 닦으라고 시켜놓고 – 그렇다! 이젠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자기들끼리 하라고 시킬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이 감격!!! – 윗층에 올라가서 내 출근 준비를 하려는데, 나와 둘리양이 나고 일어난 자리는 이불만 조금 정리하면 될 정도로 단정한 반면, 침대 반대쪽 남편이 자고 일어난 자리와 코난군의 침대는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 이불과 요와 베개가 심하게 널부러져 있었다.
잠을 자는 동안의 행동마저 각기 아빠와 엄마를 닮아 사뭇 다른 것이다.
이런 건 보고 배울 수 있는 행동이 아니고, 자기가 원하고 노력해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타고나는 것…
그러니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침대 정리 방 정리를 하라고 계속해서 일깨워주기는 하겠지만, 그런 습성을 고치라고 강요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다음 주 봄방학 동안에는 학생들의 과제와 시험 채점을 마쳐야 한다.
그리고나면 지난 여름의 머니스터디 결과를 논문으로 써서 학술지에 투고하는 일을 꼭 마무리짓고 싶다.
한국 마트에 장보러도 하루 다녀와야 하고, 파마도 했으면 좋겠고…
금요일에는 둘리양 어린이집이 쉬는 날이라 하루를 또 잡아먹게 되겠고…
일주일 동안의 봄방학이 생각만 해봐도 후딱, 훌러덩, 휑하니, 쏜살같이…
날아갈 것 같다 🙂
2016년 3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