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이 요만할 때는 조심성이 무척 많아서 좀처럼 넘어지는 일이 없었고 그래서 이런 일은 해볼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말괄량이 둘리양은 걸핏하면 뛰어가다가 넘어져서 바지마다 무릎에 구멍을 낸다 🙂
작년 가을에 사준 쫄바지 여러 벌은 이제 곧 여름이 되면 더이상 못입게 될터인데 아직 당장은 쌀쌀하니 조금 더 입혀야 한다. 쫄바지 한 벌에 얼마 안하니 다시 사주면 간편하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고작 몇 주일만 더 입으면 계절에 안맞아서 못입게 되고, 다시 서늘한 계절이 올 때 쯤이면 둘리양이 더 자라서 못입게 될 것이 아까웠다.
돈이 아니라 쓰레기를 생산하게 되는 것이 아깝고 싫었다는 뜻.
그래서 처음에는 바느질로 구멍을 기워주었는데, 또 넘어지니 바느질 했던 자리에 다시 구멍이 나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집에 많이 있는 플리스 천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잘라서 덧대고 바느질을 해주었다.
나비 날개를 사주었더니 바지에도 나비 모양을 만들어달래서 등에도 나비, 무릎에도 나비가 되었다.
보잘것 없는 모양이지만 둘리양은 흡족해 한다.
꽃 모양도 만들어 붙이고…
쫄바지라서 바느질을 할 때 둘리양 다리 굵기만한 컵을 넣고 천을 충분히 늘려서 모양천을 꿰매야 입었을 때 불편하지 않다.
하트모양도 둘리양의 신청작
고양이 그림 바지에는 고양이 얼굴 모양을 만들어 붙였는데…
초창기 작품(?)은 이렇게 단순한 모양이었으나, 점점 만드는 기술이 발전했다.
(거의 매일 바지에 구멍을 만들어 오니 이젠 아주 익숙해졌다 ㅎㅎㅎ)
헬로 키티 모양
위의 단순한 고양이 얼굴 실루엣과 대비가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역작, 페파피그 궁뎅이!
어쩌다 그랬는지 이번에는 엉덩이에 구멍을 만들어왔다.
즐겨 보는 만화 페파피그의 모습을 만들어 달란다.
오케이~~
엉덩이를 흔들며 페파피그를 보여주고 있는 둘리양
페파피그는 이렇게 생겼다.
만들어준 다음날 어린이집에 입고 가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웃게 만들었다고 한다 ㅋㅋㅋ
바지를 새로 안사도 되니 돈을 아꼈을 뿐 아니라, 세상에서 단 한 벌밖에 없는 희귀하고 재미난 바지를 매일 바꿔입고 등원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다.
내 바느질 솜씨도 더 발전했으니 여러모로 유익한 짓이었다.
2016년 4월 11일
우와 페파피그!! 정말 예쁘네요 ㅎㅎ 어휴 저는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재봉질을 하는 처지이지만, 저렇게 예쁜 거 만들어낼 재간은 도무지 없네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이슬님이 한겨레에 페파피그를 인용해서 글을 쓰셨던 게 생각납니다.
비가 와도 옷이 더러워져도 흙탕물에서 뒹굴며 온가족이 즐겁게 노는 페파피그네 이야기…
그림이 단순해서 따라 만들기기 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