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관련 기록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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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적 성적표에 자주 적혀 있던 선생님의 코멘트가 바로, "학업 성적은 우수하나 주의가 산만한 편입니다" 였었다.

시험을 치면 다 아는 문제이지만 덤벙거리다가 답을 잘못 골라서 틀리는 일이 자주 있기도 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꼼꼼하고 용의주도한 남편에 비하면 아주 심하게 🙂 덜렁대다 실수하고 사고치는 일이 있다.

 

이런 나를 닮았는지, 코난군의 성적표에도 각 과목의 성적은 나무랄데 없이 좋지만, 선생님의 지시를 잘 듣고 따른다든지,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서 주어진 일을 시간 내에 마무리한다든지 하는 등의 항목에서는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아온다.

매일매일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지에 따라 Behavior Chart (행동 평가표)에 색깔로 표시된 등급을 받아오는데, 지난 봄학기 부터는 가장 우수한 등급인 파란색 위에 그보다 더 우수한 별표시 등급이 생겼다. 2학년의 두 번째 학기이니만큼 3학년으로 올라갈 준비를 하기 위해서 선생님의 기대치를 더 높인 결과인데, 코난군은 대체로 별표시나 파란 등급을 받아오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보다 아래인 분홍이나 초록, 심지어 검정색을 받아오는 날도 있는데, 코난군의 억울한 변명으로는, 자기는 가만히 있었는데 옆자리 친구가 장난을 치다가 자기도 함께 경고를 받아서 그랬다고 한다.

ㅎㅎㅎ

유명한 거짓말 중에 하나가 "우리 애는 착한데, 친구를 잘못 시귀어서…" 라고 하는 부모의 거짓말이라고 하던데…

그게 거짓말이든 아니든 간에,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행동평가를 나쁘게 받게 되었으니, 그걸 방지하려면 대책이 필요하다.

평소에 코난군에게 늘 주의를 주기를, 다른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든간에 상관없이 너만은 선생님께 주의를 기울이고 선생님이 하는 말씀만 듣고 기억하라고 한다. 옆자리 친구가 아무리 장난을 걸고 방해를 해도, 그 아이가 마치 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행동하라고도 조언했다.

 

그러던 어느날, 일주일 내내 용케도 매일 별등급을 받아온 적이 있었다.

이 장한 일을 축하하자며 코난군이 먹고싶다는 과자를 사주고 칭찬을 해주었다.

다음 주에도 빠짐없이 매일 별을 받아오면 좋아하는 레고 셋트를 사주겠다고 했더니,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그 목표를 이루었다. 레고를 사준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이번에는 무척 비싼 레고 셋트가 갖고싶다며 매일 별을 받아올테니 그걸 사달라고 했다.

일주일치 별로는 부족하다 했더니 그럼 2주 연속으로 별을 받아오면 사달라고 했다.

레고 장난감이 비싸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코난군의 주의집중하는 행동이 몸에 배어들게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주 연속 별등급에 밀레니엄 팔콘 레고 셋트 딜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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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연속, 아니 전체적으로 보자면 연속 4주 모범생이 자랑스럽게 들고 있는 레고 셋트는 인터넷으로 최저가를 찾아서 구입한 것이지만 가격이 후덜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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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가 넘는 피스를 붙들고 코난군 혼자 씨름하더니 이틀만에 다 조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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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 안내 책자가 왠만한 잡지책보다 두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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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군에게 물어보니, 이 상을 받기 위해서 평소와 달리 자신의 행동에 더욱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분석하자면, 코난군의 평소 주의산만한 행동은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교정될 수 있는 정도였다는 것, 코난군이 자신의 행동을 자신의 의지로 통제 가능하다는 것 (이게 의지대로 안되는 것이 과잉행동장애, ADHD 이다), 목표를 정하고 이루려는 노력을 즐겼다는 점… 등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한 가지 부작용이 있다면, 이 이후로 자신이 무언가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다고 생각되면 엄마 아빠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일이 생겼다.

요구하는 것이 별 부담없이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흔쾌히 들어주었다. 예를 들면 저녁밥을 라면으로 먹겠다 라든지 (이 녀석은 라면을 무척 좋아한다) … ㅎㅎㅎ

하지만 또 레고를 사달라고 혹은 용돈을 달라고 할 때는 분명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넌 이미 그것보다 더 좋은 걸 받았어."

"그게 뭔데요?"

"엄마의 칭찬과 사랑이지. 그건 마트에 가서 살 수도 없는 정말 귀하고 대단한 상이야."

ㅎㅎㅎ

돈이나 물건으로 보상하는 것은 철저한 계획하에, 의도된 행동 변화가 있을 때에만, 명확하게 결과를 확인한 다음에만 실행하는 것이 내가 정한 철칙이다 🙂

 

지난 일요일은 미국 어머니 날이었다. (아버지 날은 6월에…)

코난군은 일요일마다 미술 수업을 받는데, 이 날은 어머니 날이고 해서 엄마에게 줄 카드를 그렸다. 하지만 시간이 모자라서 미완성 카드를 들고 왔다. 일요일 오후에 놀이삼아 카드를 마저 완성하라고 했더니 둘리양도 자기 물감을 챙겨와서 함께 그림을 그리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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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하는 건 뭐든지 따라하고 배우는 둘리양…

야무지고 똘똘해서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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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도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진 코난군은 이렇게 예쁜 카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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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느날 둘리양이 그려준 민트초코렛칩 아이스크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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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아이스크림 컵에 담긴 모양을 잘도 그렸다.

그나저나 우리집 아이들은 민트초코칩 아이스크림을 어찌 그리 좋아할까?

나는 시퍼런 초록색도 별로 마음에 안들고, 치약맛 나는 아이스크림이라 결코 좋아하지 않을 맛이던데…

 

 

2016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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