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친 후에는 코난아범이 에어로프레스로 내린 커피를 마셨는데, 히로토의 조부모님은 커피를 평소에도 좋아하시는지라 직접 로스팅하고 갈아서 추출한 커피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우리 부모님과 연배가 비슷하신 이 두 분은 영어를 잘 못하시는데, 내가 몇 마디 일본어로 인사를 하니 무척 반가워하셨다.
남편이 파스타 메이커를 보여드리거나 마당에 나가서 트리하우스를 구경하면서 "스고이~~~" 라며 감탄사를 연발하셨는데,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 비슷한 어투라서 재미있었다.
히로토군과 아오이짱의 부모이다.
얏빠리 코히오 스끼데스요네~~~ ㅋㅋㅋ
우리 아버지의 고향이기도 한 나고야에서 생산된 화과자를 선물로 사오기도 했다.
나의 친할아버지가 일본 호세이 다이가꾸에서 공부하셨고, 아버지는 나고야에서 태어나셨다고 했더니 반가워하신 히로토네 조부모님은 도쿄와 나고야의 중간 지점인 시미즈 라는 곳의 토박이라고 하신다.
커피와 함께 먹는 화과자는 무척 맛있었다.
여름학기 강의준비가 부담스러운 아마리타네 아빠 때문에 먼저 돌아가고 히로토네 가족은 더 오래 남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손님들이 가지고왔던 음식은 우리집에 내려놓고, 대신에 돌아갈 때 맛있었던 한국음식을 싸주겠다고 했더니 두 가족 모두 김치와 잡채를 골랐다.
작별 인사를 하며 신발을 신다가 히로토네 할아버지가 "육개장이 정말로 맛있었다"는 말을 나에게 통역해서 말해주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부랴부랴 육개장을 더 싸드렸다 🙂
나란 사람…
참 단순해서 잘한다 잘한다 해주면 끝간데를 모르고 하늘높이 떠오르는 경향이 있다 ㅎㅎㅎ
모두들 돌아가고난 자리에는 설거지가 가득 쌓였다.
식기세척기를 써도 되지만 사람들의 칭찬으로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가득 충전된지라 손으로 설거지를 해치웠다.
한 판 그릇을 씻어서 키친타올로 물기를 닦아서 그릇장에 집어넣고, 젖은 키친타올로 마룻바닥을 걸레질하고, 또 설거지 다음에 걸레질… 이런식으로 일을 하니 설거지와 청소를 동시에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손님을 치르면 좋은 점이 이런 것이다.
손님이 오기 전에 집안 곳곳을 정리하게 되고 손님이 가고난 후에 또 한 번 뒷정리를 하며 청소를 하게 되니 집이 깨끗해진다.
그릇과 컵과 수저류도 평소에는 몇 개만 꺼내서 쓰고 씻어서 다시 쓰곤 하지만, 손님이 오시면 왕창 꺼내서 사용하고 설거지를 하게 되니 묵은 때가 앉지 않아서 좋다.
손님이 오신다고 해서 특별히 따로 아껴둔 그릇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럴만큼 비싸고 좋은 그릇셋트가 없다 :-), 가족끼리 평소에 사용하던 것보다 많은 그릇을 꺼내서 사용하고 씻어서 다시 넣어두게 되니, 혹시 금이 간 것은 없는지 확인도 하고 개운하게 보관할 수 있다.
명탐정 코난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일본 티비 프로그램인데 (그래서 아들의 닉네임을 코난군으로 정해놓고 쓰고 있기도 하다 🙂 그걸 기억했다가 일본 장난감 박물관에서 500피스짜리 퍼즐을 사와서 선물해주었다.
내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감탄해주지, 선물을 여러 가지로 안겨주지, 정기적으로 집과 그릇장이 깨끗해지지,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지,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그래서 나는 틈만 나면 손님을 초대하기를 좋아한다.
2016년 5월 30일